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상원의장 "파시스트 경례 반드시 범죄는 아냐"

입력 2024-01-09 23:58  

伊 상원의장 "파시스트 경례 반드시 범죄는 아냐"
극우 세력의 집단 '파시스트 경례' 논란에 부채질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최근 이탈리아에서 극우 세력의 집단 '파시스트 경례'가 논란이 된 가운데 권력 서열 2위인 상원의장이 이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냐치오 라 루사 상원의장은 9일(현지시간) 현지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 인터뷰에서 "추모식에서의 특정 제스처가 범죄인지에 대해서는 상반된 판결이 있다"며 "파시스트 경례가 반드시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정치적 시위에서 파시스트 경례를 하는 것과 사적 행사에서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나는 정치인으로서가 아니라 법률가로서 발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입법부의 수장인 상원의장이 이탈리아에서 법으로 엄격하게 금지하는 파시즘 찬양 행위를 법원의 판례가 엇갈린다는 이유로 불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한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 7일 저녁 로마 시내에서 파시즘 추종자 수백명이 모여 파시스트의 상징인 로마식 경례(손바닥을 아래로 한 채 팔을 곧게 뻗는 경례)를 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 경례법은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 통치 시절에 쓰이던 것으로 '파시스트 경례'로도 불린다.
이 행사는 1978년 1월 7일 이탈리아 극좌 성향 무장 세력의 총격에 숨진 극우 청년 3명의 46주기 추모식이었다

더구나 이 행사가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의 전신인 이탈리아사회운동(MSI)의 옛 본부 건물 앞에서 열려 파장이 더 커졌다. FdI는 MSI의 로고였고, 무솔리니 영혼을 상징하는 삼색 불꽃 문장을 당의 로고로 하고 있다.
해당 동영상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했고,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최대 야당인 민주당(PD)의 엘리 슐라인 대표는 "(무솔리니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1924년으로 돌아간 것 같다"며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야당은 특히 멜로니 총리와 Fdl에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좌파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M5S)은 추모식 참여자들의 극우 표현을 처벌해달라는 고발장을 로마 검찰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멜로니 총리는 아직 이와 관련해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멜로니 총리와 함께 2012년 FdI를 창당한 라 루사 상원의장은 "이번 사건은 FdI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라 루사 상원의장은 이탈리아에서 '무솔리니 숭배자'로 통한다. 그는 2022년 12월 MSI 창립 76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해 구설에 오른 바 있다.
M5S의 비토리아 발디노 하원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게시물에서 라 루사 상원의장의 발언에 대해 "끔찍하다"고 비난했다.
무솔리니 통치 아래 2차 세계대전의 참화를 겪은 이탈리아는 전후 파시즘을 찬양하거나 파시스트 활동을 처벌하는 법안을 채택했으나, 적용 조건이 매우 엄격해 사실상 사문화됐다.
1957년 이탈리아 헌법재판소는 이 법의 적용 범위가 "이탈리아의 파시즘 복원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에만 적용된다"고 규정했다. 이후 법 개정 논의가 이어졌으나 그때마다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 극우 세력의 반발에 부닥쳐 좌초됐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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