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이 무슨 죄?…이스라엘 통제에 기아 내몰린 가자지구

입력 2024-03-04 16:33   수정 2024-03-04 16:48

민간인이 무슨 죄?…이스라엘 통제에 기아 내몰린 가자지구
반입물품 제한에 구호품 실은 트럭 통행량 급감
가자북부는 군사작전에 구호품 전달 차질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만 5개월을 앞둔 가운데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인도적 위기가 이스라엘의 봉쇄 정책 탓에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3일(현지시간) '구호 작업에 대한 이스라엘의 통제가 어떻게 가자지구를 기근 위기로 몰아넣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제한받는 현실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WP는 미국 정부가 지난 2일 수송기 3대를 이용해 가자지구에 3만8천명분 식량을 공중에서 투하한 것에 대해 "가자지구 전쟁을 둘러싼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이스라엘 정부의 커진 균열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작년 10월 초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전쟁이 시작된 뒤 미국이 가자지구에 항공으로 구호품을 투하하기는 처음이다.
이스라엘의 통제가 까다로운 육로가 아니라 공중으로 구호품을 전달했다는 점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불만을 간접적으로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가자지구에 대한 식량 투하 방침을 밝히면서 "우리는 가자에 수백 대의 트럭이 오가게 해야 한다"며 육로를 통한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마스의 기습 직후 이스라엘 정부는 물, 전기, 연료까지 차단하며 가자지구를 완전히 봉쇄했다가 유엔 등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은 뒤 봉쇄정책을 완화해왔다.
그럼에도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줄었다는 점은 구호 트럭의 숫자로 선명히 드러난다.
유엔에 따르면 전쟁이 터지기 전 하루 평균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트럭은 약 500대였는데 올해 1월에는 이 숫자가 170대로 줄었고 지난달에는 98대까지 줄었다.
심지어 지난달에는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트럭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날도 며칠 있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2월 중순 가자지구 진입 화물의 주요 통로인 케렘 샬롬 검문소를 다시 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복잡하고 불분명한 검문 절차 때문에 구호 물품이 다량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인도적 구호단체들은 불만을 터뜨린다.
국제아동권리단체 세이브더칠드런 미국 지부 대표 잔티 소립토는 가자지구로 가는 일부 품목들이 '마구잡이'로 보이는 기준에 따라 거부되고 있다고 말했다.
발전기, 텐트 기둥, 위생 시설 등은 하마스가 군사적으로 전용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반입이 거부되는 품목이다.
게다가 인형이 든 나무상자 등의 물품이 허용되지 않는 사례도 있다고 소립토는 비판했다.
한 미국 당국자는 이스라엘 당국이 시대에 뒤처진 2008년 규정에 따라 가자지구 반입 기준을 들쭉날쭉하게 적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군사작전을 계속하는 상황도 구호품 지원에 커다란 걸림돌이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호송 차량은 지난 1월 23일 이후 가자지구 북부에 가지 못하고 있다.
가자지구 북부에는 팔레스타인인이 30만명 정도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가자지구 북부에 원조가 이뤄지도록 해달라는 구호단체들의 요구를 상당수 거부해왔다고 WP는 전했다.
일부 구호품 지원이 승인받더라도 구호 차량이 이스라엘 공격의 위험에 처하는 등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게 UNRWA의 설명이다.
UNRWA는 지난 2월 5일 구호품 호송대를 가자지구 북부에 보내려고 시도했지만 이스라엘 해군의 공격을 받았다.
이스라엘의 구호품 반입 통제는 "우리의 전쟁 상대는 하마스이지 가자지구 사람들이 아니다"는 이스라엘군의 주장을 무색하게 한다.
구호품 전달이 차질을 빚으면서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라메시 라자싱엄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조정국장은 가자지구 전체 인구 220만 명이 '위기' 수준의 식량 불안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이들 중 절반이 넘는 117만 명은 '비상' 수준의 식량 불안에, 50만 명은 더 심각한 '재앙' 수준의 식량 불안에 처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3일 성명을 통해 "지난 며칠간 가자지구 카말 아드완 병원에서 어린이 최소 15명이 영양실조와 탈수증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noj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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