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의 봄?…美매체, 푸틴 5기 러 미래 시나리오별 진단

입력 2024-03-18 17:16   수정 2024-03-18 18:02

모스크바의 봄?…美매체, 푸틴 5기 러 미래 시나리오별 진단
민주화 혁명·연방해체·민족주의 봉기·최고위층 쿠데타 등 거론
폴리티코, 5가지 시나리오 소개하며 종신집권 가능성에 무게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압도적 득표율로 '30년 통치'를 확정한 가운데 푸틴 5기를 맞게 된 러시아의 앞날을 두고는 벌써부터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 국내 상황을 지난 수십년 동안보다 더욱 불안정하게 하는데 기여했다"면서 이제 러시아는 모든 종류의 잠재적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는 나라가 됐다고 진단했다.
폴리티코는 푸틴 대통령의 임기가 만료되는 2030년 이전 러시아에서 벌어질 수 있는 5가지 상황별 시나리오를 소개하며 현실화 가능성을 자체 진단했다. 종신집권에 가장 큰 무게를 두면서도 90%에 육박하는 몰표 이면에 숨어 있는 '잠재적 불안요소'들도 짚었다.

◇ 러시아의 봄?…'민주화 혁명, 현실화 가능성 5∼10%'
서방을 중심으로 거론되는 여러 시나리오 중 하나는 1980년대 말 동유럽을 강타한 동시다발적 민주화 혁명을 방불케 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푸틴 정권의 붕괴로 이어지는 경우다.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후 전쟁을 진행해가는 과정에서 빚어진 푸틴 대통령과 군 상층부의 패착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누적되면서 그간 억눌렸던 민주화 요구에 다시 불이 붙을 것이란 논리에서 출발한 시나리오다.
하지만 구심점이 마땅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푸틴의 최대 정적이었던 알렉세이 나발니는 지난달 옥중 사망했고, 대안으로 제시될 만한 야권 인사들은 대부분 수감됐거나 망명 중이다.



폴리티코는 누가 새롭게 반푸틴 세력을 이끌 구심점이 되더라도 2030년 이전에 러시아에서 민주주의의 꽃이 필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민주화 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을 5∼10%로 낮게 추산했다.
1991년 옛 소비에트연방(소련)이 붕괴한 이후 민주세력에 의해 단행된 신자유주의 경제개혁의 실패로 극심한 경제난을 겪은 기억이 생생한 국민이 여전히 많다는 점도 단시일 내에 혁명이 탄력받기 어려운 배경 중 하나라는 것이다.

◇ 분리주의 독립요구 분출, 러시아 연방 해체?
러시아는 8개 연방관구로 묶인 89개의 공화국·주·변경주·자치주·자치구·연방시 등 구성체로 구성된 연방국가다. 여기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 러시아 연방의 영토로 편입된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4개 점령지도 포함된다.
실제 러시아에선 1917년 2월·10월 혁명으로 공산정권이 수립된 이후의 혼란을 틈타 각지에서 민족주의 세력을 주축으로 한 독립 선언이 잇따른 사례가 있다. 소련 붕괴 이후에도 러시아 중앙정부는 1990년대 체첸 분리주의 반군과 두차례나 전쟁을 치러야 했다.
폴리티코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고, 이런 식민화 된 소수민족들이 푸틴의 고기 분쇄기에 던져져 러시아계 병사들보다 높은 비율로 도살되는 상황이 이어질수록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러시아 전문가 다수는 푸틴의 권력장악 수준에 비춰볼 때 이런 시나리오는 터무니가 없다며 체첸을 제외하면 독립 열망을 가시적으로 표출하는 지역도 없는 실정이라고 폴리티코는 덧붙였다. 폴리티코는 2030년 전 러시아 연방의 해체 가능성은 10∼15%에 그친다고 봤다.

◇ 민족주의 세력의 봉기?
지난해 6월 푸틴의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크렘린궁을 향해 총부리를 돌리며 감행했던 것과 같은 반란이 재연되는 경우다.
폴리티코는 "(프리고진이) 모스크바에 닿지는 못했지만, 기회가 없어서가 아니다. 길은 넓게 열려 있었다"면서 "프리고진이 이뤄낸 게 있다면 그건 푸틴을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보이게 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프리고진은 이후 의문의 비행기 추락사로 생을 마감했지만, 반란을 촉발했던 권력 내 부조리와 암투의 불씨는 완전히 사그라든 게 아니라고 이 매체는 짚었다.
다만 제2의 프리고진이 '출현'할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선이 크다. 바그너 그룹도 무장반란 실패 이후 해체돼 러시아 연방군 등에 흡수됐다.
폴리티코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푸틴 대통령은 갈수록 국수주의와 우파 파시즘에 경도되는 양상을 보여온 만큼 우익에서 푸틴 대통령을 앞서는 건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덧붙였다. 폴리티코는 러시아 민족주의자들의 봉기 발생 확률을 15∼20%로 추산했다.



◇ 기술관료에 의한 내부 쿠데타?
러시아를 지배하는 최상층 엘리트층이 푸틴 대통령을 '은퇴'시키는 일종의 내부 쿠데타를 벌일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실패와 경제 악화의 책임을 푸틴 대통령에게 떠넘기고 서방과의 관계를 '리셋'하려는 시도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새로 집권할 정부는 민주 정권은 아니겠지만 서방 교육을 받은 엘리트가 중심이 될 수 있고, 따라서 서방과의 관계를 전쟁 이전으로 복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란 게 골자다.
폴리티코는 그러나 "권력을 잡은 독재자는 권력을 계속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푸틴 같은 독재자에게서 실권을 빼앗는 데는 현직 지도자가 내부적 음모를 저지하는데 필요한 것보다 항상 더 많은 계획과 에너지, 자원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여전히 나라를 움직이는 모든 레버를 쥐고 있으며, 반(反)푸틴 음모를 서로 적발하도록 부하들 사이에 경쟁을 조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폴리티코는 러시아 최고위층의 내부 쿠데타 가능성을 20∼25%로 봤다.



◇ 푸틴의 종신집권…"현재로선 가능성 45∼50% 제일 높아"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패전이라는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결과를 모면한 채 우크라이나내 점령지를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최대 군사 원조국인 미국에서도 추가 지원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등 국제정세도 유리하게 흘러가는 모양새다.
국내적으로는 유일하게 정적으로 거론되던 나발니가 옥사하면서 반대 세력이 모래알처럼 와해할 상황이고, 서방의 대러제재도 당장 러시아 경제가 무너질 정도의 효과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대로라면 푸틴 대통령은 이번 대선으로 연장된 임기 6년을 완주하고 2030년 대선에 출마해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정권을 연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서방의 대대적 제재 등을 피해 경제가 언제까지 버텨줄지 미지수인데다 전사자 증가 등과 맞물려 우크라이나 전쟁의 피로도도 커질 수밖에 없어 5기가 녹록지 않은 임기가 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분석도 상존한다.
폴리티코는 "얼마나 권위주의적이냐와 무관하게 이런 요소들은 모두 지도자를 충분히 위협할 수 있는 것들"이라면서 푸틴의 5기 집권은 지금까지보다 훨씬 강력한 검열과 사상 통제로 점철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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