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내부서 공습 비판…재선 도전 바이든 커지는 '중동 딜레마'

입력 2024-01-13 04:04  

민주 내부서 공습 비판…재선 도전 바이든 커지는 '중동 딜레마'
전쟁 장기화 양상에 확전 방지 '비상'…대선 목전 지지층 분열도 우려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 도전을 앞두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갈수록 꼬여가는 중동 문제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100일 가까이 진행되며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홍해에서 상선을 잇따라 공격하는, 친(親)이란 예멘반군 후티를 미국이 공습하면서 중동 지역 확전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불법 이민자 문제와 경제회복 등 국내 정치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 및 중동 전쟁 등 시급한 안보 현안을 동시에 효율적으로 다뤄야 하는 까다로운 시험대에 올라선 형국이다.
CNN 방송은 12일(현지시간) "대(對)후티 공격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군사적 딜레마가 한층 깊어지게 됐다"면서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한층 복잡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중동 문제가 국내 정치와 연계돼 바이든 대통령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전날 영국을 비롯한 동맹의 직간접적인 지원을 받아 예멘 후티 반군의 근거지를 공습했다.
지난해 말부터 후티 반군이 글로벌 물류의 핵심 줄기인 홍해에서 상선을 공격·나포하거나, 미군을 공격하고 있는 데 대한 보복 차원이었다.
여러 차례 경고에도 불구하고 수위를 넘는 도발을 이어 온 후티에 대한 미군의 보복 공격 자체는 어찌 보면 예상된 수순이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속전속결로 종결되지 못한 채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이번 공습까지 겹치면서 미국은 이란과의 확전이라는 최악의 국면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습 직후 성명에서 "이번 공격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상업 항로 중 하나에서 항해의 자유를 위태롭게 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메시지"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국민과 자유로운 국제 물류의 흐름을 보호하기 위해 추가적 조치를 명령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며 추가 대응 가능성도 열어뒀다.
지정학적 화약고인 중동 문제는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에서 오랜 골칫거리였던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저조한 지지율과 '강력한 리더십' 부재를 공격하는 공화당 대권주자들의 동시 압박에 직면한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현재의 위기를 슬기롭게 넘어서서 대외적으로 미국의 억제력 강화를 확인하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대선 승리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목표가 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이번 공습을 계기로 후티의 추가 도발을 최대한 억제하고 이란의 개입을 막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지만 현재로선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단적인 예로 후티 반군의 최고정치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예멘 공화국(반군 정부)에 대해 직접적인 침략을 선포한 미국·영국의 모든 이익이 예멘군의 직접적이고 합법적인 표적이 됐다"고 선언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칼럼에서 "지금까지 이란의 도발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자제는 약점이 아니라 지혜와 힘의 표시였다"며 "후티에 대해 신중하게 조정된 대응은 정당하지만, 통제 불능 상태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칼럼은 "워싱턴의 일부 매파들이 군사적 확장을 주장하지만, 이는 이란의 리더십만 공고히 할 수 있다"며 신중한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대선 도전을 앞두고 국내 정치문제에 무게를 실을 수밖에 없는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무엇보다도 이번 공습에 대한 민주당 내부의 비판이 신경을 거스르는 문제가 되고 있다.
일례로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 대통령 핵심 지원 세력 가운데 하나였던 민주당 진보 코커스를 중심으로 한 당내 일부 인사들은 의회 승인을 거치지 않은 이번 후티 반군 공격 결정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군사 행동 때 의회의 승인을 받도록 한 헌법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이번 공격에 대한 공화당의 지지 움직임과 선명히 대조되는 대목이다.
민주당 진보 코커스를 이끄는 프라밀라 자야팔 하원의원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것은 용납할 수 없는 헌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또 미국 의회 내 유일한 팔레스타인계 라시다 틀라입 하원 의원과 코리 부시 하원의원도 이에 동조하고 나섰다.
민주당 로 칸나 하원의원도 "대통령은 후티 공격으로 우리를 또 다른 중동의 갈등과 엮기 이전에 의회에 왔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보복에 나선 이스라엘을 전폭 지지하면서 민주당 지지층 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지지율이 지속 하락하는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대선 국면이 본격화하면 바이든 대통령에 등을 돌렸던 지지층이 어느 정도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 중동 갈등 심화는 지지층 분열 확산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아울러 국방정책과 관련해 대통령의 최고 참모이자, 군을 통솔하는 로이드 오스틴 국방 장관이 병상에 있는 문제도 바이든 대통령에겐 또 다른 부담이 되고 있다.
오스틴 장관은 지난달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뒤 합병증으로 이달 1일 입원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4일까지 이 같은 사실을 보고 받지 못해 '깜깜이 입원' 논란이 일었다.
백악관과 국방부는 오스틴 장관이 병상에서 이번 공습을 지휘한 사실을 강조하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역설하고 있으나 '깜깜이 입원'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 및 행정부의 전반적 기강 해이를 공격하는 빌미가 될 수도 있다.
kyungh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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