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D-4, 이번주 산업·기재·외교장관 미국서 '협상 총력전'
산업협력·투자·방위비 'K-패키지'로 트럼프 만족할 '숫자' 만든다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미국이 상호관세 부과 시점으로 예고한 8월 1일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미 양국이 입장 차이를 좁히면서 관세 협상을 타결 지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특히 한국에 앞서 일본과 유럽연합(EU)이 대규모 대미 투자를 내세워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선에서 대미 관세 협상을 마무리한 가운데 한국은 일본·EU와는 차별화된 협상 패키지를 마련해 미국 측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시한까지 25%로 예고된 상호관세를 피하지 못하는 경우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에서 한국 제품들의 경쟁력에 타격이 불가피해 막판까지 협상 타결을 위한 대미 설득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 이번주 日·EU 상호관세 '15%' 수준 맞추기 위해 '협상 총력전'
28일 통상 당국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24∼25일(이하 현지시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이틀 연속 통상 협상을 벌인 뒤 본국과 소통하며 협상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러트닉 장관의 뉴욕 자택까지 찾아가 추가로 진행한 협상이 극적 타결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한미 양측은 서로의 요구와 입장을 꺼내놓고 하나하나 맞춰가면서 입장 차이를 좁혀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측은 일본과 EU가 상호관세를 각각 10%포인트(p), 15%p 낮춰 15%로 맞춘 가운데 25%로 예고된 대한국 상호관세를 15% 선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최종 협상안을 조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김정관 산업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현지에 남아 관세 현안을 조율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는 31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1 대 1 통상협의를 갖고, 조현 외무부 장관도 이번 주 방미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면담하는 등 막판 협상 총력전을 벌인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EU와의 무역 담판, 미중 무역 협상을 위해 모두 유럽으로 떠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귀국한 뒤인 30∼31일 상호관세 발효 전 마지막 협상 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가에서는 김 산업장관이 뉴욕 방문 이후 워싱턴 DC로 복귀하지 않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머무르고 있는 스코틀랜드로 날아가 추가 협상을 모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보이고, 일본·EU와의 협상에서 성과로 내세우는 '대규모 대미 투자'와 관련해 현재 '1천억달러+α(알파)' 수준의 협상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대미 투자에서 미국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일본·EU와는 차별화된 한국 만의 강점을 살린 산업 협력 패키지로 미국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조선·에너지·방위비까지…트럼프 만족할 '숫자' 키우기 고심
한국은 특히 조선을 비롯해 반도체, 배터리 등 전략 산업 협력 강화, 가스·원유 등 에너지 수입 확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가스전 사업 참여 검토 등을 패키지로 묶어 카드로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의 경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부터 한미가 조선 분야 협력을 진지하게 모색하고 있어 이번 협상을 통해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도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한국 측은 미국에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로 이름 붙인 수십조원 규모의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표적 정치 구호인 마가(MAGA)에 '조선업'을 뜻하는 'Shipbuilding'을 더해 이름 붙인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 조선사들의 대규모 미국 현지 투자와 이를 뒷받침할 대출·보증 등 금융 지원을 포괄하는 패키지를 마련했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해군력 증강과 조선업 역량을 키우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 이를 위한 최적의 파트너로 한국을 꼽아왔다.

지난 5월 제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제주를 찾은 그리어 USTR 대표는 바쁜 일정을 쪼개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를 각각 만나 한미 조선업 협력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산업 분야 투자·협력과 이차전지 산업 투자, 미국산 항공기 추가 구매 등도 산업 패키지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산 가스·원유 등 에너지 구매를 확대하는 방안도 구체적으로 협상 카드로 놓고 구체적으로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가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명분으로 추진되는 만큼, 대미 무역수지 균형을 맞추기 위해 중동산 도입 물량 일부를 미국산으로 돌리는 선에서 대미 무역수지 균형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한국 천연가스 수입에서 미국 비중은 2016년 0.1%에서 2021년 18.5%까지 급상승했으나 2022년부터는 다소 하락해 작년 12.2%까지 내려와 미국산 비중 확대의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 사안인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가스관 사업 참여 검토도 상호관세 인하를 위한 지렛대로 검토되고 있다.
앞서 일본은 미국과 조인트 벤처(JV)를 만들어 이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는데, JV에 한국도 함께 참여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 민감한 소고기, 쌀 등 농산물의 경우도 애초 '레드라인'으로 설정했으나 미국의 강력한 요구로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상징적인 양보로 국내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협의하는 방안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역시 농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으로 꼽혀 양보를 끌어내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미국과 합의한 대부분 국가는 농산물 분야에서 구매 확대, 시장 개방 등의 약속을 한 공통점이 있다.
한국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에 협상 성과를 자랑하고 과시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그가 만족할 만한 '숫자'를 제시하기 위해 '원스톱 쇼핑' 방식의 패키지를 마련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이에 방위비 증액 이슈를 함께 묶어 제시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5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대통령실에서 열린 통상대책 뒤 브리핑에서 "안보 분야의 안정적 에너지가 여타 분야에 선순환적 효과를 주길 기대하며 노력하고 있다"며 한미 간 안보 분야 협의가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이미 2023∼2024년 미국 투자 1위 국가로, 대미 투자를 미국의 일정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카드로 더 활용해야 할 것"이라며 "국내에서 민감한 농산물 분야에서도 쉽지 않을 수 있지만, 검역 등과 관련한 기술적 이슈는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실질적 피해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면 생색을 낼 수 있는 카드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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