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드인] "조작 쉽게, 보상은 자주" 숏폼 게임이 당신을 사로잡는 방법

입력 2024-01-20 11:00  

[게임위드인] "조작 쉽게, 보상은 자주" 숏폼 게임이 당신을 사로잡는 방법
'버섯커 키우기' 국내 앱 마켓 매출 2위 돌풍…'쇼츠'처럼 변하는 게임들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1분 안팎의 시간에 빠르게 즐길 수 있는 '숏폼' 콘텐츠의 인기가 게임산업의 판도도 뒤흔들고 있다.
누구나 짬짬이 즐길 수 있도록 조작은 최대한 간단하게 만들되, 보상은 자주 지급하며 이용자를 오랫동안 게임에 붙들어놓는 것이 숏폼 시대 흥행 게임의 핵심 공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버섯커 키우기'다.
앱 마켓 통계 사이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중국 게임사 조이나이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방치형 키우기 게임 '버섯커 키우기'는 1월 둘째 주 기준 국내 앱 마켓 매출 순위 2위를 기록했다.
진중한 분위기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공고하게 지키고 있던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버섯커 키우기'는 저연령층을 노린 듯한 디자인의 버섯 캐릭터가 나오는 방치형 키우기 장르다.
방치형 게임은 직접 조작하지 않아도 캐릭터가 자동으로 움직이며 동작을 수행하고, 플레이어는 자원을 모아 캐릭터를 강화하는 장르다.



◇ 빠른 보상으로 끊임없이 도파민 자극하는 방치형 게임
방치형 게임이라고 플레이어가 손을 놓도록 방치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적인 방치형 게임들은 1분에도 수십 번씩 쉼 없이 아이템, 재화, 뽑기 쿠폰 같은 보상을 지급하면서 이용자의 도파민 분비를 자극한다.
'버섯커 키우기'를 살펴보면 주인공 '버섯커'의 스펙을 결정하는 장비 아이템은 화면 하단의 '램프'를 사용할 때마다 무작위로 얻을 수 있다.
플레이어가 할 일이라고는 램프에서 나온 아이템을 장착할지, 판매해 자원으로 바꿀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뿐이다.
높은 등급의 아이템이 나오면 캐릭터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램프에서 나오는 아이템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마치 유튜브나 틱톡에서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1분짜리 숏폼 영상을 보며 재미있는 영상이 나오면 그대로 보고, 재미없으면 곧바로 넘기는 행태와 유사하다.
이런 '빠른 보상' 알고리즘은 컴투스홀딩스[063080]가 지난 17일 출시한 방치형 역할수행게임(RPG) '소울 스트라이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소울 스트라이크'도 몰려드는 적들을 캐릭터가 자동으로 무찌르는 게임이며, 플레이어의 직접 조작 요소는 거의 없다.
하지만 게임 화면과 메뉴 곳곳에는 클릭하면 캐릭터 성장에 필요한 재화를 지급하는 미션, 서브 콘텐츠, 도전과제가 가득해 손이 쉴 틈이 없다.
캐릭터의 직업, 스킬, 동료 등은 각종 뽑기를 통해서 획득·강화해야 하는데, 반복적으로 나오는 미션을 깰 때마다 여기에 필요한 쿠폰과 재화가 계속해서 나온다.
그렇게 캐릭터를 강화해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보상이 주어지고, 그 보상으로 다시 캐릭터 스펙을 높이는 쳇바퀴의 연속이다.



◇ 게임에 시간과 돈 더 많이 쏟게 하는 'FOMO' 전략
짧은 시간에 빠르게 쏟아지는 보상으로 붙잡아 놓은 게이머의 지갑을 여는 방법도 진화하고 있다.
소위 'FOMO'(포모·Fear of Missing Out)라는 말이 있다.
주식·부동산·가상화폐 등 자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익을 얻을 기회를 '나만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일컫는 말로,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 2021년경 널리 알려진 단어다.
방치형 게임은 이득을 볼 기회를 조금도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 플레이어의 심리를 교묘하게 파고든다.
일정 기간 구매하지 않으면 영영 구매 기회가 사라지는 고효율 패키지를 제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버섯커 키우기'나 '소울 스트라이크'를 플레이하다 보면 팝업 창과 함께 뜨는 1만 원 안팎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패키지와 그 위에 적힌 '2800% 이득' 이라는 문구, 그리고 '23시간 59분 후 만료'라고 적힌 타이머를 수도 없이 만날 수 있다.
이용자들은 '지금 안 사면 손해인데'라는 생각과 함께 계속 사다 보면 가랑비에 옷 젖듯 패키지 구매에 거금을 쓰게 된다.
한 번 사고 나면 진척 상황에 따라 보상을 주는 '배틀패스'도 일종의 FOMO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구성은 게임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배틀패스 레벨을 올리는 주된 수단은 매일 또는 매주 갱신되는 일간·주간 퀘스트인 경우가 많다.
만약 배틀패스 레벨을 끝까지 채우지 못하고 판매 기간이 지나 버리면, 그때까지 획득하지 못한 보상은 그대로 매몰 비용이 된다.
플레이어를 하루에 잠깐씩이라도 게임에 접속해 '숙제'하듯 콘텐츠를 소모하도록 유도하는 장치인 셈이다.
배틀패스는 '승리의 여신:니케'·'붕괴: 스타레일' 같은 서브컬처(일본 애니메이션풍) 게임뿐만 아니라 엔씨소프트[036570]의 '쓰론 앤 리버티' 같은 MMORPG에도 핵심 상품으로 들어갈 정도로 대중적인 사업모델(BM)이 되고 있다.

<YNAPHOTO path='AKR20240119140200017_03_i.jpg' id='AKR20240119140200017_5201' title='포트나이트의 배틀패스(위)와 원신의 '진주 기행'' caption='[게임 화면 캡처]'/>

◇ 날이 갈수록 진화하는 게임 BM…현명한 소비자 되려면
게임 업계는 소비자의 심리 빈틈을 파고드는 BM 연구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쏟고 있다.
배틀패스를 게임산업에 처음으로 도입한 '포트나이트' 개발사 에픽게임즈는 2017년까지 사용자 경험(UX) 책임자로 심리학 박사 출신의 전문가를 영입하기도 했다.
PC 게임 플랫폼 스팀(Steam) 운영사이자 '도타 2', '카운터 스트라이크 2' 아이템 판매로 막대한 수익을 내는 미국의 밸브도 심리학·경제학 전공자를 정기적으로 채용한다.
넥슨, 엔씨소프트[036570], 크래프톤[259960] 등 국내 대형 게임사들은 별도의 이용자 데이터 분석 조직을 두고, 전문가를 채용해 소비자들의 행동 패턴을 연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게임 업계의 BM 설계가 '약탈적'이라며 국가 차원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강경한 주장도 펼친다.
물론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로 드러난 아이템 확률 조작 사건처럼 소비자를 적극적으로 기만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당연히 치러야 한다
하지만 게임이라는 제품을 팔아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인 게임사를 향해 잘 팔리는 상품을 무작정 팔아선 안 된다고 강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에는 소비자들이 현명해져야 앱 마켓 곳곳에 도사린 과소비의 덫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상품이 나올 때마다 '출제자의 의도'가 뭔지 한 번쯤 생각해보며 더 좋은 게임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게이머가 많아질 때 게임 업계도 변하는 법이다.

juju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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