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률 2년 연속 두 자릿수…글로벌 완성차 최고 수준
미주·신흥 시장 중심 호실적 주효…올해 매출 목표는 112조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국내 2위 완성차 기업 기아[000270]가 지난해 창사 81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 100조원' 시대를 열며 4년 연속 최대 실적 행진을 지속했다.
기아는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증가세 둔화를 이겨내고 전 세계 시장에서 역대 가장 많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팔며 1년 만에 최대 실적을 또다시 경신했다.
친환경차 판매 호실적에 이어 레저용 차량(RV) 등 고부가가치 차량 중심의 믹스 개선(판매 비중 증가)과 고수익 시장인 북미 등에서 선전한 점이 최고 실적 달성에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익률, 글로벌 완성차 최고 수준
기아는 24일 콘퍼런스콜을 통해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7.7%, 9.1% 늘어난 107조4천488억원, 12조6천671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영업이익률도 0.2%포인트 오른 11.8%로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매달 1조원 넘는 수익을 남긴 셈이다.
지난해 실적은 직전 최대인 2023년 실적(매출 99조8천84억원, 영업이익 11조6천79억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1944년 창사 이래, 1998년 현대차그룹으로 인수된 이후 처음 매출이 100조원대에 진입한 것을 비롯한 최대 실적이다. 사명을 '기아자동차'에서 바꾼 2021년부터 4년간 매년 실적 기록을 경신해 온 것이다.
이로써 기아는 각각 10조원과 10%를 넘는 두 자릿수(조 단위 기준)의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2023년 처음으로 이런 실적을 올린 데 이어 2년 연속이다.
기아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최고 수준인 12%에 육박하는 연간 영업이익률을 나타내며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럭셔리 브랜드와 수익성 측면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다.

◇ 하이브리드·전기차 첫 20%대 판매 비중…RV 중심 체질 개선도
기아가 지난해 최대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와 RV 등 고수익 차량을 중심으로 한 믹스 개선 등이 꼽힌다.
기아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1년 사이 10.9% 증가한 63만8천대의 친환경차를 팔았다.
하이브리드는 전년 대비 20% 증가한 36만7천대로, 전기차는 10.2% 늘어난 20만1천대로 각각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에서 지난해 4분기 출시한 카니발 하이브리드와 2023년 말부터 인도된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9이 판매 증가를 이끌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출시된 K8 하이브리드와 소형 전기 SUV EV3 등이 호실적을 견인했다.
전기차,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모두 더한 연간 친환경차 판매 비중은 1년 전보다 2.3%포인트 증가한 21.4%로 첫 20%대에 진입했다.
고수익 차량인 RV 차량의 판매 비중도 지난해 4분기 기준 67.9%로, 전년 동기(67.1%)보다 높아졌다.
기아는 10년여 전까지 승용차 판매 비중이 60%를 웃돌았으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기아 체질을 RV 중심으로 개편하면서 RV 강자로서의 입지를 굳혀 왔다.

◇ 미주·신흥시장 호조, 최대 실적 한몫…올해 매출 4.7%↑ 전망
미주와 신흥 시장에서의 호조세도 지난해 기아의 최대 실적에 한몫했다.
기아는 지난해 미국에서 전년 대비 1.8% 증가한 79만6천대를 판매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EV9(2만2천17대)과 스포티지(16만1천917대), 텔루라이드(11만5천504대) 등 6개 차종이 연간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신차 출시와 더불어 미국 소비자 맞춤 전략이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이오닉5와 EV6의 부분변경 모델이 별도 어댑터 없이도 경쟁사인 테슬라의 슈퍼차저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기아는 지난해 아프리카·중동, 중남미, 아시아태평양 등 시장에서도 각각 4.3∼4.4% 증가한 판매 실적을 거두며 서유럽(-7.5%), 인도(-3.9%), 중국(-3%) 등 해외 시장에서의 부진을 일부 만회했다. 이를 통해 작년 해외 판매 감소율을 0.9%로 방어했다.
기아는 올해 작년보다 4.1% 많은 321만6천200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국내 55만대, 해외 265만8천대, 특수 8천200대 등이다.
연간 매출 가이던스(실적 전망)도 4.7% 증가한 112조5천억원으로 설정했지만, 영업이익은 주요 시장 경쟁 심화에 따른 인센티브 증가와 환율 하락 효과 등을 반영해 12조4천억원(-2.5%)으로 다소 낮춰 잡았다.
영업이익률도 0.8%포인트 내린 11%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두 자릿수 이익률 유지는 확실할 것으로 보인다고 기아는 밝혔다.
KB증권은 "기아는 뚜렷한 판매 증가와 환율 효과를 제거하더라도, 견조한 1대당 공헌 이익 증가 추세 등 이익 증가요인이 계속 확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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