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열린 아프리카 니제르 '이민 루트'에 유럽 긴장

입력 2024-01-24 13:39  

다시 열린 아프리카 니제르 '이민 루트'에 유럽 긴장
작년 군사쿠데타 이후 국경통제 풀어 '보복'…EU "이민으로 협박"
매주 이민자 수천명 트럭 타고 사하라 건너 '북으로 북으로'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불법 이민자들이 거치는 서아프리카 니제르의 '이민 관문'이 수년 만에 다시 활짝 열리면서 유럽 각국이 이민 급증 우려에 긴장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사하라 사막 남부에 위치한 니제르 도시 아가데즈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각국에서 온 이민들이 유럽행을 위해 거치는 주요 관문이다.
이곳에 몰려든 이민은 매주 수천 명씩 리비아·알제리 등 북아프리카를 향하는 픽업트럭에 몸을 싣고 사하라 사막을 건넌다.
이처럼 아가데즈를 통한 육로는 서아프리카 해안에서 보트를 타고 대서양을 거쳐 북상하는 해로보다 비용이 적고 덜 위험한 경로로 이민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이 관문은 지난 수년간 최소한 공식적으로는 닫혀 있었다. 2010년대 이민 유입 물결에 놀란 유럽연합(EU)이 주요 이민 루트인 니제르 등에 재정 지원을 제공하면서 국경 통제 강화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2014년부터 작년까지 총 10억 달러(약 1조3천400억원) 가까운 EU 원조를 받은 니제르는 2016년 반(反)이민법을 시행, 아가데즈를 통한 이민 출국을 막았다.
그러나 작년 7월 니제르 군부 쿠데타 이후 EU가 니제르 군사정권을 인정하지 않고 지원을 끊자 군사정권은 EU와 맺은 이민 합의를 지난해 11월에 파기했다.
이에 따라 아가데즈 관문이 다시 열리면서 유럽행을 꿈꾸는 이민자들이 이 곳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제는 매주 약 100대의 픽업트럭이 한 대마다 무려 약 30명의 이민자를 빼곡히 태운 채 사막의 강도 피해를 막기 위한 니제르군의 호위를 받으며 북쪽으로 출발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유엔 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앞서 출국 규제에도 2016년 이후 아가데즈를 거쳐 간 이민자가 400만명 이상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따라서 이번 이민 출국 허용으로 이곳을 지나가는 이민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가데즈에는 이민을 대상으로 숙소와 차편을 제공하고 물자를 판매해 사는 주민이 수천 가구에 이른다.
이들은 그간 출국 규제로 생계에 타격을 받았지만, 이번에 관문이 열리자 이민 상대 장사를 본격적으로 재개하느라 서두르고 있다.
젊은 남성들은 이민을 북쪽으로 실어 나를 픽업트럭을 사들이고 있으며, 이민 상대로 장사하다가 단속에 적발돼 수감된 이들도 속속 풀려나면서 다시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지난해 불법 밀입국 알선 혐의로 실형을 산 현지 주민 아이차 마만은 "이민은 우리가 생계를 유지하는 방법"이라면서 이민용 숙소를 제공하고 이들이 타고 갈 차량을 주선하는 장사를 재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지 고위 관리인 모하메드 아나코도 "우리는 이민을 경제활동으로 간주한다"면서 "그건 불법 밀입국 알선이 아니라 수송"이라고 NYT에 밝혔다.
'이민 허브' 아가데즈가 이처럼 활기를 되찾는 가운데 EU 각국에는 비상이 걸렸다.
특히 오는 6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이민 추방을 내세운 유럽 각국의 극우 정당들이 상승세를 보이고 이민 문제가 유럽 각국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면서 EU는 한층 속을 썩이고 있다.
EU의 사헬지역 특사인 에마누엘라 델 레는 최근 인터뷰에서 니제르 군사정권이 "이민을 이용해 EU를 협박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jh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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