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억→75억→151억…세진 개인정보위 과징금에 업계 '전전긍긍'

입력 2024-05-24 06:11   수정 2024-05-24 09:38

68억→75억→151억…세진 개인정보위 과징금에 업계 '전전긍긍'
작년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으로 과징금 부담 커져
업계 "비즈니스 위축 우려" vs 개인정보위 "관련 기준 따라 과징금 산정"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국내 기업에 부과하는 과징금이 잇달아 역대 최고액을 경신하면서 정보통신(IT) 업계 등에서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정부 제재가 갈수록 매서워지고 있는 만큼 향후 기업활동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한다.
24일 개인정보위에 따르면 이용자 정보에 대한 점검 등을 소홀히 해 약 6만5천건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카카오가 국내업체 중 역대 최대 과징금인 151억여원을 물게 됐다.
이제까지 역대 최대 과징금이었던 골프존의 75억여원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지난 8일 개인정보위는 개인정보가 담긴 파일서버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221만여명의 이름과 전화번호 등을 유출한 '골프존'에 75억400만원을 부과했다.
지난해 7월까지만 하더라도 약 30만건의 고객 정보 등을 외부로 흘려보낸 LG유플러스에 부과된 68억원이 가장 많은 과징금 규모였다.
이처럼 불과 10개월 만에 기업에 대한 과징금 부과 규모가 크게 불어난 이유는 지난해 9월 시행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의 영향이 크다.
이전까지는 과징금 상한액을 '위법행위와 관련된 매출액의 3%'로 했지만, 개정된 이후에는 '전체 매출액의 3%'로 조정하되 위반행위와 관련 없는 매출액은 제외하도록 했다. 관련 없는 매출액을 증명해야 하는 책임이 기업에 주어졌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과징금 부담이 무거워진 셈이다.

그러나 이번 카카오의 경우 개정안 이전의 기준이 적용됐음에도 최대 과징금이 부과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관련 사건이 발생한 시점이 법 개정 이전인 지난해 3월이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열린 제9회 전체회의에서도 카카오의 과징금 액수가 적절한지를 두고 위원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회의가 길어지면서 관련 자료가 예정 시간을 넘겨서 배포되기도 했다.
정보통신업체 고위 관계자는 이번 카카오 처분에 대해 "남의 일 같지 않다"며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비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지만, 그 책임이 생각 이상으로 커졌다"고 말했다.
한 온라인 쇼핑몰의 고위 관계자도 "카카오 사건을 저희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도 이번 처분에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했다.
단순한 시스템 오류를 비롯해 내부자와 외부자의 결탁, 고도화된 기술을 가진 해커의 공격 등 불가피한 상황으로 인한 각종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완벽하게 막긴 힘들다는 얘기다.
그는 "이런 흐름이 장기화할 경우 기업의 비즈니스가 위축될 우려도 있다"며 "단순히 무거운 과징금을 매기기보다는,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재발 방지를 지원하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용자와 기업의 입장을 고려해서 적절한 처분 수준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과거 '솜방망이 처벌'이란 지적을 받던 개인정보 보호 규제가 세진 만큼, 기업도 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며 "다만 기업 활동이 위축되지 않으면서도 이용자의 정보 보호도 강화할 수 있는 적정선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징금을 산정한 과정과 회의 발언 내용 등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관련 기준에 따라 과징금을 산정하고, 의결을 거쳐 사업자에게 책정 경위와 세부 내용 등을 공식적으로 전달한다"며 "과징금이 많이 산정된다고 해서 부처가 얻는 이득은 없다"고 밝혔다.



shlamaze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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