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기만작전 도맡은 비밀 '유령부대'에 美의회 '지각 훈장'

입력 2024-03-22 16:28  

2차대전 기만작전 도맡은 비밀 '유령부대'에 美의회 '지각 훈장'
'고무탱크·가짜비행장 동원, 심리전 담당' 노병 3명 수훈
1996년에야 기밀해제…대원 1천100명 중 생존자는 7명뿐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고무 탱크, 가짜 비행장 등을 동원해 독일군을 기만하는 심리전을 도맡았던 미국 노병들이 약 80년이 지나 정부로부터 공적을 인정받았다.
21일(현지시간) AP통신과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의회는 이날 의회에서 기념식을 열고 2차대전 중 유령부대(Ghost Army)로 불린 비밀 부대원 3명에게 의회 명예 황금 훈장(Congressional Gold Medal)을 수여했다.
수여식에는 당시 부대원 버니 블루스타인(100), 존 크리스트먼(99), 시모어 누센바움(100) 등 3명이 참석해 600여명의 관중 앞에서 훈장을 받았다.
유령부대는 2차대전 당시 유럽에서 20차례 이상 독일군 기만작전을 수행하며 미국인들을 구했다.
예술가, 오디오 기술자, 디자이너 등으로 구성된 이들은 중무장한 다른 부대원들과 달리, 독일군을 속이기 위해 고무 탱크를 부풀리고 가짜 비행장을 만들었다. 스피커를 트럭에 달아 마치 연합군이 행진하는 등 쾅쾅 소리를 울려대는가 하면 미리 녹음된 부대 훈련음을 틀고 가짜로 잡담하는 라디오 방송을 내보냈다. 이러한 작전으로 소수의 병사만으로도 눈앞에 수만명이 진을 치고 있는 것처럼 연출해 독일군을 공포에 떨게 할 수 있었다.

미 육군 심리전단의 전신인 이들의 임무는 반세기 이상 인정받지 못하다가 1996년에야 기밀이 해제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이는 그 가족들과 영화제작자 릭 바이어의 오랜 추적 끝에 가능했다. 기밀 해제 후 약 10년간 이들의 사연을 좇았던 바이어는 2013년 다큐멘터리 '유령부대'를 제작, 감독했으며 동명의 책을 공동 집필해 2015년 발간했다.
당시 심리전을 수행한 병사 1천100명 중 현재 생존자는 겨우 7명으로 추정된다고 NYT는 전했다.
번스타인은 클리블랜드 예술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1943년 입대, 1944년 6월 노르망디에 상륙한 비밀부대에서 훈련받았다고 한다.
그는 "우리가 한 일은 진짜 부대가 다른 데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도록 독일군의 관심을 끄는 것이었다"고 NYT에 말했다.
제603 위장공병 특수대대에서 일등병으로 복무한 그는 보병사단을 흉내 내기 위해 가짜 어깨 패치를 만들고, 실제로는 다른 곳에 있던 육군부대처럼 보이기 위해 트럭 범퍼를 그려놓았다고 한다.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미술을 공부하다 제23사령부 특수부대 소속 위장전문 부대에 입대한 누센바움은 "우리 임무는 적을 속이고 거짓 행동을 하는 것이었다"며 "어떤 때는 장군을 사칭하고, 장군 제복을 입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은 이날 행사에서 유령부대의 활약으로 1만5천∼3만명의 목숨을 구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들의 공로를 치하했다.
바이어는 "그들은 다른 군인들이 싸워 살아남을 수 있도록 자신의 상상력과 허세, 창의력을 휘두르며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렸다"고 추모했다.
이어 "오늘은 오랫동안 기다려온 날"이라며 "그러나 충분히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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