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서 홍해까지 곳곳서 불길…'반미 맹주' 이란 행보는

입력 2024-01-08 16:31   수정 2024-01-08 16:32

레바논서 홍해까지 곳곳서 불길…'반미 맹주' 이란 행보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계기 친이란 무장세력 잇단 준동
이스라엘 일각선 "몸통 때려야"…이란 직접공격 주장도
이란은 이틈에 핵개발 박차…러·중 비호에 제재도 힘들어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주변국으로 확전할 조짐을 보이면서 중동 반미(反美) 진영의 맹주 격인 이란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등 이른바 '저항의 축'에 속한 세력들이 이스라엘과 미국을 상대로 긴장을 한껏 끌어올리면서 이란 역시 개입이 불가피해질 수 있어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미봉책으로나마 억눌러뒀던 이란과의 갈등이 급격히 표면화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작년 미국은 이란에 수감돼 있던 미국인을 돌려받기로 하면서 한국 내 은행에 2019년부터 묶여 있던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 60억 달러(약 7조9천억원)의 동결을 해제했다.
이후 몇 달간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이란의 지원을 받는 현지 세력들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등 이런 '당근'은 효과가 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기습공격을 가해 1천200여명의 민간인과 군인, 외국인을 살해하고 수백명을 납치하는 사건이 터지면서 모든 것이 바뀌고 말았다는 게 NYT의 지적이다.
이라크와 시리아 일대의 반미 무장단체들은 현지 미군기지를 잇따라 공격했고, 헤즈볼라는 하마스에 가세해 이스라엘 북부에 로켓을 쏟아부었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과 연관됐다고 의심되는 선박들을 무차별 공격하며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핵심 교역로인 홍해를 가로막았다.
지난달 31일에는 미군 헬기에 총격을 가해 교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동결됐던 자금을 돌려받은 이후 핵 프로그램 진행 속도를 늦추던 이란도 돌연 태도를 바꿔 고농축 우라늄 생산량을 급격히 늘렸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이 작년 11월 말부터 최대 60%까지 농축한 우라늄 생산을 늘리고 있으며 약 한 달 사이 9㎏ 고농축 우라늄을 증산했다고 전했다. 60% 농축 우라늄은 추가 농축 과정을 거치면 몇 주 내에 무기용으로 사용 가능하다.
다만 이란 역시 중동 긴장이 이처럼 급격히 높아질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보기관 당국자들은 이란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을 부추기거나 찬성하지 않았으며 아마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듣지조차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해왔다.
서방이 잠입시킨 정보원들을 통해 계획이 새 나갈 것을 우려한 하마스가 이란에도 비밀로 한 채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추진했을 것이란 이야기다.
2022년 9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사받던 20대 여성이 의문사한 사건을 계기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는 등 내부 문제도 산적한 까닭에 이란은 이번 분쟁을 적당한 수준에서 억제하려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전문가들도 이란 입장에선 전쟁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실익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라이히만 대학의 이란 전문가 메이르 자베단파르는 이란이 헤즈볼라를 지원해 무장시킨 까닭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팔레스타인을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수전 맬러니 해외정책 프로그램 이사는 "현 단계에선 이란이 확전을 해 얻을 이익이 없다고 보인다.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고도 대부분의 이익을 관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중동내 대리세력 중 다수는 이란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강조했다.
이미 중동 곳곳에선 확전의 불씨가 당겨질 조짐이 보인다.




헤즈볼라는 하마스의 3인자 격으로 알려진 살레흐 알아루리 정치국 부국장이 이달 초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무인기 공습으로 보이는 폭발로 숨지자 보복을 공언하고 레바논과 국경을 맞댄 이스라엘 북부 지역에 대한 공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홍해에서도 지난달 31일 미군 헬기와 교전을 벌이던 후티 반군 선박이 침몰해 10명이 숨지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13개 동맹국과 다국적 함대를 구성한 미국은 후티 반군에 최후통첩을 했고 현재는 후티 반군의 미사일 발사대 등을 겨냥한 공격 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NYT는 전했다.
그런 가운데 이스라엘 일각에서 하마스와 헤즈볼라, 후티 반군 등의 대리세력이 아니라 몸통격인 이란을 직접 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이와 관련해 미 정부는 이스라엘 측에 헤즈볼라가 국경을 넘는다면 돕겠지만, 반대로 이스라엘이 먼저 공세에 나선다면 돕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천명했다고 한다.
이란을 압박해 핵개발을 늦추거나 중동내 반미·반이스라엘 세력의 준동을 억제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사회가 신냉전에 돌입하면서 이란이 러시아와 중국의 비호를 받게 된 까닭이다.
NYT는 이란이 러시아에 대량의 자폭 무인기(드론)를 수출 중이며 단거리 탄도 미사일 수출도 준비 중이라면서 "이란은 고립에서 벗어나 두 개의 초강대국을 동맹이자, 제재에 불복하는 고객으로 갖게 됐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도 선택지가 제한적인 까닭에 관련 언급을 자제 중이라면서 "이란이 러시아에 무기를, 중국에 석유를 공급하는 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행동이 나올 가능성은 없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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