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주북독일대사 "北, 트럼프 승리 희망…美대선까지 도발 지속"

입력 2024-02-29 02:36  

前주북독일대사 "北, 트럼프 승리 희망…美대선까지 도발 지속"
"김정은 '적대국가' 규정 놀랍지 않아…헌 술 새 부대 담은 것 뿐"
"北, 트럼프 당선시 재협상 나설 가능성…긴장 높아야 트럼프 명분있다고 봐"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토마스 섀퍼 전(前) 북한 주재 독일대사는 28일(현지시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북미관계의 극적인 반전을 위해 미국 대선까지 북한이 도발 행위를 강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평양에 두 차례 부임했던 섀퍼 전 대사는 이날 미국 공영라디오 NPR 기고문에서 "북한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남한의 흡수 통일로, 북한 입장에서 한국은 실존하는 위협이며, 이는 오직 한미 동맹이 약화해야만 중화될 수 있다는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섀퍼 전 대사는 "북한은 다음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를 희망한다"며 "평양 입장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보다 손쉬운(amenable) 인물이며,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미국 대선까지 한국 및 미국과의 긴장 고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이라 할지라도, 북한은 한국을 통제하고자 한다"면서 "북한 입장에서 통일은 두 사회의 합병이라기보다는 통제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북한에 주재할 당시 복수의 관리들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통일의 첫 국면은 두 나라의 정부와 체제가 공존하고 군사분계선도 유지한 채 한국으로부터 경제 지원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공동의 외교·안보 정책이 추진되고, 대북 억제의 핵심인 주한미군과 미국의 핵우산은 철수된다"고 소개했다.
그는 "마지막 단계는 북한의 지배하에 한국이 통일되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을 '적대 국가'로 규정한 것이 놀랍지 않은 이유"라고 밝혔다.
섀퍼 전 대사는 "북한은 한국을 자신의 지배하에 두겠다는 의도에 변함이 없다"며 "북한 정권의 최근 전술은 긴장 고조를 의미하지만, 이는 헌 술을 새 부대에 따르는 것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섀퍼 전 대사는 "다만 차이라면 북한은 오늘날 트럼프라는 새로운 청중을 두게 됐다는 점"이라며 "2016년 중반까지만 해도 북한 언론은 트럼프에게 거의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공화당 후보로서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하자 북한 선전 매체들은 트럼프를 선견지명이 있고 현명한 인물로 묘사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북한 관리들은 트럼프에 대해 혼란스러워했다. 한 교섭당국자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고, 또 다른 사람은 그저 웃었다"면서 "오랜 기간 이들과 접촉한 바에 따르면, 나는 북한이 트럼프를 이용하려 한다고 느꼈다. 트럼프의 피상성과 허영심, 화려한 거래에 대한 집착을 이용해 이전에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것들을 얻으려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2018년 북미 회담이 가시권에 들었을 때 나는 북한이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 공식·비공식 접촉을 통해 파악하려 애썼다"면서 "이들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으며, 한 사람은 트럼프와의 거래로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대신 추가 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다른 정치·경제적 양보를 할 것으로 예측했다"고 전했다.
그는 "북미 정상 회담 직전 나는 독일에 북한은 트럼프를 설득해 보여주기식 협상을 성사시켜 일시적 유화 국면을 조성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면서 "그러나 이는 장기적으로는 한미 동맹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으며, 실제 2018년 6월 트럼프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선언했다"고 덧붙였다.
섀퍼 전 대사는 "북한 입장에서 현재 한미의 한반도 정책은 트럼프 시절보다 나쁘다"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연합 군사 훈련을 재개했고, 일본까지 포함해 삼각 공조를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섀퍼 전 대사는 "북한이 하노이 회담에서 원하는 모든 것을 얻지는 못했지만, 평양은 트럼프가 승리하면 북한에 두번째 기회가 있다고 믿을 것"이라면서 "이는 주한미군 철수 및 한미 동맹 약화, 궁극적으로는 한국을 북한의 통제 아래 두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북한이 트럼프에게 또 한번 협상의 기회를 줄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는 그때까지 북한이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 시 가능한 '성공'을 제공하기 위해 한국과 긴장을 고조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예측했다.
그는 "북한 입장에서는 긴장을 고조할수록 협상에서 여지가 많아지고, 트럼프가 평화를 지켜냈다고 주장하며 챙길 이익이 커진다고 본다"면서 "북한은 트럼프가(하노이 회담에서 약속하지 않은 것을) 이번에는 줄 수도 있다고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섀퍼 전 대사는 2007~2010년, 2013년부터 팬데믹으로 대사관을 폐쇄한 2018년까지 두 차례 주북독일대사를 지냈다.
kyungh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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