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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 '트럼프 청구서' 한국 대응책은 ① 경제·통상

입력 2025-03-06 15:00  

[전문가 진단] '트럼프 청구서' 한국 대응책은 ① 경제·통상
"트럼프 작전에 말려들지 말고 협상카드 준비해야"
"무역불균형 해소 위해 美 에너지수입 늘려야…대미흑자 축소노력 어필"
"알래스카 가스전 참여하되 우리 이익 챙겨야…반도체 보조금 필요 강조"


(서울=연합뉴스) 산업부 =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관세와 주한미군, 에너지 개발, 반도체 보조금 등을 거론하며 한국에게 막대한 '청구서'를 제시한 것과 관련, 국내 경제·통상 전문가들은 트럼프 화법에 휘말리지 말고, 향후 협상테이블에 올릴 카드를 준비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미국 불만이 가장 큰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서 미국으로부터 에너지 수입을 늘리고, 미국이 협력을 원하는 조선 등의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한국 기업이 현지 생산을 늘려 미국에 대한 무역흑자 폭을 줄이고 있다는 점을 어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아울러 에너지 개발 사업은 리스크가 큰 사업인 만큼 참여하되 한국의 실리를 취해야 하고, 반도체 보조금 필요성을 정부 차원에서 어필해야 한다는 제언도 제기됐다.
다음은 주제별로 경제·통상전문가들의 발언을 정리했다.

◇ "트럼프 작전에 말려들지 말아야…협상카드 준비할 때"
▲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너무 과잉 반응하지 말아야 한다. 어제 의회 연설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 본인의 희망과 메시지를 전달한 것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 의회 의원과 시민에게 본인이 어떻게 하고, 무엇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그래서 어제 연설을 요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미국이 한국에 구체적인 요구를 해올 때는 집중해서 대응해야 한다. 지금은 정부와 업계가 협상카드에 대해 준비할 때다.
▲ 신원규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를 보면 본인이 생각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을 직관적으로 해결할 목표를 제시한 후 관세를 도구화했다. 즉 협상의 지렛대를 뒤에 말한다. 그런 면에서 어제 연설 등 지금까지 해온 말들은 레토릭에 가깝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를 혼란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거기에 걸려들기보단 잘 걸러서 들어야 한다.
▲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하루하루 트럼프의 발언에 따라가다가는 오히려 우리 스텝이 꼬일 수 있다. 협상은 일방적으로 던지는 게 아니라 서로 주고받아야 한다. 트럼프가 툭 던진 것에 바로 템포를 맞추는 것은 리스크가 더 크다. 작전에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
▲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
아무래도 1기 때보다는 협상이 어려워진 측면은 맞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11월에 중간선거를 치러야 하고, 의회에서 공화당의 입지가 줄어들면 정책 추진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국내 반응도 고려하며 갈 수밖에 없다. 이런 약점을 고려해 협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미국이 요구하는 사항이 있다면 이 요구를 일방적으로 받기보다 우리 실익을 따져야 한다. 우리 기업에도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면 선제적으로 규제를 완화해 미국에 생색을 내는 그림을 만들어야 한다.

◇ "美 불만은 대미무역흑자…에너지수입 늘리고, 축소노력 설명해야"
▲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기본적으로 한국에 대한 미국의 불만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로부터 비롯된다. 또 첨단산업 분야에서의 협력 부족, 한국 내 미국 기업에 대한 약간의 차별(비관세 장벽),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에 불리하게 체결됐다는 인식도 있다. 무역흑자는 한국이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리고, 자동차 등 미국 내 현지 생산을 확대하면 축소될 것이다. 이것은 시간문제일 뿐이고, 한국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 대미 수입을 늘릴 수 있는 분야는 에너지 외에도 방산, 항공기, 반도체 장비 등이 있다.
▲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단기적인 무역 불균형을 줄이는 것이다. 다만 무역흑자를 줄이려면 수입을 늘리거나 수출을 줄여야 하는데 우리 기업 수출을 줄이자고 정부가 나설 수 없으니 공공분야의 에너지 수입부터 늘릴 수 있다. 어차피 에너지는 다 수입이니 캐나다에서 수입하는 것을 미국에서 옮기는 것이 가능하다. 와인은 칠레산, 소고기는 호주산이 한국에 들어오는 데 미국산을 더 수입하는 방법도 있다. 또 중장기적 미국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협력을 강화해야 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조선이다.
▲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
무역 적자는 우리 기업이 투자한 공장들이 가동을 시작하고, 생산이 늘면 어느 정도 감소할 것이다. 지금은 투자가 막 이뤄지는 시점이라 중간재가 미국으로 많이 수입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이 자연스럽게 감소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 또 우리 기업이 이렇게 투자하려면 좀 안정적인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해야 한다. 아울러 조선, 방산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면 대안은 한국밖에 없다는 점을 어필할 필요가 있다.
▲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미국에 우리가 앞으로 투자할 수 있는 것들, 미국에서 구매할 것을 잘 정리해 흑자를 줄여나갈 계획을 미국에 제시해야 한다. 기업들의 투자 계획을 모아 일원화된 창구를 통해 보여줘야 한다.

◇ "알래스카 가스전 참여해 韓이익 챙겨야…반도체 보조금 필요 어필"
▲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한국의 에너지 자립과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 미국 통상 압박 완화 등 측면에서 알래스카 가스전 사업 참여는 긍정적이라고 본다. 다만 리스크가 있으니 협의체를 통해 이를 최대한 해소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또 참여 협상 과정에서 이런 한국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아야 한다. 원유나 가스가 생산됐을 때 투자 지분을 가진 한국이 저렴한 가격에 장기 구매를 할 수 있는 식으로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관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오성익 OECD 지역개발정책위원회 분과부의장
알래스카 가스전 프로젝트는 우리가 참여할 수밖에 없다면 혜택을 최대화해야 한다. 환경 문제 때문에 공사가 지연된다면 미국 주 정부가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요구할 수 있겠다. 또 향후 북극항로가 열릴 시 알래스카와의 협력을 타진할 수 있는 등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외에도 경제 안보 차원에서 추가 협력을 받아낼 필요가 있다.
▲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알래스카 가스전은 환경 규제를 푸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작업 환경이 척박해 책정한 예산을 넘어갈 가능성도 크다. 넘어야 할 산이 정말 많고, 위험성이 큰 사업이기 때문에 한국 기업이 반기고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한다면 방위비, 상호관세 등 다른 카드를 들어 불이익이 없도록 잘 방어해야 한다.
▲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반도체 보조금과 관련해선, 반도체 관련 보조금이 없으면 우리 기업이 미국 내 투자해 생산을 영위하기 어렵다는 점을 설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조금이 없으면 미국 내 인력 조달이나 공장 건설, 반도체 수율 확보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고, 이는 미국 테크 기업들이 설계한 반도체 칩을 현지에서 생산하는 게 어려워지는 결과로 귀결된다는 점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를 통해 우리 기업들이 반도체 투자 계획을 이행하겠다는 점을 강조하며 신뢰 관계를 공고히 하는 작업을 벌여야 한다. 공장을 3개 짓기로 했던 약속에 대해 앞으로 2개 더 지어서 투자할 것이라는 점도 강조해야 한다.
(김동규 김보경 박초롱 이슬기 한지은 홍규빈 기자)
viv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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