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랄라와 함께 폭사한 혁명수비대 작전부사령관이 메신저"
"나스랄라 사후 이란서 대대적 간첩 조사…이란-헤즈볼라간 불신도 커져"
레바논 외무 "나스랄라, 사망 전 '3주 휴전' 동의했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최근 이스라엘 공격에 목숨을 잃은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에게 사전에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비해 대피하라는 권고를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란 고위 관리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지난달 17일 헤즈볼라 무장대원들의 통신수단인 무선호출기 무더기 폭발 이후 특사를 보내 이런 메시지를 전했다.
당시 하메네이는 헤즈볼라 내부에 정보원을 둔 이스라엘이 나스랄라를 암살하려 한다는 정보를 나스랄라에게 전하고 이란으로 대피하라고 권고했다고 이 고위 관리는 덧붙였다.
이란 지도자의 긴급한 메시지를 나스랄라에게 전한 사람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 작전 부사령관인 압바스 닐포루샨이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닐포루샨은 지난달 27일 이스라엘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의 헤즈볼라 본부에 맹폭을 가할 당시 벙커 내부에 있었으며 나스랄라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하메네이는 이스라엘이 나스랄라를 겨냥한 공습으로 그를 살해한 이후 이란 내 안전지대에 대피해왔으며, 2일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을 직접 지시했다고 이란 고위 관리가 귀띔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200기의 탄도미사일을 동원한 공격을 단행하면서, 이 공격이 나스랄라와 닐포루샨,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정치국장의 죽음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스라엘은 나스랄라 폭사 전 약 2주간의 정밀 공습을 통해 헤즈볼라 지도부 절반가량과 군사 조직의 최고위급 지휘관 다수를 제거했다.
그리고 나스랄라의 사망이 확인된 후에는 레바논 남부에 병력을 투입해 제한적인 지상전을 개시했다.
로이터는 이런 상황에서 10명의 소식통은 하메네이의 안전, 헤즈볼라 내부와 이란 당국 및 헤즈볼라-이란 당국 간 신뢰 붕괴 등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고 전했다.
또 소식통들은 '저항의 축'의 효율적 운영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상황이라는 우려도 언급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1980년대 이란 혁명수비대의 후원으로 조직된 대이스라엘 저항 조직 헤즈볼라는 그동안 저항의 축을 대표하는 무장세력이었다.
하지만 나스랄라 사후에도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추가 암살 우려 때문에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4명의 레바논 소식통이 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헤즈볼라는 최고위급 성직자인 나스랄라에 대한 성대한 장례 일정도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헤즈볼라 소식통은 "누구도 지금 상황에서 장례식을 승인하지 못해 관리들도 종교 지도자들도 그를 추모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스웨덴 국방대학의 헤즈볼라 전문가인 마그너스 랜스토프는 "기본적으로 이란은 수십년간 이어온 가장 큰 투자 대상을 잃었다"며 "이것이 이란을 중심부까지 흔들었다. 또 이란 내부가 얼마나 깊숙이 외부의 침투를 받았는지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그는 "헤즈볼라의 군사적 능력 및 지도부 상실로 인해 이란은 이제 대리 세력의 재건 때까지 대사관 및 해외 체류 인사 공격 등 방법으로 이스라엘에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고 덧붙였다.
나스랄라 사망 직후 이란에서는 내부 첩자를 잡기 위한 대대적인 조사가 혁명수비대는 물론 안보 관련 고위 관리를 대상으로도 진행 중이라고 이란 고위 관리가 전했다,
특히 해외여행을 한 적이 있거나 외국에 친척이 있는 사람들이 주요 조사 대상인데, 최근 레바논에 다녀온 혁명수비대원들에 대한 의심의 눈길이 강해지고 있다는 게 관리들의 전언이다.
나스랄라 암살이 이란과 헤즈볼라 간 그리고 헤즈볼라 내부적으로도 불신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관리의 전언도 있다.
그는 "모두를 단합하게 했던 신뢰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란 당국에 가까운 다른 관리도 "최고지도자는 이제 누구도 믿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편, 압달라 부 하비브 레바논 외무장관은 이날 CNN 방송에 출연해 나스랄라가 피살되기 며칠 전 미국과 프랑스 등이 주도해 마련된 3주 휴전안에 동의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 프랑스 측에 이러한 소식을 전하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역시 휴전안에 동의했다면서 아모스 호흐슈타인 미 중동 특사가 곧 레바논으로 향할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우리에게 네타냐후가 이에 동의했다고 말했고, 우리 또한 헤즈볼라의 동의를 받았다. 그리고 이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두 알 것"이라고 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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