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눈빛에 분노 가득"…살만 루슈디, 가해자 재판서 증언

입력 2025-02-12 10:52  

"어두운 눈빛에 분노 가득"…살만 루슈디, 가해자 재판서 증언
3년 전 흉기피습 당시 담담히 회고…피고인석의 범인, 루슈디 시선 회피
"죽는다고 생각할 무렵 사람들이 가해자 덮쳐 저지"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저는 그의 눈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사람의 눈빛은 어두웠고 분노에 가득 차 있었어요."
인도계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77)는 11일(현지시간) 3년 전 자신을 공격한 가해자 하디 마타르(27)에 대해 이렇게 묘사했다. 마타르에 대한 재판이 열린 미국 뉴욕주 셔터쿼 카운티 법원에서다.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루슈디는 피습 당시 한 남자가 그의 뺨과 턱, 목, 오른쪽 눈을 쳤고 처음에는 누군가 자신을 때리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옷에 쏟아진 엄청난 양의 피를 보고 자신이 흉기에 찔렸음을 알게 됐다고 했다.
루슈디는 2022년 8월 12일 뉴욕주 셔터쿼에서 열린 문학 축제에서 강연을 준비하던 중 무대로 돌진한 마타르가 휘두른 흉기에 온몸을 찔리고 결국 오른쪽 눈을 실명했다.
마타르는 같은 달 13일 2급 살인미수 및 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루슈디는 이날 재판에서 피습 당시의 고통에 대해 회고했다. 그는 차분한 말투로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고 증언을 이어갔다고 NYT는 전했다.
루슈디는 "분명히 내가 죽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때 몇 사람들이 가해자를 덮치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그 사람들 덕분에 자신이 살아날 수 있었던 것 같다고도 했다.

루슈디는 1988년 발표한 소설 '악마의 시'에 이슬람교를 모독하는 내용을 담았다는 이유로 오랜 시간 살해 위협에 시달렸다.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당시 이란 최고지도자는 무슬림들에게 루슈디의 살해를 촉구하는 파트와(이슬람 율법에 따른 칙령)를 선포했고, 이란 정부와 연계된 각종 단체와 재단들도 이에 가세해 루슈디 살해에 최대 330만 달러(약 48억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루슈디를 공격한 마타르는 레바논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시아파 무슬림이다.
루슈디는 지난해 4월 출간한 비망록 '나이프'에서 "나는 그(마타르)와 한 방에 앉아서 '나에게 이야기해 봐'라고 말하고 싶었다"며 "나는 그가 내 눈을 바라보며 진실을 말해주기를 원했다"고 썼다. '나이프'는 흉기 피습 당시와 그 이후의 트라우마 극복 과정에서 했던 상념들을 정리한 책이다.
하지만 법정에서 루슈디는 그런 기회를 얻지는 못했다.
공판 대부분 시간 동안 마타르는 루슈디의 시선을 피해 눈을 아래로 떨궜고, 가끔 고개를 들어 검사나 배심원 쪽만 바라봤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마타르에 대한 재판은 앞으로 2주 가량 더 진행될 예정이다.
마타르는 친이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물리적 지원을 제공하려 한 혐의로도 추가 기소된 상태다.

hrse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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