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표의 소중함'…4년마다 투표하러 귀국하는 대만 재외 국민들

입력 2024-01-08 11:29  

'한표의 소중함'…4년마다 투표하러 귀국하는 대만 재외 국민들
홍콩매체 "부재자 투표 없는 대만, 선거 때마다 상당수 투표차 귀국"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대만 총통 선거가 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에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러 귀국하는 대만 재외 국민들의 영향력에 관심이 쏠린다.
대만은 부재자 투표 제도가 없어 모든 투표를 대만에서 직접 해야 한다. 이에 총통 선거·입법원(국회) 위원 선거가 실시되는 4년마다 재외 국민 상당수가 투표권을 행사하러 귀국한다.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해외 거주 화교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대만 교무(僑務)위원회를 인용, 대만 재외 국민 수는 약 200만명이며 그중 가장 많은 약 절반가량이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4년마다 이들 중 상당수가 표를 행사하기 위한 귀국 여행을 위해 수천달러를 쓴다"고 덧붙였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박사과정 학생 하이디 다이(29) 씨는 총통 선거 투표를 위해 지난달 말 대만으로 돌아왔다.
그는 선거가 임박해서는 항공권이 없을까봐 지난해 가을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일찌감치 귀국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그는 SCMP에 "대만의 굳건한 정치적 입장을 유지할 수 있는 더욱 적절한 후보를 선택할 수 있게 총통 선거를 위해 귀국해 투표하는 것은 나의 책임이라 여긴다"고 말했다.
그는 독립 성향의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후보에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4년 대만 '해바라기 학생운동'에 참여했던 그는 현재 자신의 최대 관심사가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대만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해바라기 학생운동'은 친중 성향인 국민당의 마잉주 정부가 2013년 6월 중국과 양안서비스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이듬해 3월 입법원에서 이 협정을 날치기로 통과시키려 하자 대학생 지도부가 대만 경제의 중국 종속화에 반대하며 입법원을 점거하고 24일간 농성한 것을 말한다.
다이 씨는 "우리가 친중 총통을 뽑을 경우 중국이 (대만을) 장악하거나 그들의 문화나 힘을 우리 사회와 우리 정부에 흡수시키려 시도하기가 쉬울 것 같아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SCMP는 "대만 재외 국민의 투표 패턴이나 그들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며 "대만 중앙선거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주 총통 선거에 등록한 재외 국민은 약 4천여명이나 해당 인원이 전체 대만 재외 유권자를 반영하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4천여명은 2020년 총통 선거 당시 등록 재외 유권자 5천여명보다 적고 2016년 선거 때보다는 많다고 덧붙였다.
대만 정치대 정치학자 레브 나흐만은 이번 선거가 대만 재외 유권자들에게는 4년 전 선거와 같은 관심을 얻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SCMP에 "현재 국민당과 민진당 총통 후보는 4년 전 차이잉원과 한궈위의 대결 때와 같은 영감을 주지 않는다"며 차이잉원과 한궈위의 대결 때는 특히 홍콩 문제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귀국해 투표하도록 영감을 준 특별한 무엇인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궈위는 2018년 11월 대만 지방선거에서 민진당의 텃밭인 남부 가오슝 시장 선거에 국민당 후보로 나와 예상을 깨고 당선돼 파란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한궈위는 여세를 몰아 2020년 1월 제15대 대만 총통선거에 국민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2019년 6월부터 불어닥친 홍콩 민주화 시위 영향으로 대만에 반중 정서가 팽배해지면서 당시 차이잉원 민진당 후보에 패한 것이다.
국립대만대 방문교수 미셸 쿠오는 미국에 거주하는 대만 재외 유권자들의 지지는 주로 대만의 전통적 양대 정당인 민진당과 국민당으로 양분돼 왔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제3 후보인 커원저 민중당 후보의 부상으로 '대만인 대 중국인'이라는 기존 구별을 넘어서는 변화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4년을 중심으로 '해바라기 학생운동' 이후 10년간 스스로를 '대만인'이라 칭하는 것은 정치적 의미와 파괴력을 상실했다"며 "과거에는 자신을 대만인이라 규정하는 것이 국민당에 투표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했으나 더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30여년 산 대만·미국 이중국적자인 폴(65) 씨는 오랜 국민당 지지자로 선거 때마다 귀국해 표를 행사했다.
그는 SCMP에 투표를 위해 대만으로 돌아가는 것은 민주주의의 성공을 보여주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이번에는 커원저 후보 쪽에 기울고 있다면서 국민당과 민진당의 대결에 피로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SCMP는 "대만 정당들은 재외 유권자를 중요하게 여기며 미국의 많은 대만 단체가 선거 때마다 귀국해 투표할 것을 독려해왔다"며 "일부 단체는 유권자의 귀국 항공편과 숙박 예약을 지원하며, 지난해 미국을 찾은 모든 대만 총통 후보는 현지 재외 국민 행사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또 국민당의 샤리옌 부주석은 지난달 중국 남부 5개 지역을 순방하며 현지 대만인들의 총통 선거 참여를 독려했다.
중국 본토에는 100만명 이상의 대만인이 거주하고 있다.
대만 언론은 본토의 대만기업협회가 10개 항공사와 협력해 선거를 위한 할인 귀국 항공편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대만 시민단체 경제민주연합은 본토의 대만기업협회가 중국공산당 중앙 통일전선공작부 산하 단체로, 해당 조치는 선거 개입 행위라고 비판했다.
정치학자 나흐만은 해당 조치가 대만인이 특정 방식으로 투표하도록 영향을 끼치려는 분명한 시도라고 지적하면서 "미국에서는 정치적 스펙트럼의 양쪽 모두에서 자신들이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지를 공개적으로 옹호할 수 있지만 중국에서는 민진당에 투표하고 싶다고 말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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