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비전 우승' 스위스 성소수자 가수 "규칙도, 트로피도 깼다"(종합)

입력 2024-05-12 20:32  

'유로비전 우승' 스위스 성소수자 가수 "규칙도, 트로피도 깼다"(종합)
성정체성 찾아가는 노래로 1위…"논바이너리 우승은 처음"
트로피 흔들다 떨어뜨려, 새 트로피로 교체
'참가 논란' 이스라엘 가수는 5위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유럽 최대 팝 음악 축제인 '유로비전'에서 스위스 대표로 출전한 '니모'(NEMO)가 우승했다.
니모는 스스로를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성 '논바이너리'(non-binary)라고 밝힌 성소수자로, 유로비전 대회에서 논바이너리가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대회 참가를 두고 논란이 일었던 이스라엘 가수 에덴 골란은 5위를 차지했다.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 AP, AFP 등 외신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저녁 스웨덴 말뫼에서 열린 유로비전 결승전에서 스위스 대표 니모가 '더 코드'(The Code)라는 노래로 591점을 받아 우승했다.
스위스 대표가 유로비전에서 우승한 것은 1998년 셀린 디옹 이후 처음이다.

'더 코드'는 성소수자인 니모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린 곡이다.
그는 "더 코드는 내가 남자도 여자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과정을 그린 곡"이라며 "내 인생을 바꾸고, 내 인생에 대해 말하는 노래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그들도 진실할 수 있도록 영감을 줬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감격해했다.
그러면서 "이 대회가 모든 사람의 평화와 존엄성을 지키는 대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영국 대중지 데일리미러 등에 따르면 분홍색 스커트와 오렌지색이 섞인 재킷을 입고 우승 후 공연에 나선 니모는 마이크 모양으로 만들어진 트로피를 공중에 흔들다 떨어뜨리기도 했다.
유리로 만들어진 트로피는 두동강이 났지만, 이후 곧바로 새것으로 교체됐다.
니모는 수상 소감에서 노래 제목인 '더 코드'를 언급하면서 "나는 규칙도 깼고, 트로피도 깨트렸다"며 "트로피는 고칠 수 있을 것이고, 유로비전도 약간의 수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코드'에는 "나는 내 자신을 찾기 위해 지옥에 다녀왔지. 이제 천국을 찾았어. 나는 규범을 깨부쉈지"와 같은 가사가 담겨있다.
2위는 547점을 받은 크로아티아 대표 '베이비 라사그나'(Baby Lasagna)가 차지했다.
유로비전은 1956년 시작된 유럽 대륙 최대의 국가 대항 가요제다.
결승전 시청자만 2억명에 이를 만큼 인기가 높지만, 올해 대회는 이스라엘의 참가를 놓고 초반부터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의 참가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됐지만 주최 측인 유럽방송연합(EBS)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논란이 일었다.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대회 참가를 금지했던 EBS가 이스라엘에는 '이중 잣대'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대표로 참가한 골란이 당초 신청한 참가곡 '10월의 비'의 제목과 가사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연상시킨다는 정치적 중립성 논란도 불거졌다.
결국 골란은 노래 제목을 '허리케인'으로 바꾸고 가사도 일부 수정한 끝에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골란이 이날 공연할 당시 일부 관중은 야유를 보냈고, 일부는 이에 맞서 환호성으로 그를 응원했다.
이스라엘은 유럽에 속해 있지는 않지만, EBS 정회원이어서 1973년부터 유로비전에 참가해왔고 4차례 우승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평화에 대해 언급하며 주최 측의 결정을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프랑스 대표로 참가한 슬리먼은 리허설 도중 "여기 있는 모든 예술가가 사랑과 평화에 대해 노래하기 원한다"고 말했다.
또 포르투갈 가수 욜란다는 팔레스타인과 연대를 상징하는 스카프 카피예와 비슷한 체크무늬 인조손톱 장식을 하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결승전에서 이스라엘에 이어 무대에 오른 리투아니아 대표 실베스터 벨트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이스라엘 뒤에 공연해야 하는 것은 최악이었다"고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eshi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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