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재 집중도·특허 출원수 글로벌 상위권인데 美中에 밀리는 이유는
"'천재들의 의대행' 개선하고 해외 AI 인재 매력 느낄 정주여건 마련을"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중국이 한정적 컴퓨팅 자원을 쓰고도 고성능 인공지능(AI) 모델 개발에 성공한 비결이 '토종' AI 인재들의 창의적인 발상과 집념에 있었다는 사실이 부각되며 국내 AI 인재 현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AI 인재 해외 유출 문제 등 핵심 인재를 잡아두지 못한 탓에 우리나라는 AI 역량에 대한 평가에서 자꾸 뒤처지는 분위기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최근 73개국을 대상으로 평가한 'AI 성숙도 매트릭스' 보고서에서 캐나다, 중국, 싱가포르, 영국, 미국(알파벳 순) 5개국을 'AI 선도국가'(AI pioneers)로 분류하며 "AI에 대한 높은 수준의 준비 상태를 보였다"고 평가한 반면 우리나라는 2군으로 분류한 바 있다.
지표상으로 드러난 수치만 보면 국내 AI 인재 상황은 글로벌 상위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 중심 AI연구소'(HAI)가 지난해 발간한 'AI 인덱스 2024'에 따르면 한국의 AI 인재 집중도가 0.79%로 이스라엘(1.13%)과 싱가포르(0.88%) 다음으로 높았다.
인재 집중도 지표는 업무용 인맥 사이트 링크트인에 등록한 사람 중 AI 관련 기술이 있거나 AI 직무를 맡은 인력 비중을 나라별로 집계한 결과로, 우리나라 AI 인재가 적지 않다는 걸 나타낸다.
2022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AI 특허 수는 10.26으로 미국과 중국, 일본 등을 제치고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많았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의 '생성형 AI 특허 현황' 보고서를 보면 2023년까지 10년간 출원된 생성형 AI 관련 특허는 우리나라가 4천100건으로 1위 중국(3만8천건)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미국(6천200건)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국내 AI 인재나 특허 등 지표가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은데 인재 부족이 지적되는 이유는 AI 개발 작업 특성에 기인한다고 분석한다.
평균적인 수치로 도출되는 인재 수보다 단 1명이라도 독보적인 개발 역량을 가진 사람을 보유했느냐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딥시크 출현 전에도 '전문가 혼합'(MoE), AI 모델이 다른 모델의 출력 결과를 훈련 목적으로 사용하는 '증류'(distillation) 등이 AI 업계라면 누구나 아는 개념이었지만, 특이점을 포착, 결과물로 내보인 창업자 량원평 등 딥시크 개발팀의 창의성과 집요함이 국내 AI 업계에 부족하지 않았냐는 지적이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업계 이야기를 들어보면 국내 AI 인재가 그렇게 부족하지만은 않다는 것이 중론"이라며 "하지만, 너도나도 똑똑한 자녀를 공대나 순수 과학 계열이 아닌 의대에 진학시키려는 분위기에서 AI 분야에 초특급 인재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방법에는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미국, 중국이라는 AI 2대 강국으로 모든 자원과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인재 유출 현상이 심해지는 것도 문제다.
'AI 인덱스 2024' 기준 링크트인에 등록된 국내 인구 1만명당 AI 인재 이동 지표는 -0.3을 기록했다. AI 인재가 한국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해외로 빠져나갔다는 의미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6일 정부가 연 간담회에서 "실리콘밸리서 활약하는 한국 출신 인재들을 영입하고 싶어 노력을 많이 했다. 하지만 연봉이 10배쯤 차이가 나서 20억에 달하는데 솔직히 역부족"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정부가 AI 핵심 인재 인건비 절반가량을 매칭해주면 오픈AI, 딥시크 성능을 뛰어넘는 모델들이 한국에서도 나올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연봉으로 대표되는 금전적 보상 외에도 미국의 실리콘밸리, 중국 광둥성 선전시 등 해외 AI 인재들이 정보기술(IT) 클러스터에 모여 일하면서 인맥을 늘리고 관심사를 공유하는 'AI 생태계'를 선호하는 점에 착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에도 AI 인재가 바다를 건너 넘어와 거주를 희망할만한 당근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주민 민원이나 전력 수급 문제 등을 들어 데이터센터와 같은 핵심 AI 인프라를 비수도권에 지으려는 정책을 추진 중인데 과연 지역 도시에 AI 인재들이 가서 살만한 정주 인프라가 갖춰졌느냐는 문제에서 회의적"이라고 했다.
고성능 AI 모델·서비스를 창조해낼 핵심 인재뿐 아니라 기존의 모델·서비스를 다양한 분야에 집중해 적용할 수 있는 융합 인재 양성도 요구된다.
국가AI위원회 인재·인프라 분과위원인 김두현 건국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고급 인재가 대부분 해외로 가거나 대기업에 편중되는 현상에서 균형을 잡고 나아가 각 도메인으로 파고들어 문제 해결에 AI를 적용할 융합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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