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허브' 봉쇄 노리는 佛 농민들…정부는 EU에 책임

입력 2024-01-31 20:13   수정 2024-01-31 20:27

'식량 허브' 봉쇄 노리는 佛 농민들…정부는 EU에 책임
시위대, 파리 남부 렁지스 국제도매시장 인근 도달
정부, 휴경지 비율 인하 등 EU 농업정책 변화 촉구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 트랙터 시위대가 전국 최대 규모의 농산물 도매시장 목전까지 다다르며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시위대의 시장 접근을 막기 위해 장갑차로 트랙터 이동 경로를 차단하는 한편 유럽연합(EU)에 EU 차원의 농민 설득방안을 요구하고 나섰다.
31일(현지시간) 프랑스 매체들에 따르면 농민 트랙터 시위대는 전날 오후 파리 남부 외곽에 있는 렁지스 시장으로부터 약 5㎞ 떨어진 지점까지 도달했다.
이들은 렁지스 시장을 봉쇄하겠다고 정부를 압박하며 도로를 느리게 달려 차량 흐름을 정체시키는 '달팽이 작전'으로 거리를 좁혀가고 있다.
렁지스 시장은 프랑스에서 가장 큰 국제 농산물 시장으로, 수도 파리의 식량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이 막히면 유통업체, 식당 등의 재료 수급에 큰 차질이 생긴다.
시장 인근엔 오를리 국제공항도 있어 자칫 공항 업무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
트랙터 시위대가 렁지스 시장을 타깃으로 삼은 건 값싼 외국산 농산물 수입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농민들은 EU와 정부의 각종 규제를 지켜가며 농작물을 재배·판매해봐야 결국 시장에선 낮은 관세로 들어오는 외국산에 밀린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


정부는 농민 시위대가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인근 6번, 10번 고속도로에 헌병대의 장갑차들을 배치했다.
트랙터 시위대는 이에 맞서 우회로를 찾아가며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시위대의 접근 소식에 시장에서 평소의 2∼3배 물량을 구입해 비축해두는 식당 주인도 늘고 있다.
농민들의 분노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자 프랑스 정부는 EU의 농업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며 EU 측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마르크 페스노 농업부 장관은 이날 아침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론적으로 농부들이 EU의 공동농업정책(CAP)에 따라 지원받으려면 농경지의 4%를 휴경해야 하는데 이 비율을 3%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매년 CAP로부터 총 90억 유로를 지원받는다.
페스노 장관은 농민들의 가장 큰 불만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 농산물 수입에 대해서도 "곡물, 설탕, 가금류에 수입 쿼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부 장관도 라디오에서 "EU와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간 자유무역협정(FTA)은 우리 농민에게 좋지 않다"며 "이 협정에 서명할 수도 없고 서명해서도 안 된다"고 EU를 압박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내달 1일 EU 특별정상회의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을 만나 메르코수르 협정 반대 등 농민들 의사를 강하게 전달한다는 입장이다.

s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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