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증권, '공모가 고평가 논란' 에이럭스 상장 첫날 대량 매도

입력 2024-11-0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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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증권, '공모가 고평가 논란' 에이럭스 상장 첫날 대량 매도
프리IPO 투자 겸 상장 주관…거래 개시일 매도 가능 지분 모두 팔아
매출 대부분 교육 용역인데 로봇기업과 비교…투자자와 이해 상충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상장 첫날 최대 낙폭을 기록한 '새내기주' 에이럭스[475580]의 투자사이자 상장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매매거래 개시 당일 보유 지분을 대량 매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상장 이전 투자한 기업의 상장 주관을 맡아 공모가를 지나치게 높게 산정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매도 가능 물량을 전량 정리해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일반 투자자와의 이해상충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상장 당일인 지난 1일 정규장에서 특정 계좌 거래량이 지나치게 많았다는 이유로 에이럭스를 4일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기관투자자로 분류된 한 계좌는 1일 하루 동안 에이럭스 33만9천500주를 순매도했다. 이는 발행주식총수의 2.56%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해당 계좌를 소유한 기관은 한국투자증권(이하 한투증권)으로 확인됐다.
한투증권은 프리 IPO(상장 전 자금조달) 단계에서 에이럭스에 투자해 48만5천주(3.66%)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 가운데 14만5천500주(1.10%)는 1개월간 자발적 의무보유로 묶인 물량이었고 나머지 2.56%는 상장 첫날부터 매도가 가능했다.
한투증권의 에이럭스 지분은 2020년 2월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취득한 것으로 주당 취득가액은 3천600원이다. 에이럭스 공모가 1만6천원은 한투증권의 취득가액보다 344%나 높다.
문제는 한투증권이 에이럭스의 상장 주관사이기도 했다는 점이다. 대표주관계약 체결 당시 5% 이하 지분이라 금융투자협회 증권 인수업무 규정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주들은 한투증권이 상장 첫날 엑시트를 위해 공모가를 일부러 지나치게 높게 산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에이럭스의 희망 공모가액 범위는 1만1천500∼1만3천500원이었다. 이는 올 상반기 기준 최근 4개 분기(LTM) 당기순이익에 비교기업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51.56배를 적용한 뒤 26.24∼13.41%를 할인한 값이다.
에이럭스는 방과후 학교 시장에서 교육용 로봇·드론을 제조·판매하는 회사다. 로봇·드론 기업을 표방하지만 작년 매출의 절반 이상은 공공기관 발주용역·교육운영 용역·학원사업 등에서 발생했다.



한투증권은 에이럭스의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미래 현금흐름 등을 추정하지 않고 과거 실적을 활용했다. 그러면서 비교 대상 기업은 산업용 로봇 전문기업 브이원텍[251630](PER 41배)과 로보스타[090360](PER 61.12배)를 선정했다.
실적은 과거를 기준으로 삼았으면서 비교기업은 미래 성장성을 기준으로 골라낸 셈인데, 이 대목에서 주주들은 의도적인 공모가 부풀리기를 의심하고 있다.
사업 구성이 거의 동일한 코스닥 상장사 로보로보[215100]와 로보티즈[108490]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적자 상태라 비교기업에서 제외됐다.
한투증권은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경쟁률(973.1대 1) 등을 감안해 발행사와 협의를 거쳐 공모가를 희망 범위 상단을 초과한 1만6천원으로 확정하기도 했다. 수요예측 참여 물량 중 의무보유 확약 비중은 0.36%에 불과했다.
결국 에이럭스는 높은 몸값을 평가받고 코스닥시장에 입성했으나, 상장 첫날 38.25%나 급락해 '새내기주 최대 낙폭'이라는 불명예 타이틀을 얻었다. 에이럭스 주가는 전날 종가 기준 8천450원으로 떨어졌다.
반면 한투증권은 에이럭스가 상장하자마자 지분을 정리해 약 27억원의 차익(1일 가중평균주가 1만1천483원에 매도했다고 가정)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장 주관 업무로 얻는 수수료와는 별도다.
에이럭스 주가는 한투증권의 대량 매도로 상장 첫날 상당한 하방 압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 기관은 에이럭스를 총 143만6천378주 순매도했는데, 한투증권에서 나온 매도 물량이 이 중 약 24%를 차지한다. 개인은 192만5천919주를 순매수하고 외국인은 13만3천514주를 순매도했다.
시장에서는 에이럭스 사태는 상장 주관사와 수요예측 참여 기관들의 적정 공모가 산정 능력에 대한 불신을 강화한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공모가 산정에 책임이 있는 IPO 주관사가 거래 첫날부터 지분을 팔아 수익을 얻었다면 일반 투자자에게 물량을 떠넘긴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공모가 산출 과정과 관련해 "통상적으로 현재 이익이 나지 않는 기업들이 미래 추정 당기순이익의 현재가치를 산출해 공모가 밴드를 제시하고, 현재 유의미한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는 기업들의 경우 과거 실적을 인용해 공모가 밴드를 제시한다"며 "에이럭스는 유의미한 당기순이익을 내고 있는 기업이어서 미래 실적이 아닌 과거 실적을 가지고 공모가 밴드를 산출해 제시했다"고 말했다.
nor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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