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박 "北비핵화 위한 중간단계 필요…김정은 장기적 전략 변화"(종합)

입력 2024-03-06 07:26  

정 박 "北비핵화 위한 중간단계 필요…김정은 장기적 전략 변화"(종합)
美국무부 대북고위관리 "다뤄야 할 北무기 많다는 것 인정해야"
"김정은, 신냉전 시각…韓美와 협상으로 체제유지 목표달성 불가 판단"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정 박 미국 국무부 대북고위관리는 5일(현지시간) 북한 비핵화를 위한 이른바 중간 단계 조치와 관련, "궁극적인 비핵화로 향하는 중간 단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라고 말했다.
박 대북고위관리는 이날 워싱턴DC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 "그것(비핵화)은 하룻밤에 이뤄지지 않는다. 그것이 현실"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중간 단계 조치에 북핵 동결이 포함되느냐는 질문 등에는 즉답하지 않으면서 "전술핵무기 고체연료, 극초음속 능력, 무인 잠수정 등 북한의 무기 관련 활동 및 확산의 범위를 고려할 때 우리가 다뤄야 할 무기가 많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간 조치가 북한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 달성으로 이어지지 못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것(중간 조치)을 최종 단계로 예단하지 않겠다"라고 답한 뒤 북한에 관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탐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북고위관리는 '북한이 핵무기 포기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도 미국이 미사일 숫자 제한 등 군축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열려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 목표는 분명하며 그것은 한반도 비핵화"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이전에도 그런 주장(군축 협상)을 들어봤는데 저는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확산시키고 러시아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면서 "우리는 군축 대화에서 그 주장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비핵화는 하룻밤에 일어나지 않으며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서 취해야 할 단계가 있다"라면서 "북한이 관여할 의향이 있다는 어떤 신호도 우리는 환영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달성하는 유일한 길은 대화와 외교"라면서 "이를 위해 어떤 직급에서도 관심 사항에 대해 전제조건 없이 대화를 재개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계속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동맹 및 파트너와 함께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국제 안보를 강화하며 인권에 대한 존중을 촉진하고 북한의 수입원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북고위관리의 이같은 발언은 북한 비핵화를 최종적인 목표로 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북한과 중간적 조치를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비핵화 협상은 이른바 '행동 대 행동' 등의 원칙에 따라 단계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간 단계 자체가 북핵 협상에서 새로운 콘셉트는 아니지만 미국 정부 인사가 최근 언급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박 대북고위관리는 대남기구 정리 및 대납 위협 공세 등 북한의 최근 움직임과 관련, "많은 북한 전문가는 김정은이 장기적 전략적 변화를 취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북한의 적 내에서 분열을 일으키거나 분열을 이용하려는 의도의 전술이냐는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라면서 "우리는 전자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시점에서 우리는 체제 유지나 국제적인 핵보유국 인정이라는 김정은의 주요 목표가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면서 "바뀐 것은 김정은이 미국이나 한국과의 협상을 통해 주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하기 위해 수십 개의 탄도미사일과 수천개의 탄약 컨테이너를 러시아에 보냈다"라면서 "김정은은 북한이 러시아 및 중국과 좀 더 긴밀히 제휴함으로써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신냉전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신냉전으로 세계정세를 바라보고 (전략을) 짜는 이유는 그것이 유용하기 때문"이라면서 "북한은 러시아에서 무기 파트너를 찾았다. 김정은은 정치적으로는 물론 군사적으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것을 세계 무대에서 자신의 위상(gravitas)을 보여주는 방법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정치적으로 (지원을) 제공하는 두 개의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있다"라며 러시아와 중국을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대북 영향력과 관련, "북한의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90% 이상"이라면서 "중국은 정치적 영향력이 있으며 경제적 관계도 과소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제재의 완전한 이행, 북한에 대한 대화 촉구, 역내 안보에 해로운 활동 자제 등 중국이 북한에 건설적 역할을 하길 권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 밖에 그는 북한의 사이버 활동 및 해외 정보기술(IT) 노동자 파견과 관련, "일각에서는 수익 규모가 10억~20억달러로 추정하고 있다"라면서 "북한의 위협이 진화하면 우리도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이른바 이메일 해킹 수법과 관련, "저도 어제 제가 아는 이름의 싱크탱크 관계자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는데 영어는 완벽했지만 이메일 주소가 이상했다"면서 확인 결과 해당 인사가 보낸 이메일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며 청중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solec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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