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협상 하루 앞둔 2일 영·프·독 'E3'에 "먼저 만나자"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이 내달 3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재개되는 가운데, 이란이 협상 하루 전에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당사국인 유럽 국가들에 회담을 제안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서방 외교관들을 인용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의 제안을 받은 유럽 3개국은 소위 'E3'로 분류되는 영국과 프랑스, 독일로 이들 국가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대신 서방이 가한 제재를 풀어주는 것을 골자로 2015년 체결된 JCPOA의 당사국이다.
E3 외교관 2명과 서방 외교관 1명은 이란이 지난 26일 오만에서 열린 미국과 3차 핵협상 이후 오는 2일 로마에서 만날 수 있냐는 의사를 E3 국가에 타진했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이란 측은 로마에서 회동이 가능하지 않을 경우 그 이전에 테헤란에서 만나 논의하는 방안도 제안했다고 이들 외교관들은 덧붙였다.
이란 당국자는 자국이 이런 제안을 했음을 확인하면서도 현재까지 E3측의 답변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유럽과 서방 외교관들은 이와 관련, 이란을 지금 만나는 것이 자국에 이익인지 아니면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더 나을지를 평가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다만 테헤란 회동 가능성은 배제했다.
이란이 미국과의 4차 핵협상에 앞서 유럽 국가들을 만나려 하는 것은 아직 핵심사안에 대해 미국과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황에서 다른 핵합의 당사국들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차원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 당국자는 로이터에 "2015년 합의에 참여한 모든 당사국과 의견 일치가 중요하다. 따라서 미국과의 다음 회담에 앞서 이번 주 E3 국가들과 만나는 것은 유용할 것"이라고 E3와의 사전 회담에 의미를 부여했다.

오만 중재로 지난 12일 오만 무스카트, 19일 이탈리아 로마에 이어 26일 다시 무스카트에서 열린 이란과 미국 간 3차 협상은 일부 진전이 있었다는 양측 평가도 나왔지만, 이란의 자체 우라늄 농축 활동 허용 등 핵심 사안을 두고는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종료됐다.
올해 1월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란을 향해 '최대 압박' 정책을 다시 꺼내면서 핵무기 생산 저지를 목표로 하는 협상을 요구했고, 자국의 핵 프로그램은 평화적 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온 이란이 이에 응하며 양측 고위급 당국자들 사이에 핵협상이 성사됐다.
이란이 미국에 앞서 E3와의 사전 협의를 하려는 이유는 이들 3개국이 핵협상에서 이란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유엔 제재 복원을 압박할 수 있는 당사국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JCPOA에는 이란이 합의를 위반할 경우 당사국이 안보리에 통보해 제재를 자동 복원할 수 있도록 하는 '스냅백' 조항이 포함돼 있는데, 미국이 당사국 지위를 상실했고, 중국과 러시아는 이란에 우호적이라는 점에서 스냅백을 발동할 수 있는 국가는 사실상 E3뿐이다.
JCPOA는 이란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5개국에 독일을 더한 6개국 사이에 체결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1기 시절인 2018년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미국은 당사국 지위를 상실했다.
이란 당국자는 오는 2일 E3와의 사전 회담을 제안한 것이 스냅백도 영향을 미쳤냐는 로이터 질의에 "미국과의 협상은 빠르게 진전되지 않고 있고 우리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그는 "이란은 미국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까닭에 (확실한 합의가 아닌) 잠정적인 합의는 원하지 않는다"며 "잠정 합의를 한 뒤 우리가 우리 측 조치를 수행했는데 상대편은 이행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우리가 새로운 합의를 원하며, (우라늄)농축을 제한할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음을 유럽은 이해해야 한다"며 "하지만 우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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