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당선됐지만 라이칭더 '험로' 예상…내우외환 불가피

입력 2024-01-15 11:59  

대만 총통 당선됐지만 라이칭더 '험로' 예상…내우외환 불가피
40% 득표율 당선에 여소야대로 국정장악 한계…野우세 입법부와 '힘의 균형' 모색
中 압박 강화 예상 속 라이칭더 '독립' 관련 전략적 모호성 유지 예상

(타이베이·서울=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인교준 기자 = 지난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선거에서 친미·독립 성향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승리했으나, 내우외환이 산적해 험로가 불가피해 보인다.
동시에 치러진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진당이 과반을 차지 못해 국정 장악력이 떨어진 데다 중국은 경제적 강압과 무력시위의 강도를 더 높일 것으로 예상돼서다.
'미중 대리전' 양상의 이번 선거에서 라이칭더가 진땀승을 거두긴 했지만, 중국의 강공으로 대만이 이전보다 더한 '갈등의 섬'이 될 것으로 보여 국제사회는 라이 당선인의 차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입법위원 과반 실패로 내정 장악력 '뚝'…'美무기 구입'도 차질 예상
라이 당선인이 직면한 최대 난관은 과반 장악에 실패한 입법원(국회)이라고 할 수 있다.
4년 전 113석 중 61석이었던 민진당 의석수가 이번에 51석으로 줄었다. 이는 제1야당인 친중 국민당(52석)에도 한 석 뒤진다. 8석을 쥔 제2야당 민중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것이다.
국민당과 사사건건 맞서는 상황에서 민진당이 자력으로 입법원을 좌지우지 못 하게 된 상황을 의미한다.
2016년(56.12%)과 2020년(57.13%) 총통 선거에서 모두 50%를 넘겼던 현 차이잉원 총통과는 달리 이번 총통선거에서 40.05% 득표에 그친 라이 당선인에게 '입법원 변수'까지 더해진 셈이다.
바꿔말해 유권자 60%가량의 지지를 받지 못한 라이 당선인이 여소야대로 국회에서도 야당에 밀려 국정 장악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변화로 차이잉원 총통 집권기에 비교적 원활하게 진행돼온 미국산 무기 구매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1979년 중국과 수교한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한다는 입장이지만, 대만과 비공식 외교관계를 유지하면서 유사시 대만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두고 대만에 무기 판매를 지속해왔다.
'친미·독립' 성향 민진당 정부는 중국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미국산 첨단 무기 구입에 속도를 내왔고,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패권 도전국인 중국을 효율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호응해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젠 사정이 달라질 전망이다. 총통선거 후보 단일화까지 시도했던 친중 성향의 국민당과 중도 노선 민중당은 민진당과 결이 달라서다.
이밖에도 라이 당선인은 성장률 저하와 부동산 가격 폭등이라는 이른바 '차이잉원 유산'을 물려받아야 할 처지여서 주목된다. 대만 두 야당은 이런 경제 문제를 싸잡아 민진당 정부 실정으로 규정하고 공세를 펼 것으로 보여 입법원이 '전장'이 될 공산이 커 보인다.



◇ 中 경제 강압·무력시위 강화로 대만 '갈등의 섬'으로 부각 가능성
이미 중국이 여러 채널로 '강공'을 예고하고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천빈화 대변인은 선거 결과가 대만의 '주류 민의'를 대변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선거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표현에 다름 아니다.
14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대만 지역의 선거는 중국의 지방 사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이 여러 채널로 '2027년(시진핑의 4연임 결정)과 2035년(사회주의 방식 현대화 완성 목표 시기)에 대만을 공격할 계획이 없다'는 메시지를 날려왔으나, 중국이 실제 침공은 아니더라도 모종의 조처를 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건 이 때문이다.
국제사회는 라이칭더 당선인이 정식 취임할 오는 5월 20일까지를 '위험 시기'로 본다.
왕신셴 대만정치대학 동아시아 연구소 초빙교수는 최근 싱가포르 중국어매체 연합조보에 "중국은 라이칭더가 5월 20일 취임식에서 자신들이 듣고 싶은 말을 하도록 계속 압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국무원 고문인 인민대 스인훙 교수는 대만 중앙통신사에 "민진당 집권 3기의 양안 대치 국면은 최소한 현재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며 "중국은 대만에 대해 더 많은, 거의 전면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무엇보다 재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작년 4월 차이 총통의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의 방미 회동을 빌미로 대만 봉쇄 군사훈련을 했던 중국이 또다시 무력시위를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제재 확대도 예상된다. 중국은 이미 지난 9일 대만산 농수산물, 기계류, 자동차 부품, 섬유 등에 대한 관세 감면 중단을 예고한 바 있다.
마잉주 대만 총통 집권 시절인 2010년 중국과 대만이 합의한 ECFA는 대만산 267개, 중국산 539개 품목에 대해 무관세나 낮은 관세 혜택을 적용하고 있으며, 이 같은 경제적 강압 조치를 전방위적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 라이칭더 차후 행보에 촉각…'독립 선포' 여부가 최대 관건
라이칭더 총통 당선인도 '중국 문제'를 최대 난제로 보는 듯하다.
당선 후 첫 연설에서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게 현상을 유지하겠다"고 말한 데서도 그런 속내가 잘 나타난다.
라이 당선인은 "이번 대선은 민주와 권위주의(威權) 사이에서 대만이 민주의 편에 섰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렸다"고 강조했다. 대만을 홍콩·마카오와 같은 특별행정구로 보는 권위주의 체제 중국의 주장에 맞서 민주주의 체제인 대만의 승리를 강조한 언급으로 비친다.



그는 그러면서도 "양안(중국과 대만)은 대화·교류해야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 우리는 반드시 교류로 봉쇄를, 대화로 대항을 대체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중국을 의식한 발언이다.
이제 국제사회는 라이 당선인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선 라이 당선이이 선거 운동 과정에서 차이 총통과 마찬가지로 대만 독립 의지를 강조했으나, '독립 선포'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중국을 자극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독립 의지에는 변함없지만 독립을 선포하지는 않는 전략적 모호성으로 갈등을 피해 갈 것으로 보는 것이다.
사실 민진당이 1986년 대만 독립론을 바탕으로 창당했지만, 2000년 당선됐던 천수이볜 총통 또는 차이 총통도 대만 독립을 선포하지는 않았다.
여소야대 정국에서도 라이칭더는 입법부와 균형을 이루면서 국정을 이끌어갈 것으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이날 전했다.
라이칭더는 당선 확정 후 "새로운 입법부 구조에서 소통, 협의, 참여, 협력"을 촉구하면서 당을 뛰어넘는 협력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kji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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