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기시다 일본 총리 방미 단상

입력 2024-04-14 07:07   수정 2024-04-14 08:42

[특파원 시선] 기시다 일본 총리 방미 단상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미국 국빈 방문(8∼14일)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하려면 좀 더 시간을 필요로 하겠지만 최소한 백악관과 의회의 '환심'을 사는 면에서는 성공했지 않나 싶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작년 국빈 방미 때 '아메리칸 파이'를 불렀던 것과 같은 파격적인 '한 방'은 없었지만 기시다 총리는 미국을 이끌어 가는 이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진지하게 반복했다.
그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미 연방 의회 연설에서 "일본은 미국의 '지역 파트너'에서 이제 '글로벌 파트너'가 됐다"면서 "국제질서를 거의 혼자서 지탱해온 미국의 외로움과 피로"를 거론하고 "미국은 혼자가 아니다. 우리가 함께 한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미국 의원들은 차라리 계속 서 있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기립과 착석을 빈번하게 반복하며 갈채를 보냈다.
아직 엄연히 실재하는 평화헌법하의 일본이 과연 언제쯤 미국의 '글로벌 파트너'로서, 세계의 화약고에서 미국과 손잡고 싸울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낮은 지지도로 고민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유효기간 1년'이 채 안 되는 '외교 부스터샷'을 만든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일본은 2차대전 직후 시작된 냉전체제 하에서 미국의 대소련 전초기지로서의 필요에 의해 패전국의 멍에를 상당 부분 덜어낸 데 이어 미중전략경쟁이라는 새 판에서 미국 대(對)중국 견제의 핵심 파트너 자리를 굳힌 것은 이번에 분명해 보였다.
기시다 총리가 10∼11일 워싱턴 체류 중 과거사 반성과 관련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고도 오히려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한일화해에 대한 찬사를 들은 대목에서는 씁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0일 백악관 환영식에서 "기시다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상처를 치유하고 우정의 새 장을 시작하기 위한 가장 대담한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기시다 정권 하에서 일본 교과서가 위안부와 강제 징용 등에서 일본의 책임을 점점 더 경감시키는 기술을 하고 있는 흐름을 생각하니 일본은 또 한 번 미국이 자신들 필요에 따라 발급한 '정치적 면죄부'를 받은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미국에 '다걸기'하는 일본의 외교 노선이 과연 일본의 국익에 최선인지, 한국 외교가 벤치마킹할 모델이 될 수 있을지 등을 놓고 여러 견해가 있을 것이다.
다만 기시다 총리의 이번 방미를 보며 냉정하게 일본으로부터 배울 것은 취하고 공조할 것은 공조하는 외교적 모색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들었다.
일례로 자국민 납북자 문제를 미국 조야에 반복적으로 각인시켜 바이든 대통령이 10일 공동 기자회견 때 직접 언급하게 만드는 일본의 집요함은 평가할만했다고 본다.
한국에도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가 있건만 미국 조야의 주목도는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비해 크게 밀리는 느낌이다.
일례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의 14∼20일 한일 순방 일정표에 일본인 납북 피해자 가족 면담은 있으나 한국인 납북 피해자 가족 면담 일정은 없다.
또한 필요하다면 납북자 문제(국군포로 포함)와 관련해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일이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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