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독립주의자 일부, 아제르와 거래"…아제르 측 "근거 없는 비난"
최근 누벨칼레도니·아제르 의회 양해각서…"자결권 국제사회 인식 제고"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 정부가 남태평양의 프랑스령 누벨칼레도니(영어명 뉴칼레도니아)에서 벌어지는 소요 사태에 친러시아 성향 아제르바이잔이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아제르바이잔 측은 이에 즉각 반발했다.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 장관은 16일(현지시간) 프랑스2 방송에 출연해 이번 사태에 다른 나라가 개입했느냐는 질문에 "누벨칼레도니의 독립주의자 일부가 아제르바이잔과 거래를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런 개입 시도에도 누벨칼레도니에서는 폭력에 의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프랑스는 누벨칼레도니의 주권국"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아제르바이잔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현지 소요 사태에 개입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프랑스 범죄학자인 알랭 보에르 교수는 이와 관련해 이날 RMC 라디오에 "아르메니아 문제 탓"이라고 주장했다.
프랑스와 아제르바이잔은 지난해 9월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간 무력 충돌이 발생했을 때부터 줄곧 긴장 관계였다.
당시 아제르바이잔이 양국간 영토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서 군사작전을 개시해 아르메니아계에 대규모 인명 피해가 났고, 이에 프랑스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무력 행위를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프랑스는 지난해 11월엔 아르메니아에 지대공 방어를 위한 프랑스 군 장비를 판매한다고 발표해 아제르바이잔을 자극하기도 했다.
보에르 교수는 "프랑스의 아르메니아 개입은 아제르바이잔 입장에선 자국 일에 개입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아제르바이잔으로선 보복 수단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고 실제로 이것은 보복"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제르바이잔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대부분에서 똑같은 일을 하려한다"며 "아제르바이잔이 프랑스와 해외 영토의 내정에 간섭하는 세력이 된 것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RMC 라디오에 따르면 지난달 누벨칼레도니 의회와 아제르바이잔 의회는 양자 우호 협력 양해 각서를 체결했다. 이 각서에는 누벨칼레도니 국민의 자결권에 대한 국제 사회의 인식 제고가 주요 목표 중 하나로 언급돼 있다.
RMC 라디오는 누벨칼레도니의 수도 누메아에서 열린 시위에서 아제르바이잔 국기가 눈에 띄기도 했다고 짚었다.
아제르바이잔 측은 프랑스의 이러한 주장을 적극 부인했다.
아제르바이잔 외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근거 없는 모욕적 비난을 거부한다"며 "누벨칼레도니의 독립주의자들과 아제르바이잔 사이의 어떤 연관성도 부인한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밤부터 시작된 누벨칼레도니의 소요 사태는 간밤 다소 누그러졌으나 여전히 긴장이 이어졌다.
누벨칼레도니 주재 루이 르 프랑 프랑스 고등판무관은 기자회견에서 간밤 누메아에서 3천∼4천명, 이외 지역에서 5천명가량이 시위에 나섰다고 밝혔다.
그는 사태 진정을 위해 현지 시간 이날 오후 6시부터 금요일인 17일 오전 6시까지 통행금지를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날 아침 누벨칼레도니에서 헌병 한 명이 우발적 총격으로 추가 사망했다고 다르마냉 장관이 AFP 통신에 밝혔다.
헌병대의 한 소식통은 일간 르피가로에 "오늘 아침 사망한 헌병은 동료 중 한 명이 우발적으로 쏜 총에 맞은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누벨칼레도니에서 소요 사태가 벌어진 이후 사망자는 원주민 3명과 헌병 2명 등 5명으로 늘었다.
이날 오전 부처 간 대책 회의를 주재한 가브리엘 아탈 총리는 엑스(X·옛 트위터)에 "대규모 병력의 긴급 파견으로 현지 질서가 회복되고 섬에 필수품 공급이 보장될 것"이라며 "물류 문제를 전담할 위기 부서도 새로 설치됐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 엘리제궁에서 관계 장관들을 소집해 국가안보회의를 열었다.
누벨칼레도니에서는 13일 밤부터 헌법 선거 조항 개정에 반발한 유혈 소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는 누벨칼레도니에서 10년 이상 거주한 사람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주는 유권자 확대 방안을 추진 중이며, 원주민인 카나크족은 이 조치가 원주민 입지를 좁힐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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