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과반 실패 라이칭더 '절반의 승리'…독립·친미 정책 한계?

입력 2024-01-14 14:45   수정 2024-01-14 16:55

의회 과반 실패 라이칭더 '절반의 승리'…독립·친미 정책 한계?
득표율 40%로 ↓의석 수도 10석 감소…대만·중화권 전문가들, '양안 현상유지' 전망
"캐스팅보트 민중당 선택에 中과 교류확대 가능성도"…청년층 불만 해소도 최대 과제 부상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지난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입법위원 선거에서 '친미·독립' 성향의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이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음에도 의회 과반의석 확보 실패로 적지 않은 과제를 짊어지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총통 선거(대선)에서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는 558만표가량(지지율 40.05%)을 얻어 2위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467만표·33.49%)를 제치고 당선됐다. 허우 후보와 단일화를 거부하고 대선을 3파전으로 끌고 간 민중당 커원저 후보는 26.46%의 지지를 받았다.
문제는 민진당의 지지세가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다. 민진당 대선 득표율은 차이잉원 현 총통이 당선된 2016년(56.12%)과 2020년(57.13%)에 모두 50% 선을 넘겼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40%를 겨우 넘겼다.

대선과 같은 날 치러진 입법위원 선거(총선) 결과도 민진당이 웃을 수 없는 결과다.
2016년 총선에서 전체 113석 중 68석(국민당 35석·시대역량 5석), 2020년 총선에선 61석(국민당 38석·민중당 5석)을 차지해 행정부와 입법부 주도권을 모두 장악했던 민진당은 올해 총선에선 10석이 줄어든 51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52석을 얻은 국민당에 원내 제1당 지위를 내줬고, 8석으로 몸집을 불리면서 과반수 결정 캐스팅보트를 쥔 제3당 민중당의 눈치마저 봐야 하는 상황이다. 정권을 유지하긴 했지만 혼자 힘으로는 입법원(국회)을 운영하지 못하게 됐다.
친(親)국민당 성향 대만 연합보는 14일 사설에서 "라이칭더가 간신히 이겼다(慘勝)고 할 수 있다"며 "지지율이 낮은 총통에 더해 국회까지 과반에 못 미쳐 민진당은 '이중 소수' 국면에 빠졌고, 이는 유권자가 더는 민진당을 신임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지난 8년의 부패와 권력 남용은 차이잉원에서 라이칭더로 바뀌어도 야당의 엄격한 감시를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진당 친화적 매체로 분류되는 대만 자유시보도 사설에서 "이번 선거 결과가 정권 교체를 만들지는 못했으나 국회에는 파문을 일으킬 것이고, (민중당 커원저 후보에 지지를 보낸) 젊은이들의 현실 불만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라이칭더 취임 후 급선무가 될 것"이라고 썼다.



대만 전문가나 중화권 매체들은 "대만의 자유·민주를 지키겠다"고 공언해온 라이 후보가 중국과 선을 긋는 종전 민진당 노선을 유지하긴 하겠지만, 현 정권보다 더 나아간 수준으로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의 선명성을 높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거대 여당과 야당이 팽팽한 가운데 존재감을 확 키운 제3당 민중당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에도 대체로 의견이 모였다.
왕신셴 대만정치대 동아연구소 석좌교수는 싱가포르 연합조보 인터뷰에서 라이칭더 당선자가 전날 승리 연설에서 "중화민국(대만)의 헌정 체제에 따라 절대 비굴하지 않게 현상을 유지할 것"이라고 한 대목을 두고 "이런 언급은 중국이 보고 싶어 하는 목표와는 거리가 멀고, 중국으로선 매우 불만족스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라이 당선자가 중국이 바라는 '92합의'('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1992년 합의) 등 표현 대신 '대만 헌법'이라는 자기 색깔을 냈다는 것이다.
왕 교수는 다만 "양안 문제는 라이칭더의 최우선 의제가 아니다"라며 "그는 차이잉원 현 총통의 양안 정책을 따르겠지만 차이잉원보다 더 좋은 방향으로는 가지 않을 것이고, 중국이 양안 문제를 해결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장덩지 대만대 정치학과 교수는 "민진당 승리는 신승이라 할 수 있고, 중국 대륙 역시 이 결과를 '독립 반대·통일 촉진'의 진전이 있다거나 대만 인민이 민진당의 '미국에 기대 독립을 도모한다'는 노선에 반대했다는 것으로 이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전날 "대만 지역의 두 선거 결과는 민진당이 섬(대만) 안의 주류 민의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우리는 하나의 중국 원칙과 '92합의'를 견지하면서 '대만 독립' 분열 행동과 외부 세력의 간섭에 단호히 반대하고, 대만의 관련 정당·단체·각계 인사와 함께 양안 교류·협력을 촉진하고 조국 통일 대업을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장덩지 교수는 "국민당이 대선에선 패했지만 총선 의석수를 14석 늘리면서 출혈을 막았고, 감독·견제 기능을 발휘한다면 거품이 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민중당은 앞으로 입법원에서 핵심적인 소수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짚었다.



국민당이 '여소야대' 의회 구도에서 힘을 발휘할 경우 민진당 라이칭더 당선자의 '독립' 성향 정책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과의 교류 확대 정책이 빛을 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장쥔하오 대만동해대 정치학과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총선 결과는 학생·관광객 규제 축소와 같은 중국 본토와의 교류 증진 정책의 길을 열어주는 것일 수 있다"며 "민중당이 입법부를 흔들 힘을 갖게 된 만큼 민진당이 정책을 (일방적으로) 제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장 교수는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가 교육·문화 분야에서 양안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점을 들어 "국민당과 민중당이 다수를 형성하면 소통·교류를 늘리는 정책이 늘어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고 했다.
xi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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