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필두로…세계 각국 뒤흔드는 '국가주의적 보수주의'

입력 2024-02-16 18:17  

트럼프 필두로…세계 각국 뒤흔드는 '국가주의적 보수주의'
이코노미스트 "자유시장 추구 기존 보수주의 밀어내"
"자유주의, 국민 불만 심각하게 인식하고 정책 대안 마련해 적응해야"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필두로 하는 국가주의적 보수주의(national conservatism)가 자유시장과 '작은 정부', 세계화로 표상되는 기존 보수주의를 밀어내고 세계적으로 득세하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5일(현지시간) 세계 각국에서 국가주의적 보수주의의 위험성이 날로 커지고 있어 기존 자유주의가 시급히 반격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는 자유시장 경제 중심의 새로운 보수주의를 세웠다.
하지만 오늘날 트럼프 전 대통령,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등은 이런 보수주의 정통성을 파괴하고 대신 국가 주권을 개인보다 우선시하는 국가주의적 보수주의를 구축하고 있다.
'큰 정부'에 회의적이었던 기존 보수주의와 달리 국가주의적 보수주의자들은 보통 사람들이 비인간적인 세계적 세력에 의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국가가 그들의 구원자라고 생각한다.
국가주의적 보수주의는 자유시장이 엘리트들에 의해 조작되고 있다고 의심하고 이민에 적대적이며, 다문화주의 등 다원주의를 경멸한다.
일각에서는 이런 국가주의적 보수주의 흐름이 결국 사그라들 것으로 기대한다.
이들이 집권하고 국가주의의 여파로 무역이 타격을 받아 경제가 어려워지고 시민의 권리가 축소돼서 사람들의 삶이 나빠지면 유권자들이 이들을 외면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시각은 용서할 수 없을 정도로 안이한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비판했다.
우선 세계 주요국에서 이들의 집권이 유력해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으며, 6월 열리는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극우의 약진이 예상된다.
독일에서는 지난해 12월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지지율이 23%까지 치솟는 기록을 세웠다.
프랑스에서는 극우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이 2027년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꽤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정책이 실패해도 세계주의자와 이민자 등의 탓으로 돌리고 자신들은 책임에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국가주의적 보수주의자들은 집권에 성공하면 법원, 대학, 언론 등 각종 기관을 장악해 권좌를 굳힐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이미 오르반 총리의 법과정의당(PiS) 정권이 헝가리에서 이렇게 해왔으며, 미국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독재적인 국정 구상을 노골적으로 밝혀왔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정부 안팎의 기관들이 일단 취약해지면 이를 복구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전통적인 보수주의자·자유주의자들이 이런 국가주의적 보수주의에 대처하려면 우선 사람들의 정당한 불만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방 여러 나라 국민들은 불법 이민을 무질서의 원천이자 공공 재정이 새어나가는 곳으로 보고, 신기술로 일자리를 잃을까 불안해하고 있다.
또 지난 수십 년간 승승장구했던 세계주의자들을 자기 잇속만 차리는 오만한 계급으로 본다.
이런 국민들의 불평에는 일리가 있으며, 이들을 비웃는 것은 엘리트들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지게 됐는지를 확인시켜줄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 자유주의자들과 보수주의자들은 국가주의적 보수주의를 다루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촉구했다.
예를 들어 불법 이민을 억제하면 합법적 이민이 쉬워지며, 집값을 밀어 올려 청년층을 부동산 시장 바깥으로 몰아내는 규제 중심의 도시 계획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과도한 좌파의 주장에 맞서 표현의 자유나 개인의 권리 같은 자유주의 원리를 옹호해야 하며, 애국주의에 대한 거부감을 극복해 국가적인 신화와 상징의 힘을 국가주의적 보수주의에 넘겨주지 않아야 한다.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노예제도 폐지 운동, 페미니즘 운동, 사회주의 운동의 성과를 언급하면서 자유주의의 큰 강점은 적응 능력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자유주의는 국가주의적 보수주의에도 적응할 수 있지만, 지금 당장은 뒤처지고 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jh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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