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사망에도 한박자 쉰 보복공격…"바이든의 '골디락스' 전법"

입력 2024-02-03 19:21  

미군 사망에도 한박자 쉰 보복공격…"바이든의 '골디락스' 전법"
"이란과 전쟁 안할 정도로만"…공화 "뱀머리 쳐야" 직접 타격 주장
대선 앞둔 바이든 '줄타기'…이란 대응에 따라 진폭 결정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미국이 2일(현지시간) 단행한 중동 주군 미군 사망에 대한 보복 공격은 상당한 강도였으나 파괴적이지는 않은 절제된 수준이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미국은 본토에서 날아간 전략폭격기 B-1 랜서까지 동원해 이라크와 시리아에 있는 '이란 관련 시설' 85개를 30분간 타격했는데, 이는 미군이 동원할 수 있는 최대 공격력에는 한참 못 미친다.
친이란 민병대의 공격으로 요르단 주둔 미군 3명이 죽고 40명이 다친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제한적 대응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미국은 미군기지 공격 배후로 지목한 이란을 직접 공격하지 않았다.
이는 이스라엘 전쟁 수습, 11월 대선 준비, 유가 상승 방지 등의 이유로 '중동에서의 확전', '이란과의 전쟁'을 않았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관측된다.
미국 CNN 방송은 "보복 공격은 분명히 계산된 선택이었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진심을 보여줄 수 있을 만큼 세게 공격하되, 상대가 반격하지 않고 타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미국이 군인 피해를 확인한 후 5일 이상 군사 대응 방침과 공격 목표물에 대해 암시한 것도 이란의 오해를 방지하고 이란이 민병대 기지에서 인력을 철수하게 함으로써 더 큰 갈등을 피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브래들리 보우먼 선임 국장은 영국 BBC에 "공격을 암시함으로써 미국은 이 작전에 너무 강하지도, 너무 부드럽지도 않은 '골디락스' 접근법을 채택할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에서 유래한 '골디락스'는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상태를 가리킨다.
보복 공격을 통해 미군을 향한 공격 시도를 차단하면서도 사전에 정보를 흘려 상대가 본격적인 군사 대결까지는 생각하지 않게끔 적정한 온도로 위기를 관리하면 전쟁을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아랍·걸프 국가연구소의 후세인 이비시 연구원도 미국이 군인 사망 후 일주일이나 보복을 미룬 것에 대해 "미국이 이란 내부 공격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야당인 공화당은 이런 바이든 행정부의 대응을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 마크 존슨 하원의장은 "공개적인 손짓과 과도한 신호 전달은 지난 몇 달 동안 계속된 공격을 결정적으로 종식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약화시킨다"고 말했다.
톰 코튼 아칸소주 상원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해 "허약하다"며 "그런 태도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를 더욱 대담하게 만들 뿐"이라고 주장했다.
마크웨인 멀린 오클라호마 상원의원은 수위를 한층 높여 "억지력은 지연된 반쪽짜리 조치가 아니고 뱀의 머리를 떼어내는 것"이라며 이란 직접 타격을 촉구하고 나섰다.
바이든 행정부는 제한적이고 절충적인 보복에 나선 것이 정치적 계산이나 여론조사, 대선 일정과는 관계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놓고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상당한 정치적 위험을 안고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동에서 더 큰 전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해왔는데, 관건은 이란과 '저항의 축'으로 불리는 무장세력들을 성공적으로 억제하느냐다.
미국과 이란 양측 모두 현재로서는 전쟁을 원치 않는다고 밝히고 있지만, 공개적인 갈등을 더 이상 피할 수 없거나 외교적 공간이 부족해지면 긴장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유약한 지도자'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하지만, 공화당 일각의 주장처럼 이란을 직접 공격할 경우 '전쟁광'이라는 비난에 휩싸일 수 있는 딜레마 상황이다.
미군의 보복 공격은 일회성이 아닌 다단계로 진행되기에 이란과 친이란 세력의 후속 대응에 따라 중동 내 확전 위기의 진폭이 결정될 전망이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 이란 책임자는 "지난 몇 년간의 패턴은 이란이 항상 같은 방식으로 보복한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미국과 이란 모두 먼저 눈을 깜박일 여유가 없는 치킨 게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withwi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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