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압승에 우크라전 더 험해질 듯…북·중·러 결속도 강화

입력 2024-03-18 03:41   수정 2024-03-18 17:23

푸틴 압승에 우크라전 더 험해질 듯…북·중·러 결속도 강화
"표심이 우크라전 지지" 판단 따라 정치적 타협 여지 줄어
서방·반미 신냉전 고착…북·러 정상회담 추진 가속할 듯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선에 성공하면서 향후 그의 행보가 국제정세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선 압승으로 장기 집권의 토대를 확실히 닦은 푸틴 대통령은 3년째인 우크라이나 전쟁의 명분에 대한 자국민의 강력한 지지를 확인했다고 해석할 공산이 크다.
이 전쟁이 서방과 반미 진영의 '신냉전'으로 규정된 상황에서 자국 여론을 확인한 푸틴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강경하고 과감하게 서방과 대립각을 세우며 전쟁을 계속 끌고 갈 것이라는 관측을 낳는다.
국제적 고립을 타개하려는 러시아가 세력 규합에 더욱 열을 올리면서 서방 대 반미 진영 간 긴장은 한층 심화할 수 있다. 북·중·러의 밀착과 한·미·일 공조에 대한 견제 강화가 역내 안보에 짙은 우려를 드리울 가능성도 적지 않다.


◇ 우크라전 강행 기반 확인…협상 해법은 멀어져
이번 대선은 푸틴 대통령이 교착 상태로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러시아의 찬반 국민투표이자 자신의 '전공'을 과시하려는 정치 이벤트였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가 점령한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과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 지역에서도 선거가 진행됐다는 점은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는 단적인 사례로 꼽힌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일제히 국제법 위반을 이유로 이들 지역의 선거가 불법이라고 규탄했으나 푸틴 대통령은 현지 민심을 득표율로 실증하고 전쟁 명분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대선을 통해 전쟁 장기화를 우려하는 여론을 불식했다고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2022년 러시아 예비군 동원령 당시나 지난해 용병단 바그너그룹의 반란 사태로 나타난 자국 내 동요 징후도 자취를 감췄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가 적정 시점에 협상으로 종전 해법을 찾을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든다. 대신 러시아가 현재 점령지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영구적 포기와 항복 등을 종전 조건으로 내건 기존 입장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진다.
더 나아가 우크라이나와 타협 국면에서 러시아가 한 걸음 더 뒤로 물러날 수도 있다.


◇ 나토 동진 맞서 반서방 연대 강화로 '신냉전' 고착될 듯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가 자초한 국제적 고립은 푸틴 대통령으로선 전쟁 수행과 국정 운영에 걸림돌이 되는 약한 고리다. 이를 타개하려는 러시아는 외교 방향을 반서방 결속 강화에 뒀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과의 교역 확대, 이란과의 군사협력, 아랍권 국가에 대한 외교적 지원,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 5개국) 회원국 확대 등을 추진해왔다.
러시아는 자국을 비롯해 아르메니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 옛 소련권 국가들이 참여하는 군사·안보 협력체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에 대응할 안보 공동체로 여긴다.
아울러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중립적인 중동,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로 러시아는 외교적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전쟁을 계기로 나토는 외연을 빠르게 확장했다. 군사적 중립국을 표방했던 핀란드가 작년 4월 31번째 회원국이 됐고 '200년 중립국' 스웨덴도 지난 8일 32번째 회원국으로 공식 합류했다.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발트해에서 러시아를 완전히 포위하는 형세를 갖춘 것으로, 서방의 동진 저지를 우크라이나 전쟁의 명분 가운데 하나로 꼽았던 푸틴 대통령으로선 역효과를 보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추진돼온 반서방 연대 전략은 푸틴 대통령의 5선 성공을 계기로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 북중러 밀착에 한반도 안보 위협…미 대선 결과가 최대 변수
북·러의 밀착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파생된 결과다.
1990년대부터 국제적 안보 현안이던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예민하게 여기던 러시아는 전쟁을 계기로 북한과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부족해진 탄약을 북한에서 공급받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작년 9월 러시아에서 만났다.
러시아는 부족한 재래무기를 수혈하고 북한은 중국과 더불어 손잡을 외교적 후원자를 확보하는 한편 군사기술 전수, 경제 활로 등을 모색할 기회를 얻은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사실상 북한 답방을 수락한 상태에서 시기를 대선 이후로 미뤄놨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 추진도 이날 대선 결과로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중·러 관계는 이미 지난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만남이 2차례나 성사될 정도로 밀착한 상태다. 양국 군 사이에서는 전략적 협력 수준을 끌어올리자는 공감대까지 형성돼 있다.
북·중·러의 안보 협력이 러시아를 매개로 강화하는 양상이다.
3국은 유엔 군축회의 등 다자무대에서는 오히려 한·미·일 안보 공조에 대해 '역내 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이라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럽의 전쟁이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립으로 이어져 한반도 안보를 위협하는 파장을 일으킨 셈이다.
신냉전 구도에 최대 변수는 11월 미국 대선이다.
이번 대선으로 푸틴 대통령의 집권이 상수로 고정된 상태에서 미국 대선이 어디로 귀결하느냐에 따라 국제정세가 한 번 더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당장 큰 변화가 없겠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푸틴 대통령으로선 현상을 변경할 수 있는 변수의 등장이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비판적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러시아를 견제하던 서방의 공고한 결속에 균열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prayer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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