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분·비통" 말로만 이스라엘 때리는 바이든, 정책은 그대로

입력 2024-04-04 17:08  

"격분·비통" 말로만 이스라엘 때리는 바이든, 정책은 그대로
강도높은 말에 걸맞는 행동 없는 '모순'…정책적 혼란으로 귀결
"네타냐후, 지난 반년간 '바이든 말 무시해도 별탈 없다' 알게 돼"
궁지 몰린 바이든…민주 일각서도 정책 변화 주문, 부인 질 여사도 쓴소리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소속 직원 7명이 사망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격분', '비통' 등의 단어를 동원해 이스라엘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6개월에 근접하는 가자전쟁에서 민간인 희생이 커지고, 가자지구 주민들의 인도적 위기가 깊어지면서 이처럼 이스라엘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비난 수위가 점점 세지고 있지만, 정작 이스라엘과 가자 전쟁에 대한 그의 정책은 그대로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3일(현지시간) WCK 차량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초래된 비극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이 강한 어조로 이스라엘을 직접 질책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스라엘에 대한 확고부동한 지지를 강조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이 이번 일로 눈에 띄게 바꿀 것 같지는 않다고 짚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건 발생 직후 별도의 백악관 성명을 통해 "어제 가자지구에서 미국인 1명을 포함해 WCK 소속 직원 7명이 사망한 것에 격분한 상태이며 비통하다"며 철저한 조사 및 책임 규명을 언급했다.
하지만 몇시간 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기자들에게 미 정부의 이스라엘을 향한 철통같은 지지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 국제사회가 들끓고 있는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대(對)이스라엘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커비 보좌관은 또한 미국은 이스라엘이 "철저하고, 포괄적이며, 투명한 조사를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해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에도 별다른 개입 없이 이스라엘에 맡길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스라엘은 WCK 차량에 대한 폭격으로 팔레스타인인, 영국인, 미국-캐나다 이중 국적자, 호주인 등 무고한 구호요원 7명이 숨져 비판이 쏟아지자 '오폭'에 따른 실수라고 이례적으로 인정한 상황이다.
이처럼 말로는 이스라엘과 각을 세우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이스라엘에 가자 전쟁에 대한 접근법을 바꾸도록 하는 압력을 거의 행사하지 않는 바이든 행정부의 이같은 모순은 점점 혼란스러운 정책으로 귀결되고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집권기인 2014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협상에 관여한 전직 국무부 관료인 프랭크 로벤슈타인 전 중동담당 부특사는 "중요한 것은 행동이지 수사(rhetoric)가 아니다. 역사는 어떠한 말이 실제로 이스라엘의 관심을 끌 만한 특정한 행동을 동반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수사가 근본적으로 무의미함을 보여줬다"고 WP에 밝혔다.
그는 "미국은 'WCK 오폭으로 화났다'고 말하는 동시에 '우리의 공식적인 입장은 이스라엘이 미국, 국제법과 보조를 맞춰 행동한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고 이에 따른 대가가 없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들(이스라엘)이 자신들의 행동을 왜 바꾸겠느냐"고 반문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USAID) 해외재난 지원국을 맡았던 제러미 코닌디크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에 조건을 다는 것을 꺼리고 있으며, 이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이스라엘 정부에 바이든 대통령의 공개적인 발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로 작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이것이 단지 말에 불과하다'는 것"이라며 "네타냐후는 이를 별탈 없이 무시할 수 있는 것으로 취급하고 있다. 왜냐하면 미국 대통령이 말하는 것을 무시해도 그와 이스라엘군에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지난 6개월 간의 사례를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도 3일자 ''격분한' 바이든, 하지만 그는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렛대를 행사할 의향이 있나' 제하의 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WCK 오폭 사건에 이례적으로 이스라엘에 강한 분노를 드러내긴 했지만 이번에도 말로만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격앙된 발언은 '이번 비극적인 사건으로 그는 이스라엘에 보내는 무기에 조건을 달게 될까'라는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며 하지만 현재까지 백악관은 바이든의 분노가 네타냐후 총리와의 '한계점'(breaking point)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금까지 네타냐후 총리를 비판하면서도 그와 공개적으로 관계를 단절하는 데에는 이르지 않았으며, 여기에는 이 경우 네타냐후 총리를 다루기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작용했다고 짚었다.
그 결과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 대한 과도한 공격을 막지 못한다는 비판이 민주당 중도파와 진보세력으로부터 쏟아지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궁지에 몰렸다고 NYT는 지적했다.
부인 질 바이든 여사마저 가자지구 분쟁과 관련해 "그만해요. 당장 그만둬요. 조"라며 이스라엘을 지지해온 남편에게 반대의견을 표했다고 NYT가 바이든 대통령의 전언으로 보도했다.
미국이 다른 나라에 그러하듯 이스라엘에도 민간인 대상 사용 금지 등의 조건을 달아 무기를 공급할 것을 수개월째 주장해온 크리스 밴 홀런 미 민주당 상원의원(메릴랜드)은 이와 관련, "이번 WCK 비극이 대통령이 경로를 변경하는 순간이 되길 희망한다"며 네타냐후는 (바이든) 대통령의 요구를 무시했지만, 우리는 아무런 제약 없이 이스라엘에 포탄을 보낸다"고 개탄했다.
홀런 의원은 "먼저 포탄을 보내고, 모종의 확약을 추후에 받길 바라서는 안 된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변화를 주문했다.
앞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직원 7명을 잃은 WCK 창립자이자 대표인 스타 셰프 호세 안드레스도 3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이 전쟁을 끝내라고 더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며 "미국 정부가 인도주의 지원과 동시에 이스라엘에 무기를 지원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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