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위 1년5개월만에…찰스 3세 암 진단에 영국 왕실 비상

입력 2024-02-06 11:47   수정 2024-02-06 11:50

즉위 1년5개월만에…찰스 3세 암 진단에 영국 왕실 비상
국왕 공개활동 중단…보고·결제·비공개 회의는 계속
업무수행 불가시 서열 1위 윌리엄 왕세자가 대행
바이든·마크롱·트뤼도 등 쾌유 기원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찰스 3세(75) 영국 국왕이 2022년 9월 즉위한 지 1년 5개월 만에 암 진단을 받으면서 영국 왕실에 비상이 걸렸다.
영국 왕실은 국왕이 가능한 한 빨리 공개 일정에 복귀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으나 고령에 암 투병을 하게 된 만큼 왕위 계승 서열 1위 윌리엄(41) 왕세자 등 왕실 직계가족의 역할과 왕실 업무의 향방에 시선이 쏠린다.

◇ 당분간 공개업무 중단…보고결제·비공개 회의 계속
영국 왕실은 5일(현지시간) 찰스 3세가 지난주 전립선 비대증 치료 중 암을 발견해 치료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전립선암은 아니라고 했으나 암의 종류나 단계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샌드링엄 영지에서 런던으로 이동한 찰스 3세는 거처인 클래런스하우스에서 머물면서 통원 치료를 하게 된다.
다만 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 등 어떤 방식의 항암 치료를 받게 될지, 어느 병원에서 치료받는지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찰스 3세는 치료를 받는 동안 이전과 같은 공개 활동에 나서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찰스 3세가 고령이지만, 이번에 전립선 비대증 치료 사실을 공개하기 전까지는 건강상 중대한 문제가 있는지 알려진 바는 없었다.
영국 대중지 데일리 메일은 찰스 3세가 "대단히 긍정적"인 모습이고 친지들도 업무를 평소처럼 수행하겠다는 찰스 3세의 의지에 놀라고 있다면서, 이는 그의 상태가 초기에 발견돼 예후가 좋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보도했다.


버킹엄궁은 "안타깝게도 국왕의 향후 공개 일정은 변동 또는 연기돼야 할 것"이라며 "국왕이 가능한 한 빨리 전면적인 공개 업무에 복귀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찰스 3세가 공개 행사에서는 물러나 있더라도 국가원수로서 서류작업과 비공개회의는 이어갈 것이라고 버킹엄궁은 설명했다.
영국 국왕은 상징적이고 의례적인 권력만 가지며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받는다.
국왕의 빨간색 가죽 상자에는 매일 정부로부터 온 보고나 결제 요청 등이 담긴다. 총리는 보통 수요일마다 버킹엄궁에서 국왕을 알현하며, 이 회동에서 오간 대화는 전면 비공개로 기록에 남지 않는다.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찰스 3세는 치료 중에도 빨간 상자 문건을 계속 받는다. 총리와의 주간 알현도 이어가기를 바라고 있는데, 대면이 아닌 전화 통화가 될 수도 있다.
이 매체는 케이트 왕세자빈의 복부 수술 이후 대외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는 윌리엄 왕세자가 이번 주 복귀해 아버지를 대신해 이전보다 많은 업무를 수행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 "국왕 업무 일절불가 상황 되면 섭정은 윌리엄 왕세자"
영국 관련법에 따라 국왕이 질병이나 외국행으로 일시적으로 국가원수로서 공식 책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경우에 대비해 그 권한을 대행할 수 있는 2명 이상의 국가고문(Counsellors of State)이 지정된다.
국가고문이 될 수 있는 왕족은 국왕의 배우자, 그리고 21세 이상 성인 중 왕위 계승 서열이 높은 순서대로 4명이다.
이에 따르면 커밀라 왕비와 국왕의 두 아들 윌리엄 왕세자와 해리(39) 왕자, 국왕의 동생인 앤드루(63) 왕자, 앤드루의 장녀인 베아트리스(35) 공주다.
2022년 찰스 3세의 요청에 따라 의회는 성추문을 일으킨 앤드루 왕자와 미국으로 이주한 해리 왕자가 이런 업무 수행을 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찰스 3세의 나머지 두 동생인 에드워드(59) 왕자와 앤(73) 공주를 국가고문에 추가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국가고문의 이같은 권한대행 기능이 가동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국왕이 헌법상 의무를 전혀 수행할 수 없고 국가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될 경우 국왕의 권한은 섭정에게로 이양되는데, 만약 찰스 3세가 이런 상황이 되면 1937년 섭정법에 따라 섭정은 윌리엄 왕세자가 된다고 미국 CNN 방송은 전했다.
영국 왕위 계승 서열은 국왕의 장남인 윌리엄 왕세자가 1순위이며, 윌리엄 왕세자와 케이트 왕세자빈의 아들 조지(10) 왕세손이 2순위다.
이어 윌리엄 왕세자 부부의 둘째, 셋째 자녀인 샬럿 공주(8)와 루이 왕자(5)가 그 뒤를 잇는다.

찰스 3세의 차남인 해리 왕자가 서열 5위이며, 그가 부인인 메건 서식스 공작부인 사이에서 낳은 자녀인 아치 왕자(4)와 릴리벳 공주(2)가 6∼7순위다.
해리 왕자는 왕실과 불화 끝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이후 방송 출연과 자서전 발간을 통해 왕실 비밀을 폭로해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해리 왕자는 찰스 3세와 통화해 암 진단과 관련해 대화했으며, 며칠 내로 영국으로 돌아와 아버지를 만날 것이라고 BBC가 해리 왕자의 대변인을 인용해 보도했다.

◇ 70년 기다렸다 즉위, 왕위 안착했는데…군주제 해묵은 우려도
2022년 9월 8일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하면서 즉위한 찰스 3세는 올해 75세다. 그가 세 살이던 1952년에 어머니가 즉위했던 만큼 70년을 후계 서열 1위로 지내다가 왕위에 올랐다.
젊은 왕세자 시절 고 다이애나 왕세자빈과의 불화 및 불륜 등으로 구설에 수시로 오르내렸으나 노년에 커밀라 왕비와 함께 즉위한 후로는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며 왕위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독일과 프랑스를 국빈 방문했고, 작년 12월에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개최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연설했다.
일간 가디언은 70년을 후계자에 머물다가 즉위한 국왕이 이제 막 성과를 내고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 와중에 암 진단을 받게 됐다면서, 그의 향후 역할에 의구심을 낳게 됐다고 짚었다.


고령인 국왕의 암 투병으로 영국 군주제에 대한 해묵은 우려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왕실 역사학자 에드 오원스는 "국왕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하면 헌법에 관한 의문이 제기되고 나머지 왕족들이 이미 과도하게 지고 있는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며 "영국 헌법의 아주 인간적이면서도 취약할 수 있는 속성이 드러나는 순간"이라고 지적했다.
찰스 3세뿐 아니라 복부 수술을 받은 맏며느리 케이트 왕세자빈, 흑색종 투병 사실을 공개한 전(前) 제수 세라 퍼거슨 요크 공작부인도 병원 신세를 지고 있어 왕실의 대외활동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세계 정상들 쾌유 기원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폐하의 완전하고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며 "곧 전력의 상태로 돌아오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라고 썼다.
아일랜드 민족주의자로는 사상 처음 북아일랜드 자치정부의 신임 수반이 된 미셸 오닐 수반도 엑스(X·옛 트위터)에 "찰스 국왕의 질환 소식에 매우 안타깝고 완전하고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고 했다.
전 세계 정상들도 쾌유를 기원했다.
동맹인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라스베이거스 방문 중 기자들의 관련 질문을 받고 "우려가 된다. 그와 대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엑스에 "암 진단과 치료, 생존 과정에는 희망과 절대적 용기가 필요하다"며 "질과 나는 국왕의 빠른 쾌유를 위해 기도하는 영국인들과 함께한다"고 썼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 영국 국민과 마음을 나눈다"고 밝혔다.
영연방 국가인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도 엑스에 "캐나다 국민, 전 세계인들과 마찬가지로 암 치료를 받는 찰스 3세 국왕을 생각하고 있다"며 "빠른 쾌유를 바란다"고 했다.

cheror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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