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족쇄' 풀린 이재용, '뉴삼성' 위한 대규모 투자 속도낼까(종합)

입력 2024-02-05 16:50  

'경영 족쇄' 풀린 이재용, '뉴삼성' 위한 대규모 투자 속도낼까(종합)
검찰 항소 가능성 있지만 일단 사법 리스크 해소
대규모 투자·M&A 시동 걸듯…등기이사 복귀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2016년 국정농단 사태부터 햇수로 9년째 겪은 '사법 리스크'가 일단 해소됐다.
이에 따라 향후 삼성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에도 시동이 걸리며 본격적인 '이재용식 뉴삼성' 구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1심 무죄에 부담 덜어…"사법 리스크 일단락 계기"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이날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이 사건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아직 검찰의 항소 가능성이 남아 있어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 있어 '마지막 단추'로 여겨졌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정당성을 1심에서 인정받으면서 이 회장도 한층 부담을 덜게 됐다.
무엇보다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고물가·고금리 등 복합 위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또다시 '경영 족쇄'가 채워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시절 이 회장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이끌었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재판에 앞서 열린 간담회에서 "국제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나 삼성그룹의 위상에 비춰서 이번 절차가 소위 사법 리스크를 일단락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뉴삼성' 구축 행보 빨라질 듯…대형 투자·M&A 기대감↑
이번 무죄 선고로 향후 이 회장의 '뉴삼성' 구축을 위한 경영 행보도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대규모 투자 결정이나 M&A 추진 등에 대한 기대감도 큰 상태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패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인공지능(AI), 바이오, 전장, 로봇 등의 분야에서 M&A 등 기업 간 합종연횡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그간 삼성은 상대적으로 한발 물러선 상태였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연초 'CES 2024' 간담회에서 "AI와 디지털 헬스, 핀테크, 로봇, 전장 등 5개 분야에서 최근 3년간 260여개 회사에 벤처 투자를 진행했다"고 밝히긴 했지만, 삼성의 대형 M&A는 2017년 9조원을 투자한 미국 전장업체 하만 인수가 마지막이었다.
이 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난 직후인 2021년 8월 향후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초대형 투자 계획을 발표한 점 등을 감안하면 조만간 대형 투자 계획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앞서 삼성은 이 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된 지 6개월 만인 2018년 8월에도 미래 성장 기반 구축을 위해 3년간 총 180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그중 130조원은 국내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75조원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금 보유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그동안 제대로 된 투자를 못 하고 현금을 쌓아뒀다는 얘기"라며 "그동안 보수적으로 운영해왔다면 앞으로는 보다 과감하고 앞서가는 투자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먹거리 확보와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장기 해외 출장도 종종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은 글로벌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이 전 세계를 누비며 네트워크를 쌓고 신사업 발굴에 나서는 동안 이 회장은 일주일에 1∼2번씩 재판에 출석하느라 상대적으로 해외 출장에 일정 부분 제약을 받아왔다.
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지내며 경영 구상에 몰두한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과 달리 이 회장은 작년 5월 다녀온 22일간의 미국 출장이 2014년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최장 기간 해외 출장이었다.
이 회장은 앞서 최후진술에서도 "글로벌 공급망이 광범위하게 재편되고 있고 생성형 AI 기술이 반도체는 물론 전 세계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등 상상보다 빠른 속도로 기술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며 "현재 벌어지는 이런 일은 사전에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위기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사법 리스크를 털어낸 이 회장이 '뉴삼성' 구축에 속도를 내며 대규모 인사나 개혁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작년 말 신설한 미래사업기획단 등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 등기임원 복귀 빨라지나…지배구조 개선·컨트롤타워 부활 가능성도
만약 검찰이 항소를 안 하고 이대로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면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도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다음 달 주주총회에 관련 안건이 상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4대 그룹 총수 중 미등기 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앞서 삼성전자 이사회는 2022년 10월 27일 이 회장의 승진 안건을 의결하며 책임 경영 강화와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참여연대는 논평에서 "미등기임원인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에 오르게 되면 권한은 있으면서 법적 책임은 지지 않게 돼 중대재해처벌법 등의 적용도 피해갈 수 있어 삼성이 주장하는 책임 경영과는 거리가 멀다"고 비판한 바 있다.
삼성이 그동안 묵혀 뒀던 지배구조 개선 작업과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등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는 '이 회장 등 오너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진다.
이 회장(18.10%)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삼성물산 지분 33.63%를 보유 중이며, 이 지분을 통해 삼성생명,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하고 있다. 그룹 주력인 삼성전자에 대한 이 회장의 지분은 1.63%에 불과하다.
앞서 삼성의 외부 감시 조직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도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을 핵심 과제로 추진했으나, 수직적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뚜렷한 해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이날 3기 임기를 시작한 이찬희 삼성 준감위원장은 3기 활동에 대해 "컨트롤타워라든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도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앞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도 "삼성은 어마어마하게 큰 항공모함"이라며 "많은 조직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 한 컨트롤타워가 없으면 효율성과 통일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실적 개선 모멘텀이 나타나고 있는 현재 삼성은 반등하냐 고꾸라지냐의 기로에 서 있다"며 "심각한 위기 상황인 만큼 이날 선고 이후 이 회장의 경영 행보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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