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대선 마지막날 정오맞춰 곳곳서 '나발니 시위'(종합)

입력 2024-03-18 01:56  

러 대선 마지막날 정오맞춰 곳곳서 '나발니 시위'(종합)
"투표용지에 푸틴 반대 표시하자"…정오되자 투표소에 긴 줄
인권단체 "전국적으로 74명 이상 구금"…큰 충돌은 없어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러시아 대통령 선거 마지막 날인 17일(현지시간) 낮 12시 곳곳에서 이른바 '나발니 시위'가 벌어졌다.
지난달 옥중 사망한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지지자들은 대선을 앞두고 17일 정오에 맞춰 투표소에 나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항의를 표출하자고 촉구했다.
나발니도 생전에 이같은 '푸틴에 저항하는 정오' 시위를 제안하면서 "이것은 완전히 합법적이고 안전한 정치적 행동"이라고 주장했었다.
실제로 이날 정오가 되자 러시아 투표소 여러 곳에선 이 시위에 동참하려는 유권자로 긴 줄이 늘어섰다.
이날 정오 투표에 참여한 모스크바 시민 율리아(28) 씨는 연합뉴스에 "경찰이 많이 배치돼 있었지만 특별한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다"면서 "선거 관리원들이 빨리 투표하고 퇴장하라고 재촉해 서둘러 투표만 하고 이동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아닌 다른 후보에게 투표하거나 무효표를 만들자는 나발니 측의 요청에 따르기 위해 "4명의 후보 모두에게 기표했다"고 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민 알렉산드라(24) 씨도 연합뉴스에 "나발니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정오에 투표하러 갔다"며 "무서웠지만, 변화를 희망하고 그러한 변화에 참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알렉산드라 씨는 4명의 투표 중 그나마 새로운 인물이고 언론의 자유를 지지하는 등 야권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블라디슬라프 다반코프에게 표를 줬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표소엔 커튼이 없었고 투표함 옆을 지키는 사람이 있어서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모스크바 시민 이리나(57) 씨는 뿌듯한 표정으로 "나의 의지를 표현하는 것을 거부할 수 없기 때문에 정오 투표 시위에 나가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며 "나는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에 사는 한 30세 여성은 시위 참여 뒤 "분위기가 마치 장례식 같았다. 무엇을 하든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거라는 느낌이었다"라면서도 "상황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러시아에 반대자가 아주 많다는 것은 보여줄 수 있었다"고 했다.
러시아 당국은 정오 시위 움직임에 미리 '조율되지 않은 시위'를 조직하거나 참여하면 최고 징역 5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역에 따라 경찰이 줄 선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하거나 소지품을 검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시위의 방식이 투표를 통한 '최소한의 항의표시'였던 만큼 공권력과 시민의 큰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진 않았다.
러시아 인권단체 OVD인포는 이날 대선과 관련해 17개 도시에서 최소 74명이 이상이 구금됐다고 밝혔다.
모스크바 남동부 나발니 묘에도 지지자들이 헌화하면서 "우리는 당신을 선택합니다" 등 글귀를 두고 가기도 했다고 독립매체 노바야가제타 유럽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는 영토가 광활해 정오 투표 참가자들이 흩어져 있어 시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였는지는 추정하기 어렵다"며 투표소에 따라 수십∼수천명이 모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해외에 거주 중인 러시아인들도 각국에서 정오에 대사관과 영사관 등 재외국민 투표소에 대거 몰렸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는 나발니의 대변인인 키라 야르미시와 함께 독일 베를린에서 정오 시위 현장에 등장, 다른 참여자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몰도바 수도 키시나우에서는 러시아 대사관 마당에 화염병 2개를 던진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고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abb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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