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타결] 韓경제 '나홀로 관세폭탄' 피했다…성장 전망 높아질까
상호관세 25→15% 낮아졌지만 FTA 무관세 혜택 사라져
수출 불확실성 해소는 호재…품목관세 확대 가능성 촉각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한지훈 안채원 송정은 기자 = 우리나라가 31일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극적 합의에 이르면서 '25% 상호관세'라는 악재는 일단 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무관세 혜택이 사라지면서 당분간 한국경제의 성장 동력인 제조업에 부담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 주력품목인 철강은 여전히 고율의 상호관세가 적용되고 반도체·의약품도 별도 품목관세가 추진되는 등 불확실성도 여전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수출 불확실성을 덜게 된 점은 다행이지만 중국 관세 협상을 포함해 트럼프발 변수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 관세폭탄 코 앞에서 합의…한시름 덜어
31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이날 한미 간 합의의 골자는 한국이 미국에 3천500억 달러(약 487조원)를 투자하는 등의 조건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미국의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내리는 것이다.
대미 투자에는 1천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협력 전용 펀드를 조성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국 측의 관심이 높은 조선업이 협상 타결의 지렛대가 됐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이 추진 중인 반도체·의약품 품목 관세와 관련해서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약속받았다고 정부 측은 강조했다.
25% 상호관세 부과가 예정된 8월 1일을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에 성공하면서 정부는 다소 고무된 분위기다.
상호관세를 유럽연합(EU)·일본 등과 비슷한 수준으로 합의한 데다가 우려가 컸던 쌀·소고기 시장 수성에도 성공했다는 점에서다.
특히 최근 주식시장이 호조세를 보이고 소비 심리도 개선된 상황에서 수출 불확실성까지 덜게 되면서 조심스럽게 경기 회복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정부 한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이 가장 큰 것 같다"라며 "한국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대미 상호관세율 15%와 자동차 품목 관세율 15%는 한국은행이 지난 5월 경제전망 때 가정했던 시나리오와 대체로 부합하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구체적으로는 기본 관세율 10%, 품목 관세율 25%를 각각 가정했는데, 상호관세율은 다소 높아졌지만 자동차 품목 관세율은 낮아졌다.
한은은 당시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을 0.8%로 전망하면서 관세율이 크게 인하될 경우 성장률이 0.1%p 오르고, 반대로 상호관세율이 기존 25%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성장률도 0.1%p 낮아질 것으로 봤다.
현재로선 미국 관세 정책 영향이 우려했던 것보다 확대되지 않은 가운데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0.1%p)를 반영해 8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전망치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
◇ 車관세 기존 '무관세' 비교하면 높아…제2 플라자합의 비판도
다만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한미 FTA에 따라 사실상 무관세 무역을 해왔다는 점에서 상호관세 15% 자체도 적지 않은 부담이라는 관측도 많다.
25%라는 초유의 관세율을 피한 점은 다행이지만 당장 맞닥뜨린 15% 관세도 대미 무역 비중이 큰 한국 경제에 큰 악재라는 것이다.
대미 수출 비중이 큰 자동차 역시 품목별 관세가 15%로 낮아졌지만 기존 무관세 혜택과 비교하면 수출 경쟁력이 약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우리보다 높은 2%대 관세를 부담하던 일본 차와 관세율이 같아졌다는 점에서 일본과 가격 경쟁력은 실질적으로 후퇴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자동차 관세율은 연 10만대까지 10%로 우리보다 낮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우리는 무관세로 무역했으므로 결과적으로 과거보다 관세를 더 많이 부과받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품목별 관세 확대 가능성도 여전히 남은 불씨다. 미국은 자동차·철강에 이어 반도체·의약품에 품목별 관세를 추진 중이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 중 하나인 철강에는 이미 50%의 품목별 관세가 부과 중이다.
정치·경제적으로 우월한 힘을 앞세워 자국에 유리한 합의를 강요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에 비춰 새로운 형태의 관세 압박은 개연성이 높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관세를 무기로 EU·일본에 이어 한국까지 동맹국들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뜯어내는 트럼프의 협상을 두고 사실상 제2 플라자 합의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미국은 1985년 플라자합의를 통해 달러 가치를 절하시켜 미국을 제외한 일본 등 4개국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데 합의했다.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비대칭 합의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경쟁국 대비 고율 상호관세라는 충격을 피한 것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트럼프 불확실성은 여전한 만큼 미국의 대외정책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향후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로 미·중 관세 협상을 꼽았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중국 수요 경기와 중국 가공품의 미국 수출 등을 통해 우리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어쩌면 중국이 가장 중요한 국가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roc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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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관세 25→15% 낮아졌지만 FTA 무관세 혜택 사라져
수출 불확실성 해소는 호재…품목관세 확대 가능성 촉각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한지훈 안채원 송정은 기자 = 우리나라가 31일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극적 합의에 이르면서 '25% 상호관세'라는 악재는 일단 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무관세 혜택이 사라지면서 당분간 한국경제의 성장 동력인 제조업에 부담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 주력품목인 철강은 여전히 고율의 상호관세가 적용되고 반도체·의약품도 별도 품목관세가 추진되는 등 불확실성도 여전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수출 불확실성을 덜게 된 점은 다행이지만 중국 관세 협상을 포함해 트럼프발 변수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 관세폭탄 코 앞에서 합의…한시름 덜어
31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이날 한미 간 합의의 골자는 한국이 미국에 3천500억 달러(약 487조원)를 투자하는 등의 조건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미국의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내리는 것이다.
대미 투자에는 1천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협력 전용 펀드를 조성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국 측의 관심이 높은 조선업이 협상 타결의 지렛대가 됐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이 추진 중인 반도체·의약품 품목 관세와 관련해서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약속받았다고 정부 측은 강조했다.
25% 상호관세 부과가 예정된 8월 1일을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에 성공하면서 정부는 다소 고무된 분위기다.
상호관세를 유럽연합(EU)·일본 등과 비슷한 수준으로 합의한 데다가 우려가 컸던 쌀·소고기 시장 수성에도 성공했다는 점에서다.
특히 최근 주식시장이 호조세를 보이고 소비 심리도 개선된 상황에서 수출 불확실성까지 덜게 되면서 조심스럽게 경기 회복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정부 한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이 가장 큰 것 같다"라며 "한국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대미 상호관세율 15%와 자동차 품목 관세율 15%는 한국은행이 지난 5월 경제전망 때 가정했던 시나리오와 대체로 부합하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구체적으로는 기본 관세율 10%, 품목 관세율 25%를 각각 가정했는데, 상호관세율은 다소 높아졌지만 자동차 품목 관세율은 낮아졌다.
한은은 당시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을 0.8%로 전망하면서 관세율이 크게 인하될 경우 성장률이 0.1%p 오르고, 반대로 상호관세율이 기존 25%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성장률도 0.1%p 낮아질 것으로 봤다.
현재로선 미국 관세 정책 영향이 우려했던 것보다 확대되지 않은 가운데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0.1%p)를 반영해 8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전망치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
◇ 車관세 기존 '무관세' 비교하면 높아…제2 플라자합의 비판도
다만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한미 FTA에 따라 사실상 무관세 무역을 해왔다는 점에서 상호관세 15% 자체도 적지 않은 부담이라는 관측도 많다.
25%라는 초유의 관세율을 피한 점은 다행이지만 당장 맞닥뜨린 15% 관세도 대미 무역 비중이 큰 한국 경제에 큰 악재라는 것이다.
대미 수출 비중이 큰 자동차 역시 품목별 관세가 15%로 낮아졌지만 기존 무관세 혜택과 비교하면 수출 경쟁력이 약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우리보다 높은 2%대 관세를 부담하던 일본 차와 관세율이 같아졌다는 점에서 일본과 가격 경쟁력은 실질적으로 후퇴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자동차 관세율은 연 10만대까지 10%로 우리보다 낮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우리는 무관세로 무역했으므로 결과적으로 과거보다 관세를 더 많이 부과받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품목별 관세 확대 가능성도 여전히 남은 불씨다. 미국은 자동차·철강에 이어 반도체·의약품에 품목별 관세를 추진 중이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 중 하나인 철강에는 이미 50%의 품목별 관세가 부과 중이다.
정치·경제적으로 우월한 힘을 앞세워 자국에 유리한 합의를 강요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에 비춰 새로운 형태의 관세 압박은 개연성이 높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관세를 무기로 EU·일본에 이어 한국까지 동맹국들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뜯어내는 트럼프의 협상을 두고 사실상 제2 플라자 합의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미국은 1985년 플라자합의를 통해 달러 가치를 절하시켜 미국을 제외한 일본 등 4개국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데 합의했다.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비대칭 합의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경쟁국 대비 고율 상호관세라는 충격을 피한 것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트럼프 불확실성은 여전한 만큼 미국의 대외정책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향후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로 미·중 관세 협상을 꼽았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중국 수요 경기와 중국 가공품의 미국 수출 등을 통해 우리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어쩌면 중국이 가장 중요한 국가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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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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