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리창 총리 "당의 충실한 행동가 될것"…당정분리 종언 공식화?

입력 2024-03-05 15:54  

中리창 총리 "당의 충실한 행동가 될것"…당정분리 종언 공식화?
'시진핑 3기' 총리 첫 전인대 업무보고서 당 중심 거듭 강조…故 리커창 총리 시대엔 없던 표현
'중국공산당·당' 새로 넣은 국무원조직법 개정안도 상정…'덩샤오핑 이후 당정분리체제' 형해화
작년 리커창과 비교해 '시진핑' 언급 14→16회·'당 중앙' 9→13회…'경제'·'어려움' 언급은 줄어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의 취임 후 첫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정부 공작보고(업무보고)에선 '시진핑 중심'과 '당 중심' 경향이 한층 강해졌음이 분명해졌다.
리 총리는 이날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 14기 2차회의 개막식에서 예년 업무보고와 비슷한 분량인 51분 22초가량 정부 업무보고를 하면서 '시진핑'을 16회, '당 중앙'(黨中央)을 13회 각각 언급했다.
고(故) 리커창 전 총리가 발표자로 나섰던 2020년과 2021년, 2022년 정부 업무보고에선 '시진핑'이 12회 언급됐다. 리 전 총리의 작년 업무보고에서는 이 단어가 14회 등장했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의 약칭인 '당 중앙'이 2020∼2022년엔 8회씩, 작년엔 9회 등장했는데 올해는 13회로 늘어난 점도 눈길을 끈다.
시진핑 시대에 들어 자주 쓰이는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 표현이 2022년과 작년처럼 올해도 7회 나오긴 했지만, 올해 유독 '당 중앙'이라는 언급이 더 늘어난 것은 "당 중앙의 결정과 안배를 잘 이행(혹은 관철)한다" 등 국무원이 중국공산당 결정의 '집행자'가 되겠다는 취지의 말이 6회로 늘었기 때문이다.
작년 업무보고에서는 이런 표현이 두 차례만 나왔다.
특히 리 총리가 연설 과정에서 힘있는 목소리로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의 권위 있고 집중된 통일 영도를 견지하면서, 당 중앙의 결정과 안배를 잘 관철하는 집행자·행동파·충실한 행동가(實幹家)가 되겠다"고 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자기 목소리를 냈던 리커창 총리 시절에는 찾아보기 힘든 표현이다.
고인은 2020년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중국인 6억명의 월수입은 1천위안(약 18만5천원)밖에 안 된다. 1천위안으로는 중간 규모 도시에서 집세를 내기조차 어렵다"는 '소신 발언'을 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중앙정부를 대표하는 총리가 '당(시진핑) 중심'을 눈에 띄게 강조하는 이같은 변화는 개혁·개방 이후의 정치 제도화 흐름 속에 만들어진 당정 분리 관행이 '시진핑 3기'로 접어들며 사실상 의미를 잃게 됐다는 관측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리 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이번 전인대 14기 2차회의에 국무원 총리에게 일정한 독립성을 보장했던 국무원조직법을 '중국공산당 영도' 위주로 고치는 개정안이 상정된 점과도 연결돼 있다.
마오쩌둥 전 주석 사망(1976년) 이후 집권한 덩샤오핑은 1978년 '개혁·개방'으로 중국공산당의 노선을 변경했고, 1982년 헌법 개정으로 최근까지 유지된 국정 운영 제도를 대부분 확정했다. 이로써 중국공산당 내 집단지도체제가 확립됐으며 '개인숭배' 금지와 당정 분리 원칙도 만들어졌다.
1982년 개헌에 맞춰 제정됐던 국무원조직법은 제2조에서 "국무원은 총리 책임제를 실시한다. 총리는 국무원의 업무를 지도한다"고 규정했을 뿐 '중국공산당'이나 '당'이라는 단어는 법 전체를 통틀어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개정 초안에 신설된 제3조는 "국무원은 중국공산당의 지도를 견지한다"며 "당 중앙의 권위와 집중·통일 지도를 단호히 수호하고, 당 중앙의 결정을 단호히 관철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을 마오쩌둥사상, 덩샤오핑이론 등과 함께 중앙정부 지도이념으로 명시하기도 했다.
1993년 이후 전인대 폐막에 맞춰 총리가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견해를 밝혔던 관행도 올해 전인대부터 폐지된 것 역시 시 주석 권위 강화 조치로 해석됐다는 점에서 중국의 '당정 일체화'가 앞으로 한층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5일자 기사에서 기자회견 폐지 배경에 대해 "시진핑 주석이 당과 정부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개혁한 것에 있다"며 그 방향은 정부로부터 정책결정권을 빼앗아 당으로 옮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기자회견 폐지는 시진핑의 '당정 일체화'(당정 불분)의 완성을 대내외에 알리는 상징이 될 것"이라면서 "가장 큰 위험은 세계와 중국의 소통 단절"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중국 당국이 경제 회복에 힘을 쏟고 있음에도 작년 업무보고에서 76회 등장한 단어 '경제'는 올해 63회로 줄었다. '어려움'(困難) 언급은 13회에서 9회로 줄었으며, 작년 업무보고에서 '빈곤 지역'이나 '빈곤 인구' 등으로 7회 등장한 '빈곤'(貧困)은 올해는 아예 나오지 않았다.
시진핑 주석은 올해 업무보고 중국중앙TV(CCTV) 생중계에서도 간간이 얼굴을 보였고, 특유의 무표정을 유지하며 리 총리 발언을 청취했다.
업무보고가 이뤄진 대부분의 시간 동안 리 총리를 비추던 카메라는 말미에 "'대만 독립' 분열 세력과 외래 간섭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문장을 읽을 때 시 주석을 클로즈업했다.
xi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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