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유학생, 中에 등돌린 까닭…"미중 긴장, 관료주의, 취업난"

입력 2024-03-19 10:53  

외국 유학생, 中에 등돌린 까닭…"미중 긴장, 관료주의, 취업난"
"美·韓 유학생 가장 많이 줄어"…美유학생, 10여년 전 1만5천명→현재 350명
"과거 취업 유리 中유학생, 지금은 아냐"…"中보안법 강화 탓 범법자 우려 커져"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외국 유학생들이 최근 중국에 등을 돌리고 있으며 서방과 긴장 관계 고조, 관료주의, 취업난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9일 보도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시기에 급감했던 외국 유학생이 작년부터 복귀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여러 가지 요인으로 회복은커녕 중국을 외면하는 수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교육부는 2019년 17만2천571명이던 외국 유학생 수가 팬데믹이 본격화한 2020년 8만9천751명으로 줄어든 뒤 2022년 11만4천112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혔으나, 사정은 여의찮은 듯하다. 교육부는 팬데믹에서 완전히 벗어난 2023년 유학생 수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중 미국 대사관 측은 2011∼2012년 1만5천명에 달했던 중국 내 미국인 유학생 수가 최근 350명까지 줄었다고 확인한 바 있다.
중국 유학 알선 플랫폼인 차이나어드미션의 리처드 카워드 설립자는 SCMP에 "미국과 한국 유학생 수가 가장 많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SCMP는 외국 유학생이 중국을 외면하는 이유로 우선 서방과의 긴장 고조를 꼽았다.
중국이 각종 경제·안보 이슈로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과 갈등과 대립을 고조시키는 지정학적 위기로 인해 유학 이후 진로가 협소해질 것을 우려해 유학생이 중국을 꺼린다는 얘기다.
미국 등 서방이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 정책 강화로 중국이 첨단반도체, 양자컴퓨팅, 인공지능(AI) 제품은 물론 기술에 대한 접근을 원천 차단하는 한편 공급망에서의 중국 배제 의지도 비치는 가운데 중국 유학생 쓸모가 적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의식한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최근 몇 년 새 반(反)간첩법, 데이터 보안법에 이어 국가기밀보호법을 강화한 것도 외국 유학생들이 중국을 기피하는 요인이라고 이 신문은 짚었다.
실제 중국은 자국 내에서 수집하거나 생산한 데이터의 외국 반출을 차단하고, 위반 시 강력하게 처벌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데이터보안법을 2021년 9월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작년 7월엔 반간첩법을 개정해 간첩의 정의와 범위를 확대했다.
이달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선 국가기밀 범위를 확장하고 규정 준수를 더 엄격히 하는 방향으로 국가기밀보호법이 개정됐다.
이 때문에 외국 기업인들의 '탈(脫) 중국' 현상도 두드러졌지만, 유학생들도 데이터 수집 어려움으로 논문 작성에 큰 장애가 생기고 강화된 각종 보안법의 경계선을 넘나들게 될 가능성이 커져 자칫 범법자가 될 수 있음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시진핑 국가주석 지휘에 따른 '안보 강풍'으로 중국이 기업 환경은 물론 학문 환경까지 크게 위협받게 되면서 유학생들이 중국행(行)을 꺼린다는 얘기다.
SCMP는 중국의 여전한 관료주의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 베이징대 옌칭학원에서 2년간 유학했던 영국인 잭 앨런은 SCMP에 "작년 7월 졸업 후 중국에서 취업 허가를 받는데 30일간 서류를 준비해야 했고, 그러고 나서도 신원조사를 받아야 했다"고 토로했다.
작년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방문 기간에 시 주석은 5년 이내에 중국 내 미국인 유학생 5만명을 유치하겠다고 밝혔으나, 중국 교육 현장에선 관료주의가 만연해 유학생들에게 적지 않은 고충을 안기고 있다.
중국이 좀처럼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취업난도 유학생들의 중국 선택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파키스탄인 애니 라가리(33) 씨는 SCMP에 "2017년 경영학 석사학위에 이어 다시 중국에서 5∼6년을 염두에 두고 박사 과정에 지원했다"면서, 그러나 작금의 중국 경제 사정을 볼 때 학위 취득후 중국 내 취업을 장담할 수 없어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미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중국 이니셔티브 임원인 에이미 개즈든은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줄면서 중국 경험의 가치가 예전만큼 평가되지 않는다"며 "이전에는 중국어를 구사하는 중국 유학생이 취업 시장에서 유리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진단했다.
실제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에 따르면 작년 외국기업들의 대(對)중국 직접 투자액(FDI)이 330억 달러(약 44조원)에 그쳐 1993년 275억 달러(약 36조6천억원) 이후 가장 적었으며, 이는 중국 내 외국 유학생의 급감과도 연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ji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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