대만전문가 "中압박 역효과…부동산 문제 등에 2030표심이 변수"

입력 2024-01-06 06:10  

대만전문가 "中압박 역효과…부동산 문제 등에 2030표심이 변수"
장촨셴 중앙연구원 연구원 "차이잉원 8년 '친미정권' 국민 평가…누가 당선돼도 양안 관계 급변 없을 것"
판스핑 대만사범대 교수 "'전쟁vs평화' '민주vs독재'…대만인 '오늘의 홍콩이 내일의 대만' 되는 것 원치 않아"
집권민진당 라이칭더 후보 '접전 속 승리' 점쳐…3위 민중당 커원저 후보 '중도 사퇴' 가능성엔 모두 부정적




(타이베이=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 대만 총통 선거(13일)를 앞두고 최근 대만 집권당을 향한 중국 당국의 압박과 비판 강도가 커지는 가운데, 이같은 중국의 강경한 행보가 오히려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현지 전문가들 지적이 나왔다.
또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와 같은 정치 안보 이슈뿐만 아니라 세 명 후보 다 같이 논란이 된 부동산 문제 등 실생활 관련 이슈들에 대해 젊은 층 표심이 어떻게 작용하느냐가 선거 승패를 가르는 핵심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집권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 칭더 후보가 제1야당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와 접전 끝에 승리할 가능성이 조금 더 크다는 데도 대체로 의견이 모아졌다.
장촨셴 대만 중앙연구원 정치학연구소 연구원은 6일 연합뉴스 서면 인터뷰에서 이번 총통 선거(대선) 의미에 대해 "대외적으로는 지난 8년간 집권한 민진당이 친중 노선 대신 친미 노선을 선택한 것과 관련해 대만인의 보편적 지지를 받았는지에 대한 검증의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또 "대내적으로는 약 3년간의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을 포함한 지난 4년간의 집권 성과에 대한 검증"이라고 했다.
판스핑 대만사범대 정치학연구소 교수는 연합뉴스와 서면인터뷰에서 이번 선거의 의미에 대해 '민주와 독재', '전쟁과 평화'로 요약된다고 짚었다.
판 교수는 "국민당은 유권자가 '92공식'(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중국과 대만의 합의)을 지지하는 국민당을 선택하면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민진당은 유권자가 92공식을 지지하는 국민당을 선택하면 민주를 잃게 되지만 92공식을 지지하지 않는 민진당을 선택하면 민주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미·독립' 성향 집권 민진당과 '친중' 제1야당 중국국민당(국민당) 후보가 접전 중이라는 점에서 이번 대선이 '미·중 대리전'이라고 언론에서 불리는 데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장 연구원은 이런 분석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대만과 오랫동안 함께한 동지이며 세계 질서의 수호자"라며 "국민당과 민진당 등 집권 정당과 관계없이 당선된 총통은 반드시 미국에 우호적인 입장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장 연구원은 당선자가 누가 되느냐와 상관없이 대중 관계가 급격하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친중' 국민당 허우 후보가 총통에 당선되더라도 급격한 통일을 선포하지 못하고 양안 정부의 왕래, 담판, 협상 및 교류 재개에 그칠 것으로 봤다.
마찬가지로 친미·독립 성향 민진당 라이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대만 독립을 선포할 수는 없을 것이며 중국과의 협상 및 교류를 통해 양안의 평화적 왕래를 촉진하기를 희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중국이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견지하고 있어 92공식을 인정하는 국민당이 집권하면 중국과 여러 협상 및 담판을 진행할 가능성이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판 교수는 '미·중 대리전' 지적에 "확실히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민진당과 라이칭더 총통 후보 및 국민당과 허우유이 총통 후보의 배후에는 각각 미국과 중국이 있다고 주장했다.
판 교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대만 대선 개입 반대를 밝힌 것이 전례 없는 일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미국의 이같은 행동이 대만 대선에 중국이 직접 개입하려는 정보를 파악한 데 대한 대응으로 풀이했다.
최근 "독립=전쟁" 등등을 운운하며 중국이 '선거 개입' 강도를 높이는 데 대해서는 오히려 대만 유권자들로부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데에 두 사람 의견이 일치했다.
특히 장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우선 지난 1996년 실시된 대만의 첫 총통 직접 선거 당시 사실상 민진당 지지 행보를 한 리덩후이 후보 당선을 막기 위해 중국이 대만 주변에 미사일을 발사, 제3차 대만해협 위기를 일으켰지만, 오히려 결과는 리덩후이의 초대 민선 총통 당선이었다고 짚었다.



또한 2016년 대만 대선 당시 그룹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인 멤버 쯔위(周子瑜)가 한국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가 중국 누리꾼들로부터 '대만독립 분자'라는 공격받은 사건도 거론했다.
쯔위가 총통 선거 전날 밤 사과 동영상을 올린 것이 대만 젊은이들로 하여금 민진당 차이잉원 후보를 더욱 지지하게 된 중요한 원인이 된 바 있다는 것이다.
판 교수도 중국 당국이 경고 수위를 높이고 경제 제재 등 압박 메시지를 발신한다고 해도 선거 결과에 실질적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대만인의 반감을 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접전이긴 하지만 집권 민진당 라이 후보 승리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둔 것도 두 사람 의견이 같았다.
장 연구원은 라이 후보의 승산이 현재로서는 더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통일과 독립이라는 이념 측면에서 커원저 후보는 공교롭게도 민진당과 국민당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다"면서 "커 후보 지지자들이 당선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 표를 몰아주는 전략적 선택에 나선다면 민진당과 국민당 등 한쪽의 독식이 아닌 표가 어느 정도 분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판 교수는 공표 금지 기간 전까지 진행된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집권 민진당 라이 총통·샤오 부총통 후보 조합이 1위, 국민당 허우·자오 후보 조합이 2위, 민중당 커·우 후보 조합이 3위라면서 이것이 전체를 아우르는 추세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허우 후보 지지 성향인 연합보의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도 민진당 라이칭더 총통·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가 32.0% 지지율로 국민당 허우유이 총통·자오사오캉 부총통 후보 (27%)에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언론에서 거론되는 커 후보의 중도 사퇴설에 대해 두 사람 모두 부정적으로 봤다.
판 교수는 커 후보가 대선 후보 등록을 마친 마당에 선거를 중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커 후보가 입법위원(국회의원)과 비례대표 입법위원 선거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선거전도 소극적으로 치르지 않을 거라고 봤다. 그러면서 민중당이 선거 전야인 12일 총통부 앞에서 대대적인 선거 유세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장 연구원도 커 후보가 중도 사퇴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했다.
만약 커 후보가 중도에 사퇴할 생각이 있었다면 애당초 국민당과 총통 후보 단일화 협상을 받아들여 부총통 직을 맡는 것이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이익이 더 많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 연구원은 총통 당선 가능성은 작겠지만, 커 후보로서는 선거 이후 정치적 영향력 행사에 가장 직결되는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 몇 석을 차지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민중당이 커 후보의 개인적 인기로 총통 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입법위원 선거를 치르고 있다면서, 중도 사퇴로 인해 입법위원 선거를 망치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두 전문가는 올해 총통 선거는 4년 전 '홍콩 범죄인 인도법'과 같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는 없다면서 선거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가 후보들 간 '부동산 논란'이 될 수 있다고 공통으로 언급했다.
대만 20대와 30대 젊은 유권자들 주된 관심사가 빈부 격차, 높은 부동산 가격, 치솟는 물가 등이라는 점 때문이다.
장 연구원과 판 교수 모두 라이 후보의 고향 집에 대한 불법 건축 논란, 커 후보의 신주 농지의 주차장 불법 전용 논란, 허우 후보의 문화대학교와의 기숙사 임대 계약 논란 등 세 후보자의 부동산 문제가 주요한 선거 이슈라고 말했다.


jinbi10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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