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中견제하며 '현상유지' 방점…양안·미중관계 시험대

입력 2024-05-20 14:54  

라이칭더, 中견제하며 '현상유지' 방점…양안·미중관계 시험대
독립 불언급했지만 '中 무력침공' 거론하며 대중·대미정책 계승 피력…'하나의 중국'과 충돌 예상
대만, 美의 '中압박 교두보' 불변 속 中은 '강온 양면 전략' 강화할 듯…양안 관계, '산 넘어 산'
美대선 '中 때리기'에 대만 불쏘시개 되나…"쿠바 미사일 위기 만큼 초강대국 대결 촉발될수도"

(베이징·타이베이·서울=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김철문 통신원 인교준 기자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20일 취임사에서 독립을 언급하지 않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대화·교류에 나서겠다고 강조하면서도 중국과의 '현상 유지'를 강조해 눈길을 끈다.



중국이 '레드 라인'으로 여겨온 독립 언급이 라이칭더 취임 연설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즉각적인 '강 대 강' 대결은 피했으나, 중국과 대립각을 세워온 전임 차이잉원 총통을 계승하는 현상 유지를 택함으로써 경우에 따라선 이전보다 더한 양안 관계 및 미중 관계 험로가 예상된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연말 미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 때리기'에 경쟁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자칫 그 불쏘시개가 될 대만 문제로 동북아 정세가 격랑에 휘말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 라이칭더, 차이잉원 계승·대만 수호 의지 강조…中 '하나의 중국' 지속 압박 예상
라이 총통이 이날 취임사에서 밝힌 양안문제 관련 입장의 골자는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음'(不卑不亢)과 강력한 대만 수호 의지를 바탕으로 한 '현상 유지' 정책, 그리고 양안 대화·교류 제안으로 요약된다.
현상 유지는 ▲ 자유·민주의 헌정 체제를 영원히 견지 ▲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의 상호 불예속 견지 ▲ 주권 침범·병탄 불허 견지 ▲ 중화민국 대만의 앞날을 견지하고 전체 대만 인민의 의지 준수라는 전임 차이잉원 정부의 '네 가지 견지'를 이어받겠다는 것이다.
바꿔말하면 지금까지의 대미, 대중 관계 기조를 고수하겠다는 얘기다.
라이 총통이 취임 연설에서 중국의 무력 침공 위험을 거론하면서 "중국의 각종 위협을 맞아 우리는 국가 수호의 결심을 보여줘야 한다"고 역설한 점도 눈길을 끈다. 중국의 군사·안보 압박에 밀리지 않겠다는 결기를 표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제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지에 국제사회의 시선이 몰린다.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는 중국은 대만의 첫 민주진보당(민진당) 출신의 총통인 천수이볜이 2000년 당선 이후 8년 집권 기간에 '쌍방 일국'을 주장했던 탓에 양안 관계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으나, 2016년 집권한 차이 총통이 '서로 예속되지 않는 관계'를 주장하면서 압박을 본격화했으며 라이 총통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은 대만 집권 민진당 정부의 독립 성향 국정 운영도 우려하지만, 그로 인한 여파에 더 신경을 쓰는 기색이 역력하다. 대만 내의 대(對)중국 인식은 물론 미·중 관계에 질적 변화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친미·독립 성향의 민진당의 연이은 집권이 대만인의 인식을 바꾼 것으로 본다.
실제 지난 2월 25일 발표된 대만 정치대 선거연구센터의 '대만인의 정체성 동향 분포' 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자 중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생각한다는 대답은 2.4%에 불과했다.
이와 비교해 32%는 자신을 대만인이자 중국인, 61.7%가 자신을 대만인이라 각각 여긴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대만 내에 양안 통일 '동력'이 사실상 상실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만을 홍콩·마카오와 마찬가지로 특별행정구로 여기는 중국 인식과 동떨어졌음은 물론이다.
차이 총통 집권 이전엔 대체로 안정적이고 비적대적이었던 미·중 관계도 확 변했다.
중국 당국이 대만 집권 민진당 세력에 '친중' 국민당과 합의한 '92공식('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되 그 표현은 각자 편의대로 한다는 1992년 합의로 민진당은 효력을 인정하지 않음) 수용을 요구하는 건 이 때문이다.
중국은 대만 민진당이 92공식을 수용토록 함으로써 독립 시도를 차단해 양안 통일 기반을 확보하는 한편 미국의 대중국 압박과 공격의 예봉을 꺾겠다는 심산이다.
이런 상황에서 라이 총통 집권 이후에도 중국의 92공식 수용 압박은 지속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 대만, 美에 '한 클릭 더' vs 中, 양면 전략 강화 예상…'산 넘어 산' 양안 관계
차이 총통 집권 기간 대만이 미국에 기운 건 사실이다. 재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중국이 사실상 침공을 염두에 둔 대만 봉쇄 훈련을 한 데 이어 2년 가까이 군사·안보 위기를 고조시키면서 무역 제재 등 경제적 강압을 강화해온 결과다.
세계 첨단 반도체 산업의 선두 국가인 대만은 이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상 대중 압박의 교두보로 부각된 상황이다.
각종 경제·안보 이슈로 미·중 간 갈등과 대립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대만이 미·중 관계는 물론 동북아 정세의 향배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미국이 일본·호주·인도 등과 함께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군사·안보·외교·정치적으로 압박하고 첨단기술 제재로 중국의 미래 산업 발전 역량을 디리스킹(위험 제거 등) 정책을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중국 역시 대만을 우회로이자 디딤돌로 여기면서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친미·독립 성향인 민진당 소속의 차이잉원에 이어 라이칭더가 미국에 '한 클릭 더' 다가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라이 총통 취임에 맞춰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대만과 관계를 심화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대안 찾기에 골몰하는 모양새다.
외교가에선 중국이 대만을 겨냥한 강온 양면 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본다.
양안 최전선인 진먼다오 갈등을 축으로 대만해협 안보·군사 위기를 지속하면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대만 경제에 타격을 가할 경제적 강압 조치를 병행하는 한편, 대만 제1야당인 국민당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식으로 친중 메시지 발신에 주력할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 총통선거에서 친중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를 드러내놓고 지원했던 중국은 이제 샤리옌 국민당 부주석의 수시 방중과 마잉주 전 총통의 방중 이벤트 등으로 대만 내 친중 세력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은 이를 통해 최소한 4년 후 대만 총통선거에서 국민당으로의 정권 교체를 도모하려는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라이칭더 정부와 '어깨동무'를 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기 집권'이 성공한 가운데 5년 주기 권력 교체 시점인 2027년 이내 중국의 대만 침공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미국 등 서방의 지지를 등에 업은 라이칭더 정부는 중국의 강공에 밀리지 않겠다는 기세여서 양안 관계는 '산 넘어 산'이라는 대체적인 지적이다.

◇ 연말 美대선 앞두고 경쟁적 '中 때리기'에 대만 문제 불쏘시개 가능성
미국 패권을 위협하는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된 중국은 연말 대선을 앞둔 미국엔 선거 호재라고 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 때리기에 경쟁적으로 나선 상황이다.
중국을 겨냥한 디리스킹 정책은 물론 중국산 전기차와 전기차용 배터리, 반도체 등에 최대 100% 관세 폭탄을 확대 적용을 결정한 바이든 대통령에 질세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 때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중국산의 미국 시장 접근을 차단하려는 기세다.
이 같은 중국 때리기와 그로인한 미중 갈등과 대립에 대만이 불쏘시개가 될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중국의 대만해협 군사·안보 도발에 미국이 이전보다 더 강도를 높여 개입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선 미·중 관계가 심상치 않은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근래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은 어떤 공격으로부터도 2천300만명의 대만을 방어할 것이라는 언급을 반복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는 만큼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중국의 양안 관계 현상 변경 시도에 바이든 대통령은 군사력을 동원한 저지에 나서겠다는 의지 표명에 다름 아니다.
미국이 대만의 이웃 국가인 필리핀과의 연례 '발리카탄' 합동훈련에서 이례적으로 유사시 대만을 상정한 섬 탈환 훈련을 한 것만 봐도 대중국 강경 대응 의지가 비친다.
트럼프 전 대통령 스탠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 때문에 대만 유사시 미국의 안보 지원을 기대하기 힘들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일각에선 대만 문제로 인해 쿠바 미사일 위기만큼의 초강대국 대결이 촉발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지난 17일 블룸버그 통신은 짚었다. 중국군이 재차 대만 봉쇄 시도를 하고, 그에 대해 미군이 강력히 대응하는 상황에서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쿠바 미사일 위기는 냉전 시기인 1962년 소련이 미국과 가까운 쿠바에 미사일 배치를 시도하면서 미국과 소련 간에 전쟁 위기 직전까지 간 사건이다.


xing@yna.co.kr, jin100@yna.co.kr, kji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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