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스트롱맨 리더십' 굴욕…테러에 전시체제 취약성 노출

입력 2024-03-25 11:11  

푸틴 '스트롱맨 리더십' 굴욕…테러에 전시체제 취약성 노출
"번영·안전 약속 배반"…전쟁·독재에 매몰된 '빅브라더'
미국정보 무시하다 허 찔린 뒤 참사에 '미국이 테러공범' 주장
"우크라 전쟁·선전전에 올인"…공공안전 구조적 문제 도마 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러시아 심장부가 뚫린 지난 22일(현지시간) 대형 테러를 계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서방과의 대결에 매몰돼 내치를 망치고 있다는 오명을 안게 됐다.
'강한 러시아'를 표방하며 최근 5선 대관식을 치른 푸틴 대통령이 신냉전 기류에서 강화하는 철권통치의 취약성이 공공안전 참사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24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지난 22일 모스크바 외곽 공연장에서 발생한 테러는 러시아의 총체적 굴욕으로 평가된다.
기존에 과시해온 안보 역량이 한번에 무너진 사실을 넘어 비슷한 사태의 재발을 부를 구조적 문제까지도 보인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미국 정부가 극단주의 세력의 대형테러 가능성을 미리 경고했지만 묵살했다.
푸틴 대통령은 테러 사흘 전 "명백한 협박"이라며 "우리 사회를 겁주고 불안정하게 하려는 시도"라고 일축했다.
러시아가 미국의 정보를 실제로 불신했는지, 그런 경고에 대응할 역량이 부족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서방 언론들은 이 같은 공공안전 실패의 원인으로 푸틴 정권의 과도한 선전, 전시체제의 왜곡된 자원배분을 꼽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뒤 서방과의 대결에 집중하며 모든 문제를 서방 탓으로 돌리려는 성향을 보여왔다.
러시아 당국이 이번에 미국의 정보를 묵살한 원인도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성향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에서 푸틴 정권의 권위주의가 강화돼 이견을 제시할 수 있는 이들이 사실상 없다고 지적했다.
WP는 푸틴 대통령이 미국의 정보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데 대한 비판을 받거나 대가를 치를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모든 경고음이나 악재를 서방의 허위 정보나 악성 선전전으로 모는 행태는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푸틴 대통령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모습을 감췄다가 나중에 나타나 서방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곤 했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푸틴 대통령은 테러 발생 후 몇시간 동안 사라졌다가 나타나 긴급사태에 입을 열었다.
IS(이슬람 국가) 분파인 ISIS-K가 이미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자처하고 관련 정황도 속출했지만 우크라이나와 연계성을 들고 나온 것이다.


러시아의 대외 선전매체인 RT는 벌써 미국의 테러 위협 경고가 미국이 테러 준비에 참여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푸틴 정권으로서는 우크라이나 장기전을 버틸 전시체제를 유지할 동력으로 서방에 대한 전국민적 반감이 필수적이다.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은 서방의 개입 때문에 '특별군사작전'(우크라이나 침공전의 자체 명칭)이 '전쟁'으로 전환됐다고 선언했다.
전쟁과 권위주의 체제를 떠받치기 위한 푸틴 정권의 이 같은 선전전은 치안을 위한 자원 부족과 맞물려 우려를 더한다.
안보 자산이 전쟁에 빨려들고 선전 때문에 번지수를 잘못 찾은 공안 정책이 공회전하면 러시아인들이 더 위험해진다는 얘기다.
모스크바의 한 사업가는 WP 인터뷰에서 "(테러가 발생한) 크로커스 시티는 공연장이 많은 거대한 장소"라며 "경찰이 많이 있었어야 했지만 거대 공공행사의 안전에 책임감이 없다"고 지적했다.
대테러 전문가 그리고리 세르시코프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연방보안국(FSB)이 우크라이나전과 관련 위험에 너무 집중한 것 같다"며 "너무 많은 전선에서 싸우면서 과부하가 걸린 것"이라고 진단했다.
같은 맥락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금 우크라이나에 투입된 러시아 인력 수십만명이면 어떤 테러도 다 막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젠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인들이 안보·정보 당국에 침묵한다면 푸틴은 저런 상황을 다시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 현재 러시아는 국가가 국민 개개인을 상시로 감시하는 '빅브라더 국가'와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그 감시망은 반체제 운동이나 우크라이나의 간첩 활동에 집중되고 있어 테러 위협은 뒷순위가 된 것으로 관측된다.
싱크탱크 카네기유라시아센터의 선임 연구원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는 "러시아는 지금 모든 곳에서 모든 시민을 밀착 감시하는 분위기가 있는 경찰국가"라며 "보안이 점점 강화되는데 이런 사태가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는지가 진짜 의문"이라고 WP에 말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최근 대선으로 집권 5기를 확정 지은 푸틴 대통령의 스트롱맨 리더십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푸틴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자를 지낸 반체제인사 압바스 갈랴모프는 WSJ에 "푸틴이 평화와 안정을 가져온다는 (대국민)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갈랴모프는 "진짜 IS가 배후라면 전체 대외정책이 가치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그들(푸틴 정권)이 우크라이나에 화살을 돌리려고 그렇게 애를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