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의 외주화'…알바니아 헌재, 위헌 여부 심리 착수

입력 2024-01-18 19:52  

'망명의 외주화'…알바니아 헌재, 위헌 여부 심리 착수
이탈리아 대신 이주민 수용 '이주민 협정' 위헌 여부 판단
야당 "영토를 伊에 넘겨주는 것"…정부 "토지는 국가 소유"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알바니아 헌법재판소가 이탈리아에 들어온 일부 이주민을 대신 수용하기로 한 정부 계획의 위헌성에 대해 18일(현지시간) 본격 심리에 착수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AFP 통신에 따르면 알바니아 헌재는 이날 이탈리아와 알바니아가 체결한 이주민 협정의 위헌 여부를 놓고 첫 공개 변론을 진행했다.
헌재는 3월 6일까지 최종 결정해야 한다. 사안에 쏠린 양국의 관심을 고려할 때 헌재가 그 이전에 선고할 수도 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쟁점은 이주민 센터가 들어설 영토의 관할권을 알바니아 정부가 이탈리아 정부에 양도하기로 한 것이 헌법에 위배되는지다.
야당과 인권 단체는 알바니아 정부가 사실상 영토의 일부를 이탈리아 정부에 넘겼다며 영토 주권을 명시한 헌법을 위배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이 협정이 이주민의 권리에 관한 국제법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알바니아 정부는 이번 협약이 헌법과 국제법에 부합한다고 반박했다.
타울란트 발라 알바니아 내무부 장관은 "우리는 알바니아의 땅을 파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대사관을 세울 때처럼 이 땅을 이탈리아에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주민 센터가 들어설 영토의 관할권은 이탈리아에 귀속되지만, 토지 자체는 알바니아의 소유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에디 라마 알바니아 총리는 지난해 11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이주민 협정을 맺고 이탈리아에 들어온 이주민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 두 곳을 알바니아에 짓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알바니아 정부는 서북부 슈엔진 항구에는 이주민이 망명 심사 결과가 날 때까지 머물 수 있는 시설을 짓고, 해안에서 내륙 쪽으로 20㎞ 떨어진 쟈데르에는 송환 대상 이주민을 위한 시설을 지을 계획이다.
이탈리아는 해경이 해상에서 구조한 이주민을 아드리아해 맞은편 알바니아로 보낸다는 계획이다. 다만 미성년자와 임신부, 취약 계층은 제외된다.
이탈리아는 이를 통해 알바니아에서 연간 3만6천명의 망명 신청을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협정은 북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건너오는 이주민이 급증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탈리아와, 유럽연합(EU) 가입을 위한 지지를 바라는 알바니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지만 알바니아 헌재의 결정에 따라 무산될 수 있다.
알바니아 헌재는 앞서 지난해 12월 자국 의회의 협정 비준 절차를 중단시켰다.
국제 인권 단체들은 망명 신청자를 제3국에서 심사받게 하고 체류시키는 '망명의 외주화'가 다른 유럽 국가로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영국 정부도 난민 신청자를 아프리카 르완다로 보내는 내용의 '르완다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탈리아와 알바니아의 이주민 협정의 목표는 이주민이 자국에서 탈출하는 것을 차단하고 해상에서 구조된 이주민이 유럽 영토에 안전하고 신속하게 접근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둔자 미야토비치 유럽평의회 인권 담당 위원은 "일부 국가가 국경을 넘어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다른 국가도 그렇게 하도록 부추기며 이는 유럽과 전 세계의 국제 보호 시스템을 약화할 수 있는 '도미노 효과'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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