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 파기한 美…'아태지역 중거리미사일 배치' 의미는

입력 2024-04-04 10:27  

INF 파기한 美…'아태지역 중거리미사일 배치' 의미는
1987년 미·소 INF 체결…냉전체제 와해 첫걸음 평가
2019년 트럼프 INF 파기…美 실제배치 때 中반응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1987년 12월 8일 미국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 서명했다.
조약의 핵심은 사거리 500∼5천500km인 중·단거리 탄도 및 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실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었다. 쉽게 말해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중거리와 단거리 미사일을 폐기하는 것이었다.
조약에 따라 양국은 1991년 6월까지 중·단거리 탄도·순항 미사일 2천692기(미국 846기, 소련 1천846기)를 폐기했다. 유럽과 동아시아 일대에 배치됐던 양국의 중거리 핵무기들이 차례로 철거됐다.
조약은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간 핵 군비 경쟁을 중단시킨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됐다.
소련 연방이 붕괴된 이후에도 양국의 핵미사일 감축은 계속됐다. 1991년 7월 31일 조지 W.부시 당시 미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러시아 대통령이 서명한 '전략무기감축조약(스타트·START)'이 대표적이다.
이 조약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1998년까지 미국 30%, 러시아 38% 감축하기로 합의가 이뤄졌다. 양국은 이런 노력을 이어가 2009년 12월 5일 스타트 기한이 종료된 이후에는 '뉴스타트'를 맺어 핵 군축 기조를 유지했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은 재임 시절인 지난 2019년 10월 20일 전격적으로 INF 파기를 선언했다. 러시아가 합의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구체적인 위반 사례를 거론하지 않았지만 미국 언론들은 러시아가 2017년 최신예 순항미사일 '이스칸데르(SSC-8)'를 발트해 연안에 실전 배치한 것을 조약 위반사례로 거론했다.
러시아는 미국의 INF 파기 선언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자국도 필요한 안보 확보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INF를 파기한 배경으로 패권 경쟁에 돌입한 중국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했다.
중국은 INF 조인국이 아니어서 제약 없이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었다. 탄도미사일에 '둥펑(東風)'이라는 이름을 붙여온 중국이 첫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DF-2A 개발에 성공한 것은 1966년 10월이었다. 사거리가 1천200km 안팎이어서 국제적으로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2000년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을 발판으로 중국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2006년부터 실전 배치에 들어간 지상발사 장거리 순항 미사일 DF-10(사거리 최대 2천500km 추정)이나 2017년 5월에 처음 공개된 DF-27 중거리 탄도미사일(사거리 최대 4천km 추정) 등이 그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INF 파기 선언에 중국도 반발했다. 미국이 중국의 DF 계열 미사일을 군축대상에 포함시키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찰스 플린 미 육군 태평양 사령관은 3일 일부 일본 언론과 만나 "중거리 능력을 갖춘 발사장치가 곧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된다"고 말했다고 아사히 신문이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미군이 '타이폰'으로 불리는 중거리 미사일 시스템 배치를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한 뒤 사거리가 1천600㎞를 넘는 순항미사일 '토마호크'와 신형 요격 미사일 'SM-6'를 탑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이처럼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게 된 것은 INF 폐기로 장애물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연내에 일본이나 필리핀에 중거리 미사일 시스템을 배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당연히 중국의 반응이 주목된다.
미국의 INF 파기와 새로운 중거리 미사일 시스템 배치 행보는 미국의 '주적'이 중국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풀이된다. 플린 사령관의 말이 실현될 경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새로운 군비경쟁이 촉발될 것으로 전망된다.
lw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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