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자동차·조선 협력 방안 들고 협상 지원사격
삼성전자·LG엔솔·셀트리온 등 한미 투자 협력도 연이어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한미 관세 협상이 데드라인을 하루도 남기지 않고 극적으로 타결되기까지 정부뿐만 아니라 국내 핵심 산업 분야 총수들도 깜짝 등판해 협상 타결을 측면 지원했다.
여기에 주요 기업들도 미국과의 투자 협력 계획을 연이어 내놓는 등 민관 '원팀' 외교가 우리 경제의 명운을 건 협상을 타결로 이끌었다.
2주 이내로 예고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 기업들의 대규모 대미(對美) 투자 패키지가 공개될 가능성도 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연이어 15%로 상호관세율 인하에 합의한 가운데 우리 정부의 협상 타결 소식이 늦어지며 위기감이 고조될 무렵 기업 총수들이 예정에 없던 방미길에 올랐다.
지난 28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미국의 전략적 관심사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로서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카드를 들고 워싱턴으로 향했다.
연이어 29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0일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잇따라 미국을 방문하는 등 우리나라 핵심 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 기업 총수들까지 등판했다.
이들은 이번 협상에서 자사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관련 인사들과 접촉하며 한국의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회장은 방한 직전 테슬라와 23조원에 육박하는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추가 수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의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부터 부과된 미국의 자동차 관세로 2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20% 가까이 감소하는 등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김동관 부회장은 우리 정부가 미국 정부에 제안한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구체화 등을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회장은 지난 4월 방한한 존 펠란 미국 해군장관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만나 조선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미국통' 경제인인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도 지난주부터 미국을 찾아 상·하원 의원들을 만나며 협상 타결을 막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국내 핵심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을 이끄는 이들은 이번 협상이 자사 사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만큼 자발적으로 힘을 보태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총수들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협상이 막바지로 치달을 무렵 연이어 미국과의 투자 협력 계획을 내놨다.
삼성전자가 테슬라에 향후 8년간 22조8천억원 규모의 자율주행 시스템 반도체를 공급하기로 하고, 셀트리온이 7천억원을 투자해 미국 현지 바이오 공장을 인수하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자사 역대 최대로서 6조원에 육박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를 테슬라에 공급하기로 했다.

재계에서는 이번에 미국을 방문한 총수들이 조만간 열릴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에서의 사업 구상과 투자 계획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이번 협상 타결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하기 위해 백악관을 방문하면 그때 한국 기업들이 대규모 대미 투자를 발표할 것이라고도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직 귀국 일정을 확정하지 않은 이재용 회장 등이 한미 정상회담을 대비하며 당분간 현지에 머물 가능성이 점쳐진다.
삼성전자는 이날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미국 테일러 공장 가동에 대비해 케팩스(설비 투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번 테슬라 수주 계약을 계기로 테일러 공장에 대한 투자액을 370억달러(약 51조원)에서 상당액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론 머크스 테슬라 CEO도 이번 계약 직후 "계약 수치는 단지 최소액이다. 실제 생산량은 몇 배 더 높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선업 역시 마스가 프로젝트가 이번 협상 타결의 최대 지렛대로 작용한 만큼, 백악관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협력의 청사진을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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