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80년 넘은 'GDP 계산법'도 흔드나

입력 2025-03-05 10:53   수정 2025-03-05 11:02

트럼프 행정부, 80년 넘은 'GDP 계산법'도 흔드나
'정치적 이익 위해 통계조작국으로 전락하나' 비판 쏟아져
머스크 예산 삭감 영향 차단용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내총생산(GDP) 계산에서 정부 지출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이달 2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역사적으로 정부는 GDP를 엉망으로 만들었다"라면서 "그들은 정부 지출을 GDP의 일부로 계산한다. 나는 그 둘을 분리하고 더 투명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효율부(DOGE) 수장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연방 정부 지출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정부 지출을 제외해야 더 정확하게 GDP를 측정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 삶을 낫게 만들지 않는 것에 돈을 지출함으로써 인위적으로 GDP를 높게 측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국내총생산(GDP:Gross Domestic Product)은 한 국가에서 일정 기간 생산된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총 시장가치다. 민간 소비지출과 투자, 정부 소비지출과 투자, 순(純)수출이 포함된다.
GDP는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미국에서 경제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처하기 위해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가 고안해 낸 개념이다. 전후 국제경제 질서를 구축한 1944년 브레턴우즈 회의를 계기로 GDP는 국가 경제 규모 측정 기준이 되는 지표로서 전 세계에서 활용되기 시작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국 실질GDP는 2.3% 증가했다. 기여율을 보면 민간 소비지출이 2.79%포인트, 투자가 -1.05%포인트, 순수출이 0.12%포인트, 정부 소비지출 및 투자가 0.49%포인트였다. 경제 성장의 5분의 1 가량이 정부 지출 및 투자의 몫이었다. 정부 부문을 연방 정부와 주·지역정부로 나눠보면 연방 정부 지출 및 투자의 기여율은 0.25%포인트였다.
뉴욕타임스(NYT)는 2023년과 2024년 미국 경제성장률은 정부 지출의 기여가 없었더라도 2% 이상 성장했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GDP 산출 방식 변경 검토에 대해 학계에서는 날카로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연구 및 통계 책임자로 일한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데이비드 윌콕스 이사는 "정치적 이익을 위해 경제 데이터를 조작해도 된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GDP가 개인의 행복은 물론이고 경제적 생산량을 측정하는 데 불완전하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인식돼 왔고, 특히 정부 서비스는 시장가치가 없는 경우가 있는 탓에 측정하기 어렵다는 점은 경제학자들도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기여를 제외하고는 완전히 의미가 없다고 경제학자들은 말한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웬디 에델버그는 "연방 정부 기관이 연필을 사든 민간 기업이 연필을 사든 상관없이 연필을 구입했다고 측정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누가 구매를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기인 2017년 3월에 미국의 수석 통계학자로 임명돼 트럼프 대통령 1기 때인 2019년 12월까지 자리를 지킨 낸시 포토는 연방 통계 기관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의 독립성이 법적 보호보다는 규범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다면서 연방 통계 기관이 정치적 간섭에 취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러트닉 장관의 견해를 두고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실패한 경제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수치를 조작하는 것으로 악명 높은 국가들 그룹에 미국을 집어넣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뉴욕대의 지안 루카 클레민티 경제학 교수는 "미친 짓이라서 웃음이 나온다"고 말했다.
정부 지출은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GDP의 핵심 구성 요소라며 국제통화기금(IMF)이 정한 "국제적으로 합의된 회계 기준"은 "8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AP 통신은 "만약 정부 지출을 GDP에서 제외하면 미국 경제의 건전성을 측정하는 기준이 왜곡될 수 있으며 정부효율부의 예산 삭감에 따른 영향을 모호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jungw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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