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문만 남은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독과점 우려 해소중"
'EU 요구' 시정조치로 화물·여객 경쟁제한 우려는 사라져
LCC 합병저지 美법원 판결 영향 주목…"테이블 세팅됐다"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의 가장 큰 관문이었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이하 EU) 기업결합 심사가 13일 조건부 승인으로 마무리되면서 국내 초대형 항공사(메가 캐리어) 탄생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국 가운데 미국을 제외한 13개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대한항공이 가장 까다로울 것으로 예상됐던 EU의 관문을 넘으면서 마지막 절차인 미국의 기업결합 심사는 비교적 수월하게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미국 경쟁당국이 다른 국가에 비해 경쟁 제한 여부를 유심히 살펴보는 만큼 여러 요건을 내세워 합병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아직 남아있다.
◇ 여객·화물 독과점 우려 대부분 해소…"이변없는 한 승인 예상"
인수 주체인 대한항공은 미국 경쟁당국과 순조롭게 협의가 진행 중인 만큼 올해 상반기 내 필요 절차를 마치고 무난히 승인받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대한항공은 미국 경쟁당국에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항공산업 구조조정을 위해 이번 인수·합병 논의가 시작됐고, 미국 내 경쟁제한이 우려되는 노선에 신규 항공사의 진입과 증편이 이뤄졌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미국에 앞서 EU의 요구로 독과점 우려가 있었던 부분이 대부분 해소된 것도 미국의 기업결합 심사 통과 가능성을 높인다.
자유시장경제를 중시하는 미국은 인수·합병에 있어 경쟁 제한 요소를 유심히 살펴보는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있어선 화물사업의 독점 여부를 우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EU가 먼저 대한항공에 시정조치를 요청했고, 이에 두 항공사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분리 매각안'을 의결해 제출하면서 이와 관련한 걸림돌은 사라진 것으로 해석된다.
여객 부문에선 국내 저비용항공사인 에어프레미아가 독과점 우려 노선에 다수 취항하고 있는 점이 심사 통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에어프레미아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와 하와이, 뉴욕을 운항 중이고, 오는 5월 샌프란시스코도 취항한다. 이러한 운항 실적은 미주 노선이 이미 경쟁 환경에 놓였다는 것으로 이해될 여지가 크다.
한국과 미국이 항공 자유화 협정을 맺는 등 항공 분야에서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는 점도 기대를 키우는 요인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제 미국만 남았는데 (심사 통과를 위한) 전체적 틀은 갖춰졌다고 본다"며 "미국이 유럽보다 화물사업 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컸는데 이는 EU가 요구한 시정조치안에 따라 해결됐고, 자연스럽게 테이블 세팅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쟁점은 대한항공이 경쟁 제한 중복노선에 대해 어떻게 시정조치를 할 것이냐인데 이미 자구안이 잘 마련된 상태라 큰 이변이 없는 한 합병 승인이 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 美 LCC 합병저지 사례·폴리티코 보도로 "안심해선 안돼"
다만 미국이 최근 경쟁 제한을 이유로 자국 저비용 항공사 간 합병을 불허한 사례가 있어 안심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앞서 미국 법무부는 미국 저비용항공사(LCC)인 제트블루와 경쟁사 스피릿 항공의 인수·합병을 불허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연방법원이 법무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두 항공사의 결합은 최종 무산됐다.
두 항공사 합병으로 항공산업 경쟁이 줄고, 항공료가 인상돼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는 것이 연방법원의 판결 이유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은 중복노선이 150여개에 달하는 제트블루·스피릿과 달리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은 5개뿐이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시 영향을 받는 미국 소비자는 전체의 1.5%에 불과하다며 이 판결이 기업결합 심사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적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미 법무부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획을 좌절시키기 위해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만큼 미국 경쟁당국이 최종 승인을 결정하기 전까진 독과점 요소를 최대한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 항공업계 관계자들의 조언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화물사업 매각, 운수권·슬롯 반납 등 시정조치를 최대한 빠르게 시행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합병 승인 시 중복으로 취항하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4개 유럽 여객 노선의 운수권 일부와 슬롯을 국내 저비용항공사에 넘길 예정이다.
이 노선을 이관받을 것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항공사는 티웨이항공이다.
앞서 EU는 티웨이항공으로부터 제공받은 유럽 노선 취항 능력 등에 관한 정보를 바탕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대한항공은 합병 후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한 이후 화물사업도 연내에 매각할 방침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내 항공업계에서 다시 나오지 않을 '빅딜'인 만큼 성사를 위해 정부나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힘을 합쳐야 한다"며 "안심하지 말고 마지막까지 자구안으로 미국 경쟁당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viv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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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요구' 시정조치로 화물·여객 경쟁제한 우려는 사라져
LCC 합병저지 美법원 판결 영향 주목…"테이블 세팅됐다"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의 가장 큰 관문이었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이하 EU) 기업결합 심사가 13일 조건부 승인으로 마무리되면서 국내 초대형 항공사(메가 캐리어) 탄생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국 가운데 미국을 제외한 13개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대한항공이 가장 까다로울 것으로 예상됐던 EU의 관문을 넘으면서 마지막 절차인 미국의 기업결합 심사는 비교적 수월하게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미국 경쟁당국이 다른 국가에 비해 경쟁 제한 여부를 유심히 살펴보는 만큼 여러 요건을 내세워 합병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아직 남아있다.
◇ 여객·화물 독과점 우려 대부분 해소…"이변없는 한 승인 예상"
인수 주체인 대한항공은 미국 경쟁당국과 순조롭게 협의가 진행 중인 만큼 올해 상반기 내 필요 절차를 마치고 무난히 승인받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대한항공은 미국 경쟁당국에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항공산업 구조조정을 위해 이번 인수·합병 논의가 시작됐고, 미국 내 경쟁제한이 우려되는 노선에 신규 항공사의 진입과 증편이 이뤄졌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미국에 앞서 EU의 요구로 독과점 우려가 있었던 부분이 대부분 해소된 것도 미국의 기업결합 심사 통과 가능성을 높인다.
자유시장경제를 중시하는 미국은 인수·합병에 있어 경쟁 제한 요소를 유심히 살펴보는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있어선 화물사업의 독점 여부를 우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EU가 먼저 대한항공에 시정조치를 요청했고, 이에 두 항공사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분리 매각안'을 의결해 제출하면서 이와 관련한 걸림돌은 사라진 것으로 해석된다.
여객 부문에선 국내 저비용항공사인 에어프레미아가 독과점 우려 노선에 다수 취항하고 있는 점이 심사 통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에어프레미아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와 하와이, 뉴욕을 운항 중이고, 오는 5월 샌프란시스코도 취항한다. 이러한 운항 실적은 미주 노선이 이미 경쟁 환경에 놓였다는 것으로 이해될 여지가 크다.
한국과 미국이 항공 자유화 협정을 맺는 등 항공 분야에서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는 점도 기대를 키우는 요인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제 미국만 남았는데 (심사 통과를 위한) 전체적 틀은 갖춰졌다고 본다"며 "미국이 유럽보다 화물사업 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컸는데 이는 EU가 요구한 시정조치안에 따라 해결됐고, 자연스럽게 테이블 세팅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쟁점은 대한항공이 경쟁 제한 중복노선에 대해 어떻게 시정조치를 할 것이냐인데 이미 자구안이 잘 마련된 상태라 큰 이변이 없는 한 합병 승인이 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 美 LCC 합병저지 사례·폴리티코 보도로 "안심해선 안돼"
다만 미국이 최근 경쟁 제한을 이유로 자국 저비용 항공사 간 합병을 불허한 사례가 있어 안심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앞서 미국 법무부는 미국 저비용항공사(LCC)인 제트블루와 경쟁사 스피릿 항공의 인수·합병을 불허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연방법원이 법무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두 항공사의 결합은 최종 무산됐다.
두 항공사 합병으로 항공산업 경쟁이 줄고, 항공료가 인상돼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는 것이 연방법원의 판결 이유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은 중복노선이 150여개에 달하는 제트블루·스피릿과 달리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은 5개뿐이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시 영향을 받는 미국 소비자는 전체의 1.5%에 불과하다며 이 판결이 기업결합 심사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적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미 법무부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획을 좌절시키기 위해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만큼 미국 경쟁당국이 최종 승인을 결정하기 전까진 독과점 요소를 최대한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 항공업계 관계자들의 조언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화물사업 매각, 운수권·슬롯 반납 등 시정조치를 최대한 빠르게 시행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합병 승인 시 중복으로 취항하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4개 유럽 여객 노선의 운수권 일부와 슬롯을 국내 저비용항공사에 넘길 예정이다.
이 노선을 이관받을 것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항공사는 티웨이항공이다.
앞서 EU는 티웨이항공으로부터 제공받은 유럽 노선 취항 능력 등에 관한 정보를 바탕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대한항공은 합병 후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한 이후 화물사업도 연내에 매각할 방침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내 항공업계에서 다시 나오지 않을 '빅딜'인 만큼 성사를 위해 정부나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힘을 합쳐야 한다"며 "안심하지 말고 마지막까지 자구안으로 미국 경쟁당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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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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