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글로벌 반도체 전쟁' 골든타임 놓치면 주도권 다 내준다

입력 2024-04-09 16:39  

[연합시론] '글로벌 반도체 전쟁' 골든타임 놓치면 주도권 다 내준다


(서울=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8일(현지시간)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라 대만 TSMC에 116억달러(15조7천억원)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공장 설립 보조금 66억달러에 저리 대출 50억달러를 더한 수치다. 보조금 액수는 당초 예상치인 50억달러보다 30%가량 늘었다. 지난달에는 자국 업체인 인텔에 보조금 85억달러와 대출 110억달러를 합쳐 195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로이터는 미국 정부가 조만간 삼성전자에도 60억~70억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을 내놓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반도체법은 국내외 반도체 선두기업의 생산 설비를 자국 내로 끌어들여 세계 첨단 반도체의 20%를 생산하겠다는 경제·안보 전략에 따른 것으로, 5년간 390억달러와 연구개발비 132억달러 등 총 527억달러가 지원된다. 가히 천문학적인 물량 공세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중국을 상대로 첨단 반도체에 이어 범용 반도체 포위망 구축에도 나섰다. 범용 반도체는 AI(인공지능) 등에 들어가는 첨단 반도체보다 기술 수준은 낮으나 자동차, 항공기, 가전, 무기 등에 다양하게 쓰인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의 70%를 차지하며 이 중 30%를 중국이 공급한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제재로 타격을 본 중국이 범용 반도체로 활로를 모색하자 이를 차단하고자 '반도체 전쟁' 2라운드에 돌입한 것이다. 미일 정상회의에서도 범용 반도체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이 한국 정부에 반도체 제조 장비·기술의 대중국 수출 통제를 요청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우리 측에 "올바른 판단과 자주적 결정을 내리라"고 경고했다. 국내 반도체 산업은 이처럼 기술 경쟁은 물론 글로벌 패권 다툼의 격랑을 헤쳐 나가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초격차 전략 등 업계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다. 국가적으로 사활을 걸어야 한다. 현재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보조금은 언감생심이고 반도체 투자금 일부 세액을 공제하는 제도도 연말 종료된다. 글로벌 산업 생태계가 시시각각 격변하는데 우리 대응은 굼뜨기만 하다. 이런 가운데 9일 반도체 현안 점검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직속 국가AI위원회를 신설해 전시 상황 수준의 민관 총력 대응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점에 주목한다. 정부는 투자 인센티브부터 전면 재검토해 특단의 지원책을 마련하고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방안도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할 것이다. 국내 업계가 미중 갈등의 파고에 휩쓸리지 않도록 외교력도 총동원해야 한다. 정치권은 총선 공약으로 '반도체 강국'을 앞다퉈 천명한 만큼 국회 계류 중인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조속히 논의해 통과시키는 등 물심양면 뒷받침하길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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