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출산지원금 전액 비과세…尹 한마디에 휘청거리는 세법

입력 2024-03-05 17:33  

이번엔 출산지원금 전액 비과세…尹 한마디에 휘청거리는 세법
비과세한도 10만원 올린 지 1년 만에 파격적 한도 폐지…부영 맞춤형?
전문가들 "중소기업은 그림의 떡…세제 불확실성은 경제 안정성 교란"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송정은 박재현 기자 = 또다시 세법 개정 조치가 불쑥 나왔다. 이번에는 저출산 쇼크에서 벗어나기 위한 출산지원금 전액 비과세 조치다.
국가소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방향성 자체에는 이론이 없겠지만, 시기적으로 4월 총선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출산지원금 전액 비과세 등 일부 정책들은 수년간 이뤄진 개정 맥락과 동떨어진 개편이라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세수중립 등 엄정한 원칙에 따라 최대한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용돼야 할 조세 정책이 휘청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 출산지원금 세부담 해법은 '전액 비과세'…기업 참여 유도 기대
기획재정부는 5일 배포한 자료에서 출산 후 2년 내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은 최대 2회 전액 소득세 비과세하는 내용의 세제 개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민생토론회에서 나온 '출산지원금 세제 지원' 방침에 따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민생토론회에서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은 전액 비과세해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고 근로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산지원금 세제는 최근 부영이 임직원의 자녀 70여명에게 1억원씩 총 70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면서 논란이 됐다. 일시적으로 소득이 많이 늘어난 직원이 최고 35%의 높은 소득세율을 부담해야 했기 때문이다. 출산지원금을 증여로 신고하면 직원이 부담하는 세율을 낮출 수 있지만 기업이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이런 논란이 커지자 윤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기업의 자발적인 출산 지원 활성화를 위해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을 즉각 강구하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결국 현재 월 20만원 한도인 출산지원금의 비과세 한도를 없애 직원의 추가 세부담을 없애고 기업은 여전히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안을 내놨다.
이를 통해 출산지원금을 지급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최원석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전적으로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 비과세 실적 연간 68만원, 현실과 격차 커…형평성 논란 예고
다만 이번 파격적인 세제 개편이 출산지원금을 줄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일부 기업과 직원들에게만 혜택이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2022년 기준 출산·보육수당의 1인당 평균 비과세 규모는 연간 67만9천원에 불과했다.
직원의 입·퇴사로 출산보육수당을 1년 내내 받지 못하는 등 이례적인 사례가 포함된 점을 감안해도 연간 비과세 한도(2022년 기준 120만원)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현실은 부영의 출산지원금 1억원 사례와 큰 차이가 있는 셈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그림의 떡이고 불만 요소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정상적인 급여를 출산지원금으로 위장하는 '악용' 우려도 제기된다.
기재부는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특수관계자 배제, 2년 지급 한도 등 장치를 마련했지만, 부정 사례를 거르기 위한 행정비용 증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10만원 한도 올린 지 1년 만에 '전액 비과세'…세제개편 원칙 '실종'
이번 출산지원금 세제 개편이 정권과 무관하게 국민개세주의·세수중립 등 원칙 아래에서 추진하던 세제 개편 맥락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출산보육수당 비과세 한도는 2004년 제도 도입 이후 약 20년간 월 10만원을 유지하다가 지난해 20만원으로 상향됐다.
20년 만에 10만원 늘어난 한도가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아 '전액 비과세'로 파격 변신한 셈이다.
대통령 한마디에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이어 출산지원금 비과세 정책까지 대폭 개편되면서 세제가 총선용 불쏘시개로 동원되고 있다는 힐난도 나온다.
정부는 내년 시행 예정이었던 금투세를 폐지하기로 하고 다시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금투세 도입을 위해 이미 지출한 '매몰 비용'은 2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총선을 앞두고 조세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대통령 한마디에 이렇게 결정돼선 안 된다"라며 "세제 불확실성은 경제의 안정성과 개인의 경제활동을 교란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 계속되는 감세 정책…"저출산에는 감세보다 직접 지원이 더 효과적"
최근 갑작스럽게 터져 나온 굵직한 용산발 세제 개편이 대부분 저소득층·중소기업을 외면한 감세 정책이라는 지적도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소득이 있는 계층이 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비과세·공제 확대보다는 직접적인 재정 투입이 저출산 해소에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냈다.
최근 잇따른 감세 정책이 역대급 세수 감소에 허덕이는 재정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홍기용 교수는 "출산장려금처럼 직접 재정을 투입하는 방안도 생각해 저소득층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게 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roc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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