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세계가 대만 지켜보고 있다"…달아오른 대만 대선 전야(종합)

입력 2024-01-13 00:16   수정 2024-01-15 10:13

[르포] "세계가 대만 지켜보고 있다"…달아오른 대만 대선 전야(종합)
독립·친미 라이칭더 "광부의 아들 자랑스러워…올해 민주주의 첫승이 대만 되게 해달라"
친중 허우유이 "국민-민중당 연합정부 세워야"…민중당 커원저 지지자들에 사표 방지 호소
최대도시 신베이시 마지막 유세 격돌에 40만명 운집…"차이 정부에서 대만GDP 한국 넘어서" 언급도




(신베이=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김철문 통신원 = "이제 (승리까지) 마지막 1리(里)만 남았습니다. 올해 민주주의의 첫승이 대만이 되게 해주십시오."
목이 잔뜩 쉰 독립·친미 성향 대만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총통 후보가 12일 밤 대만 신베이시의 반차오 제2 운동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이같이 말하자 현장을 가득 메운 지지자들이 열렬한 환호로 답했다.
대만 제16대 대선을 하루 앞둔 이날 밤 대만 최대 도시 신베이시는 선거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신베이 반차오 제2운동장에서는 민진당의 라이칭더 총통-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의 마지막 유세가, 불과 1.4㎞ 떨어진 반차오 제1운동장에서는 제1야당인 친중 국민당의 허우유이 총통-자오사오캉 부총통 후보의 마지막 유세가 동시에 열렸기 때문이다.

각 당 발표에 따르면 두 운동장에는 나란히 20만여명이 운집해 나란히 "둥쏸(凍蒜)! 둥쏸! 둥쏸!"을 외치며 각자 지지 후보의 '당선'을 목소리 높여 기원했다.
둥쏸은 얼어붙은 마늘이라는 뜻이지만, 현지어로 당선(當選)과 발음이 비슷하다.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가 현 신베이시 시장이라는 이점이 있는 가운데, 라이칭더 후보의 신베이시 집회를 두고 민진당 측에서는 '허우유이 본거지를 공격한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라이 후보는 또한 자신이 신베이시 광산 출신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그의 아버지는 광부였다.라이 후보는 "저는 신베이 북해안(완리)에서 출생했다. 아버지와 마을 어른들이 광산에서 일을 했는데 광산업이 대만 발전에 공헌이 컸다"며 "나는 광부의 아들이라서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65개국 이상이 선거를 치르는데 전 세계가 대만을 지켜보고 있다"며 "제 적수는 중국이 편애하는 사람이다. 대만이 과거로 돌아가 중국에 의지한다면 미래는 없다. 이번 선거에서 우리가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지금 익숙한 민주는 그냥 얻어진 게 아니라 해바라기 운동, 중국의 '일국양제 대만방안'에 반대투표한 결과로 얻어진 것"이라며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이고 우리의 민주는 우리가 주인이 돼서 쟁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총통 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 대해서도 "과반 당선이 필요하다"며 "우리가 과반이 안되면 국가 안보와 경제 발전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
라이 후보에 앞서 무대에 오른 차이잉원 현 총통은 "내일, 투표일입니다. 전세계의 키워드는 반드시 대만일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차이 총통은 "지난 8년간 저는 국방개혁, 자위결심을 보여줬고 우리는 약속을 지켜서 (대만해협의) 현상을 유지했다"며 "대만은 계속 옳은 길을 가야 한다. 길을 잘못 들어설 시간이 없다. 민주자유의 길을 믿고 내일 투표해달라"고 말했다.
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는 차이 정부 치적을 나열하면서 "차이 총통 정부 아래서 대만이 한국 국내총생산(GDP)를 넘어섰다. 여러분이 대만의 중요성을 세계에 보여줬다"며 한국을 언급하기도 했다.



민진당 유세 현장에는 "나는 일본에서 왔어요", "나는 스위스에서 왔어요" 등의 팻말을 들고 앉은 이들도 눈에 띄었다. 부재자 투표가 없는 대만에서는 선거철이면 표를 행사하기 위해 귀국하는 재외국민의 행렬이 이어진다.
일찌감치 현장을 찾아 자리를 잡은 양모(42)씨는 "요즘 젊은 세대는 윗세대가 해바라기 운동 등을 통해 쟁취한 민주화 운동의 수혜를 입었을 뿐 그 과정은 모른다. 홍콩의 우산혁명도 요즘 2030 세대는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쟁이 두렵지만 무릎 꿇어 얻는 평화는 필요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리모(32) 씨는 전쟁이 두렵지 않으냐는 질문에 "라이칭더는 자주국방을 얘기하는데 다른 후보들은 중국에 기댄 평화를 얘기한다. 나는 그것에 반대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런가하면 황모(42)씨 부부는 "대만 수호" 등의 구호가 적힌 손수 만든 팻말을 들고나왔다.



같은 시간 반차오 제1운동장에서는 정반대 주장과 모습이 펼쳐졌다.
허우유이 후보는 "국민당과 민중당이 협력해서 민진당 부패를 종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당과 민중당이 연합 정부를 세워야 한다"면서 "양측이 힘을 모아야 내일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중당 지지자들을 향해 사표를 방지하려면 자신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면서 총통 선거가 바로 국가 노선의 선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허우 후보는 이번 선거에 대해 전쟁과 평화의 선택, 부패와 청렴의 선택, 중국혐오·중국색 씌우기와 중도 노선의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국민당 유세 현장에서 한 손에 소형 청천백일만지홍기(대만 국기)를 든 70대 린모 씨와 천모 씨는 정의감이 넘치는 허우 후보가 현재 사회적으로 불안한 대만 사회를 안정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가 국제관계와 경제를 변화시킬 것이라면서 시민을 위하는 마음이 크다고 주장했다.



류모(65) 씨는 허우 후보가 모든 대만인의 희망이라고 밝혔다.
그는 총통 후보를 지지하는 기준이 정당이 아닌 인물이라며 "허우 후보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대만산 코로나19 백신인 가오돤(高端·MVC) 등 문제가 너무 많은 민진당을 갈아치워야 한다"고 말했다.
옆에 앉은 친구 장모 씨도 민진당이 지난 8년간 코로나19 백신, 각종 투자사업 등에서 많은 부패를 저질렀다면서 "뭐가 무서워서 가오돤 백신 관련 기록물을 30년간 열람 금지를 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40대 리모 씨는 허우 후보가 정직하기 때문에 경제 및 양안(중국과 대만) 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국민당 원로인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이 최근 해외 언론 인터뷰에서 양안 관계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믿어야 한다는 '친(親)시진핑 발언'을 해 지지율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국민당 유세 현장에는 주로 중·장년층이 많았지만, 20대도 드물게 보였다.
대학생 천모 씨와 그의 친구는 올해 20세가 돼 처음 투표한다면서 허우 후보만이 '중화민국'을 지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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