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90.1%→올해 1분기 말 90% 하회 확실시…7분기 만에 반등하나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우리나라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5년 만에 90%대에서 80%대로 내릴 것이 확실시된다.
그러나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가계대출이 급속히 불면서 상당 기간 이어온 가계대출 비율 하락세가 곧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 올해 1분기, 코로나19 이후 첫 80%대 전망
22일 국제결제은행(BIS)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0.1%로, 전 분기(90.7%)보다 0.6%포인트(p) 낮아졌다.
이 비율은 지난 2021년 3분기 말 99.2%로 정점에 이른 뒤 내림세로 돌아섰다. 특히 2023년 3분기 말부터 5분기 연속 하락했다.
올해 1분기에는 비율이 더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실질GDP는 감소했지만 명목 GDP가 상당히 증가한 가운데 1~3월 가계부채 증가세가 비교적 완만한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보다 0.1%p만 넘게 하락해도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 말(89.6%) 이후 처음 90%를 밑돌게 된다.
최근 발표된 국제금융협회(IIF) 통계는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IIF 기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91.7%에서 올해 1분기 말 90.3%로 1%p 넘게 하락했다.
IIF는 자체 기준을 적용해서 BIS보다 한 발 이른 시점에 통계를 발표하는데, 두 통계의 방향성은 대개 일치한다.
한국은행은 통상 금융안정보고서 등에서 BIS와 동일한 기준의 통계를 인용해왔다.
BIS 기준 1분기 말 수치는 오는 9월 15일 공개된다.
◇ 올해 4~6월 가계대출 급증…한은·금융당국 '비상'
올해 2분기 들어 금융권 가계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7분기 만에 반등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全) 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 4월 한 달간 5조3천억원 늘어난 데 이어 5월 6조원으로 증가 폭이 더 확대됐다. 지난해 10월(6조5천억원) 이후 7개월 만의 최대 폭이었다.
더구나 6월에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시행을 앞두고 막차 수요가 몰리면서 7조~8조원대 증가 전망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상반기 가계부채 증가율은 작년비 4%대 초중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며 "이 추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지면 올해 명목 성장률 3%대 중반을 고려할 때 가계부채 비율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하반기 가계부채 증가율이 작년비 2~3% 정도로 둔화할 수 있도록 한은과 금융당국이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은 최근 명목 GDP 성장률을 넘지 않는 가계대출 증가율을 목표치로 설정해놓고, 저마다 총량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당국도 새 정부 조각이 차츰 마무리되는 시점에 발맞춰 거시건전성 강화 정책의 고삐를 바짝 죌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추진하는 16조4천억원 규모 채무조정 대상은 장기 연체 채권으로, 대부분 자금순환 통계상 가계부채에서 이미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개인과 소상공인의 대규모 빚 탕감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 세계 44개국 중 5위…통화정책 제약 변수로 부각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주요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 말 수치(90.1%)는 BIS 통계에 포함된 세계 44개국(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 중 다섯 번째로 높은 수준이었다.
스위스(125.4%)가 1위였고, 호주(112.1%), 캐나다(100.0%), 네덜란드(93.6%) 등이 뒤를 이었다.
조사 국가 평균(58.8%), 선진국 평균(67.0%), 신흥시장 평균(46.6%), 주요 20개국(G20) 평균(58.3%) 등보다 월등히 높았다.
우리나라 국제 순위는 2023년 3분기 말(94.5%) 6위에서 그해 4분기 말(93.6%) 5위로 오히려 상승한 뒤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로 금융안정 우려될 경우 통화정책 여력을 제약하는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한은은 앞서 지난해 8월 금융권 가계대출이 폭증하자 '실기론'을 무릅쓰고 금융안정을 고려해야 한다며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그 연장선으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8일 기자설명회에서 "과도하게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기대심리를 증폭시키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된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현재 연 2.5% 수준인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기보다 가계부채 안정화가 최우선이라는 정책 목표를 시장에 꾸준히 전달하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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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추이│
│ ※ 국제결제은행(BIS) 통계 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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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명 │2024년 3분기 말 │ 2024년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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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 125.7│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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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111.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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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 100.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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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94.2│ 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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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90.7│ 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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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89.8│ 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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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89.8│ 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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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88.3│ 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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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89.0│ 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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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87.0│ 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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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84.0│ 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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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77.2│ 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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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69.3│ 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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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70.3│ 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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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65.1│ 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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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63.9│ 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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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셈부르크 │63.0│ 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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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60.7│ 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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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60.1│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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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57.5│ 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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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53.5│ 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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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지역 │51.7│ 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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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50.1│ 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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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45.1│ 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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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44.4│ 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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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44.2│ 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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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44.1│ 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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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42.7│ 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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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41.3│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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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39.3│ 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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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35.8│ 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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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36.2│ 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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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34.4│ 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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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33.9│ 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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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30.8│ 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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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30.5│ 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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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26.0│ 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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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23.3│ 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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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22.3│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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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16.9│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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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16.5│ 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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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16.3│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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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9.6│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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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 4.2│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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