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전략' 걸프국, 이스라엘·이란 갈등에 양자택일 위기

입력 2024-04-16 16:37  

'균형 전략' 걸프국, 이스라엘·이란 갈등에 양자택일 위기
'중동 라이벌' 이란·'안보 파트너' 미국 사이 '냉혹한 선택' 내몰려
사우디, 미 안보보장 원하지만 경제 차질 원하지 않아…"얽히지 않는 게 최우선"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이스라엘과 이란이 공개적으로 충돌하면서 그동안 이들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추구해왔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국가들이 이제는 어느 편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국가는 최근 몇년간 지정학적 경쟁 구도 속에서도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중립을 유지하며 중국과의 관계를 구축하는 등의 전략을 구사해왔다.
그러나 최근 이스라엘이 시리아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 지휘관들을 살해하고 이란이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을 대규모 공습하면서 기존 입장을 유지하기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아랍 당국자들은 사우디와 UAE가 이란 미사일·드론 공습에 대한 정보를 미국과 공유했지만, 이를 요격하기 위한 영공 사용은 거부하면서 미국이 원하는 모든 것을 제공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는 두 국가가 이란, 미국, 이스라엘 사이에서 신중한 균형을 유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준다고 WSJ은 진단했다.
사우디 입장에서 이란은 중동내 최대 라이벌이며 미국은 중요한 안보 협력국이다. 사우디와 UAE는 최근 몇 년간 이스라엘과 점진적으로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여왔지만 가자전쟁에 있어선 이스라엘을 거세게 비판해왔다.
이들 국가는 가자 전쟁과 관련해 미국과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것처럼 자국민들에게 비치는 것을 경계해 왔다.
그러나 이란과 이스라엘 간 갈등이 확대돼 미국이 더 깊이 개입하게 된다면, 걸프국가들은 '냉혹한 선택'을 해야 할 상황에 놓인다고 WSJ은 지적했다.
미군이 자국내 기지에서 이란과 그 대리세력을 공격할 수 있도록 허락할지, 아니면 이란을 달래면서 상황을 방관할지의 선택지 앞에 서게 된다는 것이다.
미 텍사스 A&M대 중동 전문가 그레고리 가우스는 전통적으로 걸프 국가들은 미국이 이란에 공격적일 때에는 부수적 피해를 볼 것이라는 두려움을, 미국이 이란에 유화적일 땐 버림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사우디와 UAE는 홍해에서 예멘 후티 반군의 해상 공격에 맞서기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군에 공개적으로 참가하는 것을 거부했다.
이들은 또 쿠웨이트와 함께 미군이 자신의 영토 내 기지에서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을 발사하는 것을 제한하기도 했다.



특히 사우디의 속내는 더 복잡하다. 사우디는 미국의 확고한 안보 약속과 핵 프로그램 지원을 대가로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추진해왔다. 이는 가자 전쟁으로 중단됐지만, 사우디는 여전히 미국의 방위 보장을 원한다는 뜻을 밝혀왔다.
사우디는 과거 중동에서 앙숙으로 통했던 이란과도 최근 관계 개선을 시도했다.
지난해 3월 중국의 중재로 7년 만에 외교 관계를 정상화했고, 가자 전쟁 발발 후에는 이란에 경제 협력과 투자 등을 제공해 확전을 막고자 했다.
사우디와 UAE 당국자들은 이스라엘과의 갈등 완화를 위해 몇주 전에는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관계자들을 만나기도 했다고 WSJ은 보도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대테러센터장을 지낸 버나드 허드슨은 미국과 후티 반군과의 수개월간 교착 상태 끝에 이뤄진 이번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이란이 중동에서 미국과 안보 면에서 대등해지고 있으며, 미국의 대응이 이란의 군사 능력을 실질적으로 감소시키지 못할 위험이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특히 사우디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전쟁으로 자신의 야심 찬 계획이 지장을 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사우디 고위 당국자는 전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석유 중심에서 벗어나 경제 체질을 다변화하는 '비전 2030'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 당국자는 "이번 전쟁, 지금과 같은 긴장 고조로 그의 계획이 더 큰 위험에 처하게 됐다"며 "왕세자는 전쟁이 확대되면 걸프국가들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UAE의 정치학자 압둘카레크 압둘라는 "지금 가장 현명한 길은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 자국의 국익과 안보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런저런 식으로 얽히고 싶지 않다. 이것이 UAE와 나머지 아랍 걸프국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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