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기기 업체 잇단 인수 무산…"해외 경험부터 늘려야"

입력 2024-03-13 09:03  

국내 의료기기 업체 잇단 인수 무산…"해외 경험부터 늘려야"



(서울=연합뉴스) 조현영 기자 =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이 글로벌 기업에 안기기 직전이나 직후에 인수가 무산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사유는 각각 다르지만, 해외 기업과 거래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는 공통된 문제 때문으로 풀이된다.
13일 의료기기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의료기기 업체 올림푸스는 최근 국내 의료기기 기업인 태웅메디칼을 인수하지 않기로 했다.
태웅메디칼은 소화기 내과용 금속 스텐트, 내시경 고주파 치료기기 등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1991년 설립됐다.
올림푸스는 당초 태웅메디칼을 3억7천만 달러(약 4천83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하고, 올해 1월 말 인수를 완료해 자회사로 편입했다고 밝혔다. 5천억원에 달하는 빅딜에 시장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인수 후 올림푸스가 진행한 검토에서 태웅메디칼 제품 관련 데이터가 이전에 제출한 데이터와 다른 점이 확인됐고, 이는 계약 조건 위반에 해당해 인수가 무산됐다고 일본 매체 '닛케이아시아'는 전했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메드트로닉이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이오패치'를 개발한 국내 기업 이오플로우[294090]를 인수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메드트로닉은 지난해 5월 이오플로우의 주식 전량을 넘겨받는 계약을 했다. 그런데 미국 인슐린 펌프 업체 '인슐렛'이 이오플로우를 상대로 지식재산권 침해 및 부정 경쟁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면서 소송이 끝날 때까지 이오패치를 판매·제조할 수 없게 되자, 결국 인수를 취소한 것이다.
계약 종료 소식에 당시 이오플로우의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글로벌 기업과 인수 합병을 진행하면 현지 시장을 따로 개척할 필요 없이 제품을 해외에 판매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증시에서도 호재로 여겨진다.
인수 완료 직전이나 직후에 인수가 무산돼 회사와 주주가 김새는 일을 막으려면 작더라도 해외 기업과 거래 경험을 늘려가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의료기기 업체의 70%는 매출 100억원대 미만의 소규모 기업이기 때문에 글로벌 딜을 이끌 만한 인력이나 경험 자체가 부족하고, 내부적으로 컴플라이언스(준법 감시) 관련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진단했다.
주로 한국인 위주 제품을 만들다 보니 세계 시장으로 기술 확장성이 부족한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 관계자를 포함한 전문가들은 인수합병 같은 빅딜에 뛰어들기 전에 의료기기의 기술수출부터 진행해 해외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이때 얻은 경험과 돈으로 다시 제품에 투자해 해외 진출을 확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의료기기 관련 협회 차원에서 해외 진출을 위한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hyun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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